'극단 선택 시도' 구조했는데…전공의 의료 과실로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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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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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병원으로 옮겨진 환자를 의료 과실로 숨지게 한 의사에게 1심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서울동부지법 형사5단독 이상률 판사는 기관절개술을 잘못 실시하는 등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사 A(32)씨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28)씨는 지난 2016년 8월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후 부모의 신고로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당시 살아있던 B씨는 응급조치로 활력징후는 안정됐으나 의식은 혼미한 상태로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당시 B씨의 주치의는 기관절개술이 필요하다고 보고 같은 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에 협진을 요청했다. 이 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소속 2년차 전공의였던 A씨는 B씨의 목에 기관절개술을 실시해 튜브를 삽입했다.

기관절개술은 기관을 절개해 튜브 등을 삽입하는 수술로 부적절한 위치에 튜브를 삽입할 경우 누공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데 이는 수술 후 1~2주 사이에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씨는 B씨의 기관절개술을 실시하면서 통상 위치보다 낮은 위치를 절개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A씨는 이를 인식하지 못했고, 그 부위에 노출된 혈관을 관찰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튜브를 삽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교체를 하면서도 별다른 조치 없이 삽입된 튜브를 제거하다가 노출돼 있던 혈관을 손상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B씨는 기관교체 당일 '팔머리동맥 손상으로 인한 기관-팔머리 동맥 사이 누공으로 인한 출혈에 의한 질식'으로 사망했다.

재판부는 A씨의 과실로 B씨가 사망했다고 봤다. 이 판사는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유족들은 회복할 수 없는 큰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피고인은 유족들에게 용서받지 못했고 유족들도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극단선택 시도로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치료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했던 점, 피고인으로서는 기관절개술 후 피해자에게 별다른 이상반응이 발견되지 않아 혈관 손상의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했고, 그에 대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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