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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성장보다 이익 추구 먼저인 회사 멀리 못 간다, 왜?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10) 

“올해 상여금이 얼마나 나올까요?”
“목표를 초과 달성해 기대할 만하다고 본부장님이 말씀하셨어요.”
“상여금 받으면 차 바꾸려고요.”

S사의 1사업본부 직원들은 상여금 받을 기대에 잔뜩 들떠 삼삼오오 모여 즐거운 대화를 한다. S사는 사업본부별로 자율적 운영과 관리를 한다. 사장의 승인 아래 사업본부별 목표를 설정하며, 각 사업본부의 KPI(핵심성과지표) 달성 결과에 따라 상여금을 주는 제도가 있다.

한 회사에서는 회식비, 교육비부터 일반 물품 구입비까지 작년 대비 감소된 비용을 목표로 설정했다. 하지만 직접 인건비를 줄이지 않는 한 매출 부진 상황에서 전년대비 이익을 개선하기는 어려웠다. [사진 flickr]

한 회사에서는 회식비, 교육비부터 일반 물품 구입비까지 작년 대비 감소된 비용을 목표로 설정했다. 하지만 직접 인건비를 줄이지 않는 한 매출 부진 상황에서 전년대비 이익을 개선하기는 어려웠다. [사진 flickr]

한편 S사에 입사한 지 2년이 된 1본부의 김미래 과장은 상여금 받는 것이 좋기도 하지만, 왠지 찝찝하고 유쾌하지만은 않다. 목표를 달성한 이면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경기가 너무 안 좋고 시장 침체가 지속되다 보니, 구매율도 저조합니다. 저희 부서가 주로 판매하는 상품의 경쟁력이 약해져 매출 하락은 불가피합니다.” 김미래 과장이 입사해 사장과의 회의 때마다 들었던 1본부 부서장인 이다익 본부장의 브리핑 서두다. “따라서 올해 우리 본부의 목표는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S사 1본부의 올해 주요 KPI는 이익 극대화다. 단, 미래를 위한 투자는 필요하기에 투자비는 KPI의 비용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사장도 현재 상황에서 단기간 내에 매출을 증가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이해했고, 무엇보다 미래를 위한 고민과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본부장의 의견에 동의하고 KPI 내용을 승인했다.

목표 달성 위해 줄이고, 안 쓰고, 안 하고…

이다익 본부장이 ‘이익 극대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실행한 첫 번째 캠페인은 전 부서원의 ‘절약하기’였다. 회식비, 교육비부터 일반 물품 구입비까지 작년 대비 줄어든 비용을 목표로 설정했다. 그러나 이런 절약 캠페인만으로는 전체 목표 이익을 달성하기 역부족이었다.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고 있는 직접 인건비가 감소하지 않는 한 매출 부진 상황에서 이익을 개선하기는 어려웠다.

따라서 1본부의 두 번째 실행은 본부 인원을 동결하고, 직원이 퇴사하면 더 이상의 충원은 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비용이 크게 발생하는 직원 복지 비용은 일부 삭감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1본부의 이익은 전년보다 눈에 띄게 증가했다.

그러나 직원 감소에 따른 업무 공백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사장이 승인한 신규 사업을 진행할 여력조차 없었다. 1본부에서 고민한 방안은 퇴사 인원의 일부 업무와 신규 사업 업무를 묶어 외주를 주고, 이 외주 비용은 투자 항목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즉, 비용이 아니라 투자인 셈이다. 투자비의 경우 5년 동안 감가상각한다. 설령 투자비를 비용에 포함해도 5년으로 쪼개진 비용은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

S사는 ‘사업 성장’보다는 ‘이익 추구’가 더 중요했다. 성장과 도전을 원하는 동료들이 하나둘 회사를 떠났다. ‘돈 들어가는 일 안 하기’가 자연스럽게 일하지 않는 분위기를 용인하고 있었다. [사진 pixabay]

S사는 ‘사업 성장’보다는 ‘이익 추구’가 더 중요했다. 성장과 도전을 원하는 동료들이 하나둘 회사를 떠났다. ‘돈 들어가는 일 안 하기’가 자연스럽게 일하지 않는 분위기를 용인하고 있었다. [사진 pixabay]

이러한 ‘이익 극대화’ 전략 아래 이다익 본부장의 강력한 리더십과 처세로 1본부는 목표 이익을 초과 달성했다. 직원들은 ‘웬만하면 안 쓰기’ 혹은 ‘돈 들어가는 일은 안 하기’에 동참했고, 이런 본부의 정책에 회의를 느끼거나 강력하게 반발했던 직원들은 회사를 떠났다.

김미래 과장은 S사의 신규 사업 성장에 관심이 있었고, S사로 이직하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김미래 과장이 경험한 S사는 ‘사업 성장’ 보다는 ‘이익 추구’가 더 중요했다. 성장과 도전을 원하는 동료들이 하나둘 회사를 떠났고, 예전부터 일해왔던 직원들은 최소한의 일을 하면서 안정적으로 회사에 다니는 것처럼 느껴졌다. ‘돈 들어가는 일 안 하기’가 자연스럽게 일하지 않는 분위기를 용인하고 있었다. 김미래 과장은 어느새 자신도 그냥저냥 회사에 다니고 있는 월급루팡 중 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여금을 두둑하게 받게 되는 이 아이러니가 김미래 과장에게 남아 있는 성장 인자의 발목을 잡는다. “그럼 1년 더 이 회사에서 일하지 뭐….”

S사 1본부의 사업 결과를 보면, 매출이 줄어드는 가운데 눈에 보이는 비용의 감소로 KPI 이익은 전년도보다 증가했다. ‘이익 증가’라는 KPI 목표를 초과 달성했기에 직원들에게 상여금이 지급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실제 이익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셈이다. 또 회사의 미래를 견인할 신규 사업 업무는 외부 인력을 사용했다. 이는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으나 회사의 중요한 사업을 외주처리한다는 것은 장부상 비용을 감소시키기 위한 꼼수라는 의심이 더 크게 든다. 게다가 퇴사 직원의 업무를 투자비로 인식되는 외부 인력에 더한다는 것은 사업 윤리 강령에 위배되는 행위일 수도 있다.

S사의 1본부가 목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일을 통해 성취감을 얻고자 하는 직원들은 퇴사했고, 적당히 타협하며 순응하는 월급루팡들을 생산하는 조직문화가 만들어졌다. 달콤한 상여금 잔치는 그나마 직원들에게 남아 있는 도전과 진취를 안락사시키는 묘약으로 사용됐다. S사 1본부의 KPI 이익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일까?

이익 추구 리더십 vs 성장 리더십

‘성장을 이끄는 리더십’은 회사를 역동적으로 만든다. 결국 회사의 이익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성장을 이끄는 리더십’으로 지속적 성장과 함께 투명하고 스마트한 관리가 아닐까? [사진 pxhere]

‘성장을 이끄는 리더십’은 회사를 역동적으로 만든다. 결국 회사의 이익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성장을 이끄는 리더십’으로 지속적 성장과 함께 투명하고 스마트한 관리가 아닐까? [사진 pxhere]

‘이익을 추구하는 리더십’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은 개선된 것 같이 보이게 하지만, 회사를 점점 더 쪼그라들게 만들어 수명을 단축시킨다. 반면, ‘성장을 이끄는 리더십’은 회사를 역동적으로 만들며 고객 만족을 위한 부단한 노력과 직원들의 과감한 도전의식을 격려하고 높게 평가한다. 성장하는 회사에 유능한 사람들이 모이며, 그들의 탁월한 성과가 회사를 성장하게 한다. 회사가 성장하면 매출이 증가한다. 매출이 증가하면, 궁극적으로 이익은 개선된다. 회사는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하지만 이익을 먼저 추구하는 리더십은 회사의 성장을 저해해 궁극적으로 이익을 감소시키는 모순을 보여준다.

흔히들 삶에서 추구해야 할 것은 행복, 건강, 즐거움 이라고 한다. 돈은 따라오는 것이지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여러 회사가 성장하고, 정체되고, 심지어 망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업도 삶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사업을 하면서 이익 추구를 실천하지 않기는 어려운 얘기일 수 있다. 그러나 큰 성공을 거둔 회사의 공통점은 회사의 성장, 고객의 만족, 직원의 행복을 추구했다는 점이며, 회사의 매출과 비용을 현명하게 관리했고, 그 결과 이익이 따랐다는 점이다. 결국 회사의 이익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성장을 이끄는 리더십’으로 지속적 성장과 함께 투명하고 스마트한 관리가 아닐까?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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