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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 브리핑 열어 “고용 V자 반등했다”는 정부…전문가는 “올해 진짜 걱정”

중앙일보

입력

통계청은 매달 중순에 고용동향을 발표한다. 직전 달 고용 상황이 나타난다. 15일 발표한 고용동향에는 지난해 고용 성적표도 담겼다. 고용동향 결과를 놓고 정부가 이례적으로 이날 관계 장관 합동 브리핑을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했고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강신욱 통계청장 등이 참석했다.

홍남기(가운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19년 고용동향 및 정책방향 관련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

홍남기(가운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19년 고용동향 및 정책방향 관련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

‘2019년 고용동향 및 향후 정책방향’이 주제였는데 브리핑 내용은 ‘성과’가 주로 담겼다. 홍 부총리는 ‘일자리 반등의 해’, ‘V자형 반등 성공’, ‘매우 뜻깊은 성과’와 같은 표현이 담긴 발표문을 읽어 내려갔다. ‘정책 방향’도 있긴 했지만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2020년 경제정책 방향’에 주로 담긴 내용이었다.

정부가 고무된 데는 이유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취업자는 1년 전보다 30만1000명 증가했다. 2018년 취업증가 수가 9만7000명에 그친 ‘고용 쇼크’에서 벗어나 2년 만에 30만명대 증가를 이뤘다. 지난해 고용률은 60.9%로 22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해 실업자 수도 1년 전보다 1만명 줄었다.

홍 부총리는 “고용 회복세가 올해에도 더 공고화되고, 확실히 착근될 수 있도록 보다 촘촘하게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문가의 시각은 다르다. “올해 고용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통계적인 ‘기저효과’다. 취업자 증가 수는 1년 전과 비교한다. 2018년 취업자 증가 폭은 ‘고용 참사’라 불릴 정도로 좋지 않았다. 지난해 고용 통계는 비교 기간 통계가 좋지 않은 데 따른 ‘착시’가 잠겨있다. 올해는 호전된 수치와 비교해 고용 통계를 산출한다. 기저효과를 누릴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올해가 진짜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지난해 고용 수치가 좋아진 건 2018년에 워낙 부진한 데 따른 기저효과”라며 “세금을 쓰는 일자리로 수치를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올해는 지난해 수치가 좋은 데 따른 ‘역(逆) 기저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간 일자리 창출이 부진하다는 게 더 큰 걱정거리다. 민간 일자리 사정을 보여주는 제조업 일자리는 지난달에 1만5000명 줄었다. 2018년 4월 이후 21개월째 감소세다. 지난해 전체로는 8만1000명이 줄었다. 역시 양질의 민간 일자리가 많은 금융 및 보험업 취업자 수도 지난해에 4만명 줄었다. 이 빈자리는 나랏돈을 들이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6만명)가 메꿨다.

주요 기관도 올해 고용 상황을 좋게 보고 있지 않다. 한국노동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취업자 증가 수를 각각 20만7000명, 15만명을 전망했다. 정부 전망(25만명)보다 비관적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큰 기업이라고 봐도, 결국 1개 기업의 고용이 늘어난 것뿐”이라며 “올해도 이 같은 성과를 내려면 세금을 지속해서 투입해야 하는데 지속가능한 방법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강 교수는 “공유숙박ㆍ공유 차량 등 민간이 자발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분야에 규제를 개선하면 과도한 재정투입 없이도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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