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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들이고 좋은 회사 만드는 응급처치법 3가지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8)

“좋은 회사 만들기가 참 어렵습니다.”
많은 사장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좋은 회사란 어떤 회사일까? 지난 30년간 회사생활을 하며 종종 직원들이 생각하는 ‘좋은 회사’란 어떤 회사인지 물었다. 그랬더니 공통으로 2가지 답변을 가장 많이 했다. 첫째 만족할 만한 수준의 급여와 복지가 보장되는 회사, 둘째 일을 통한 자아 성취가 가능한 회사였다.

먼저 급여와 복지는 회사의 규모, 재무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하는 등 단기간 내에 보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일을 통한 자아 성취는 직원이 일하면서 존중받고 인정받을 때 얻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 회사는 직원이 만족할 수준의 급여와 복지를 보장해 주는 것보다 빠르게 직원이 일을 통해 자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직원의 자아 성취는 회사가 직원 개개인을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직원은 본인이 한 업무에 대해 적절한 격려와 칭찬을 받을 때 업무 의욕과 성취감을 느끼고, 나아가 ‘나는 열심히 일하는 만큼 인정받는 좋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다음 G사의 사례를 통해 G사가 좋은 회사가 되기 위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점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보자.

직원의 자아 성취는 회사가 직원 개개인을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사진 pixabay]

직원의 자아 성취는 회사가 직원 개개인을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사진 pixabay]


"사장님,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G사에서 근무한 지 2년째인 마케팅팀 마과장은 아침 출근길에 사장을 만났다. 요즘 고객사의 컴플레인으로 부쩍 다운되어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마과장은 더욱 힘차게 아침 인사를 했다.

"어…." 그런데 사장의 반응에 마과장은 힘이 쭉 빠졌다. 사장이 눈도 마주치지 않고, 인사도 받는 둥 마는 둥 하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기 때문이다. 아침 출근길부터 마과장은 파이팅하며 열심히 일할 생각이 반감됐다. 사실 사장은 출근길부터 컴플레인을 건 고객사와의 오후 미팅 생각에 온 정신을 쏟고 있었다.

“사장님, 요청하신 자료입니다. 검토 부탁드립니다.” 오전 11시 마과장은 긴장한 채 사장실 문을 두드렸다. 사장은 오후 고객사 미팅을 위해 마과장에게 추가 자료를 요청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마과장은 출근길에 느꼈던 서운함을 뒤로하고, 가능한 한 빨리 최선의 자료를 만들어 제출했다.

“30분 후에 기획팀과 같이 미팅 좀 합시다. 그리고 영업팀에 얘기해서 어제 요청했던 추가 자료 좀 갖고 오라고 하고….” 사장실을 나오며 마과장은 또 기분이 상했다. 출근하자마자 모든 업무를 미룬 채 사장님의 요청자료를 먼저 만들었는데, 사장은 자료 검토를 하는 동안 단 한 번도 마과장을 쳐다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고생했다는 말을 듣기는커녕 투명인간 취급을 당한 것 같아 다소 섭섭했다. 그러나 마과장은 감정을 가라앉히고, 영업팀에 사장의 요청사항을 전달했다. 마침, 영업팀 담당자의 급한 외근으로 마과장이 대신 영업팀 자료를 전달했다.

“아니, 여기 이런 부분이 있는데, 당연히 고객이 컴플레인을 하지 않겠어? 그동안 일을 계속 이따위로 했던 거야? 이 부분이 문제가 될 거라는 건 생각도 못 했나?” 11시 30분, 마과장은 외근 중인 영업팀 담당자를 대신해 자료를 전달한 것 뿐인데, 화가 난 사장에게 잔소리를 듣고 있었다. 사장은 영업팀 자료를 검토하던 중 중대한 실수를 발견했고, 오후에 있을 고객 미팅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화를 참지 못하고 호통을 쳤다.

“그래서, 이 부분을 더 강조해서….”
“김대리, 아까 얘기했던 그 부분은 문제없나?”

미팅 시작 전 단지 자료만 전달했을 뿐인데, 본인과 상관없는 자료로 잔소리를 들은 마과장은 잔뜩 풀이 죽어 있었다. 마과장은 마음을 가다듬고 고객 컴플레인 관련 마케팅 제안을 힘주어 브리핑했지만,사장은 마과장의 말을 자르고 다른 팀에 질문을 던졌다. 브리핑을 듣는 도중 사장의 머릿속에 고객의 컴플레인 관련 대응 방안이 떠올랐고, 관련 부분을 담당자에게 즉시 확인하고 싶었다. 본인 말을 자르고 다른 직원에게 질문을 던진 사장에게 마과장은 또 한 번 기분이 상하면서 ‘이쯤 되면 혹시 사장이 개인적으로 나를 싫어하나’라는 생각마저 했다.

마과장은 회식 내내 격려 한 마디 없는 사장에게 많은 서운함을 느꼈고, 회식자리도 즐겁지 않았다. [사진 pixabay]

마과장은 회식 내내 격려 한 마디 없는 사장에게 많은 서운함을 느꼈고, 회식자리도 즐겁지 않았다. [사진 pixabay]

오후 6시 며칠 내내 회사를 괴롭게 했던 고객사 컴플레인 미팅은 끝났다. 회사 전 부서의 노력 덕분으로 문제는 원만하게 해결됐고, 사장은 특별 회식을 제안했다. 출근할 때부터 내내 마음이 상했던 마과장은 회식자리에서 일부러 사장을 피해 멀찍이 앉았다. 마과장은 회식 내내 격려 한 마디 없는 사장에게 많은 서운함을 느꼈고, 회식자리도 즐겁지 않았다.

게다가 회식자리에서 마과장의 감정은 결정적으로 폭발했다. G사에서 2년째 일하고 있는데도, 사장이 마과장의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과장은 성실한 근무 태도와 업무 실적으로 동료들에게도 인정받는 사람이다. 아무리 직원의 이름을 잘 못 외우는 사장이라도 마과장의 이름을 헷갈리는 것은 실망이었다. 마과장은 회식자리에서 사장의 ‘수고했다’라는 말을 듣지 못한 것도 서운한데, 이름까지 잘 못 불리게 되면서 회사에 대한 애정이 뚝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긴 하루를 마치고 퇴근하는 마과장은, 본인이 근무하는 G사를 좋은 회사라고 생각할까? 급여와 복지가 나쁘지 않다고 하더라도, 사장에게 무시당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반복되면, G사는 자신과 맞지 않는 회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일을 통한 자아실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좋은 회사가 되기 위해서 선행돼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사장님의 응급처치’다. 응급처치는 어떤 상처에 ‘최소한의 즉각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다. 사장님의 응급처치란 직원들의 근로의욕과 자아 성취감을 위해 사장이 할 수 있는 ‘간단하고 즉각적인’ 방법을 의미한다. 심지어 돈도 들지 않는다. 직원들에게 ‘좋은 회사’, 프로일잘러들에게 ‘일하고 싶은 회사’로 만드는 간단한 3가지 응급처치를 공유한다.

첫째, 직원들과 눈 마주치고 인사하기다. 회사에서 직원들의 자아 성취감을 높여주는 첫걸음은 직원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사장에게 긴장하는 마음으로 인사하는 직원들에게 눈을 맞추고, 인사에 화답하는 것은 매우 간단하지만, 직원들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둘째, 직원 이름 외우기다. 물론 이름 외우기에 약하거나 이름을 헷갈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전철역 틀리지 않고 이름 외우기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정확하게 모든 직원의 이름을 외우는 것 자체가 중요하기보다는 우리 회사 직원을 향해 사장인 내가 늘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다는 표현을 하는 데 의미가 있다. 만약 사장이 직접 컨택하는 직원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준다면, 그 직원은 사장과 보다 열린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다.

셋째, 칭찬하고 격려해주기다. 영어권에서 ‘Thank you’라는 표현이 말끝마다 사용되 듯 직원의 사소하고 작은 수고에도 사장님의 칭찬과 격려의 표현이 필요하다. 특히 직원의 작은 노력에는 격려의 말 한마디를 그 자리에서 즉시 해주는 것, 특정 직원이나 부서가 주목할 만한 업무성과나 큰 프로젝트의 결실을 기록했다면, 꼭 전체 직원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공적으로 칭찬하고 축하하는 사장님의 센스가 필요하다.

사장이 직원들과 늘 눈을 맞추고 웃으며 인사하고, 이름을 부르며 소통하고, 작은 일에도 칭찬하고 격려한다면, 부서장들도 사장을 따라 본인 팀원의 자아 성취감과 근로의욕 향상에 기여하게 된다. [사진 pxhere]

사장이 직원들과 늘 눈을 맞추고 웃으며 인사하고, 이름을 부르며 소통하고, 작은 일에도 칭찬하고 격려한다면, 부서장들도 사장을 따라 본인 팀원의 자아 성취감과 근로의욕 향상에 기여하게 된다. [사진 pxhere]

특히 칭찬과 격려가 효과적이려면 반드시 적절한 시기와 장소에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큰 프로젝트에서 업무성과를 낸 직원을 화장실에서 마주쳤을 때 손 씻으면서 ‘이번에 자네 아주 잘했어’라고 칭찬하는 것은 당연히 효과가 떨어진다. 칭찬과 격려에도 효과를 발휘할 만한 시기와 장소가 있다. 또 칭찬과 격려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누가, 어떤 팀이, 어떤 결과를 냈기 때문에 칭찬하고 격려한다고 정확하게 언급해야 한다. 특히 성과금이나 복지를 마련할 규모가 아직 안되는 회사일수록 칭찬과 격려가 중요하다. 직원은 사장의 말 한마디로 회사에서 인정받고 존중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사장은 회사의 문화와 분위기를 만드는 핵심적인 위치에 있다. 사장이 직원들과 늘 눈을 맞추고 웃으며 인사하고, 이름을 부르며 소통하고, 작은 일에도 칭찬하고 격려한다면 부서장들도 사장을 따라 팀원의 자아 성취감과 근로의욕 향상에 기여하게 된다. 즉 사장이 솔선수범할 때 궁극적으로 ‘좋은 회사’의 분위기와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다. 비용 없이 내 회사를 ‘좋은 회사’로 만드는 법. 내일 출근길에 간단한 방법부터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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