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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 공식 팬클럽도 첸 퇴출 요구..."18일까지 답변 없으면 시위할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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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소( EXO) 첸 [뉴스1]

엑소( EXO) 첸 [뉴스1]

그룹 엑소의 멤버 첸의 결혼 발표에 따른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엑소의 공식 팬클럽인 ‘EXO-L ACE 연합’(이하 엑소엘)은 16일 성명서를 내고 “첸의 독단적인 행동들로 인해 엑소라는 그룹 자체의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며 “첸이 EXO 멤버로서 활동하는 것에 대한 지지 철회를 선언하며 SM엔터테인먼트에게 첸의 팀 내 퇴출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엑소 공식 팬클럽 ‘EXO-L ACE 연합’이 16일 발표한 성명서

엑소 공식 팬클럽 ‘EXO-L ACE 연합’이 16일 발표한 성명서

이들은 “엑소 팬덤의 분열 및 와해도 심각하고 팬심의 기본적 근간인 멤버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면서 다수의 EXO-L들이 더는 첸을 응원할 수 없게 됐다”며 “엑소 팬덤 내 실질적 구매력을 보유한 다수의 유료회원들이 첸의 탈퇴를 간절히 원한다”고 밝혔다. 또한 SM엔터테인먼트에도 “18일까지 요구사항에 대한 당사의 답변이 없을 시 직·간접적 어떠한 형태의 시위도 감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3일 첸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필 편지를 올려 결혼과 임신 소식을 알린 뒤 일부 팬들은 “용기 있는 선택을 지지한다”며 격려하고 있지만 디시인사이드 엑소 갤러리 등에는 첸의 퇴출을 요구하는 성명서까지 등장했다. 이어 이날 공식 팬클럽까지 퇴출 요구 성명을 내면서 엑소 측은 큰 부담을 안게 돘다.
결혼 발표 나흘째인 16일에도 각종 커뮤니티에는 “너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책임은 없냐” “우리의 관계가 비즈니스였을 뿐이냐”는 등 배신감을 토로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엑소 팬이 14일 한 커뮤니티에 남긴 글 [온라인 캡쳐]

엑소 팬이 14일 한 커뮤니티에 남긴 글 [온라인 캡쳐]

이를 두고 일각에선 “아이돌도 인간인데 결혼 때문에 퇴출을 요구하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과 함께 “아이돌 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해될 여지도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결혼=퇴출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K팝에서 아이돌과 팬의 관계는 과거 80~90년대 하이틴 스타와 팬의 관계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K팝 팬들은 ‘팬슈머’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한 소비력을 기반으로 아이돌의 시작부터 성장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며 “이런 소비권력을 기반으로 단순한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를 넘어 스케줄이나 홍보 등 매니지먼트까지 관여하기 때문에 이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특수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원더걸스의 선예의 결혼 때도 유사한 분위기였다. 결혼을 축하해주는 팬도 있었던 반면 일부 팬은 원더걸스라는 팀의 존속이 어려워졌다며 선예를 맹비난했다. 실제로 이후 원더걸스의 활동은 활발히 재개되지 못했다.

원더걸스 멤버인 선예의 결혼식이 2013년 3월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 호텔에서 열렸다. [중앙포토]

원더걸스 멤버인 선예의 결혼식이 2013년 3월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 호텔에서 열렸다. [중앙포토]

한 기획사 관계자는 “솔직히 가상 연애 같은 대리만족감을 안겨주는 현재 아이돌 마케팅이나 성장 전략을 지양하지 않는 이상 이런 마찰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FT 아일랜드의 멤버 최민환을 예로 들었다. 최민환은 2018년 결혼을 발표했지만 큰 반발 없이 넘어갔다. 오히려 그는 걸그룹 출신의 부인 율희와 함께 예능에도 출연하며 결혼이 오히려 활동 반경을 넓혀줬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FT아일랜드의 경우엔 밴드 그룹이라는 특성도 있었고, 2007년 데뷔했기 때문에 팬도 30대가 되는 등 결혼한 사람도 적지 않다”며 “결혼으로 인해 배신감을 토로하는 단계는 지나갔다”고 말했다.

한국의 보이그룹 못지않게 걸그룹 팬덤 문화가 강력한 일본도 분위기는 유사하다. 일본 최고의 걸그룹으로 꼽히는 AKB48의 경우엔 활동 기간 중 연애가 금지된다. 이 때문에 활동 도중 결혼 발표뿐 아니라 공개 연애가 알려지면 큰 논란이 되곤 한다.

2017년 총선거에서 소감을 발표하는 도중 결혼을 알린 스토 리리카 [온라인 캡쳐]

2017년 총선거에서 소감을 발표하는 도중 결혼을 알린 스토 리리카 [온라인 캡쳐]

실제로 2017년 총선거에서 20위에 오른 스토 리리카(자매그룹 NMB48 소속)가 소감을 발표하는 도중 결혼을 발표해 큰 소동이 일어났다
이후 11위를 차지한 타카하시 쥬리는 즉석에서 “(순위권에 들지 못해) 분해서 눈물을 흘리는 멤버도 있다”며 “여기까지 오르게 해 준 팬 여러분 앞에서 ‘결혼하고 싶다’든가 ‘결혼한다’ 같은, 팬 여러분이 복잡한 심경을 가지시게 할 만한 말을 하는 멤버를 보면서 지금까지 다른 멤버들이 흘린 눈물의 기분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AKB48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한국 걸그룹 로켓펀치로 데뷔한 타카하시 쥬리 [사진 CJ ENM]

AKB48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한국 걸그룹 로켓펀치로 데뷔한 타카하시 쥬리 [사진 CJ ENM]

AKB48은 매년 총선거를 통해 새 음반 선발 명단을 정하기 때문에 1년 중 가장 큰 이벤트에 속한다. 매년 수 백명이 지원하는만큼 20위는 높은 순위에 속하며 100위 밖은 ‘권외’라고 해 사실상 활동이 어려워진다. 한편 당시 스토 리리카를 비난했던 타카하시 쥬리는 2018년 '프로듀스48'에 참여한 뒤 지난해 한국 걸그룹 로켓펀치로 데뷔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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