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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현기환·전병헌 이어 한병도마저···靑정무수석 잔혹사

중앙일보

입력

임동호(오른쪽)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오른쪽)과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임동호 전 최고위원 SNS]

임동호(오른쪽)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오른쪽)과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임동호 전 최고위원 SNS]

청와대 정무수석 수난사가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3일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2018년 지방선거 때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후보 경선을 앞두고 임동호 전 최고위원을 만나 경선 불참을 권유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검찰은 청와대와 여당 사이 다리 역할을 하는 정무수석이 단순히 가교 구실을 넘어 당 경선에 깊이 개입한 건 아닌지 수사 중이다.

한 전 수석의 전임이었던 전병헌 전 수석은 뇌물수수 의혹 등이 불거지며 불명예 퇴진했다. 전 전 수석은 정무수석으로 있으면서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한국e스포츠협회에 국가 예산 20억원을 배정해 달라고 기획재정부에 요구한 혐의를 받았다.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3~2015년 한국e스포츠협회에 GS홈쇼핑ㆍKTㆍ롯데홈쇼핑이 5억5000만원의 후원금을 내도록 한 혐의도 있었다. 전 전 수석은 1심 법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한국e스포츠협회를 통해 이권을 챙기려 한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해 2월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징역 5년과 벌금 3억5000만원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한국e스포츠협회를 통해 이권을 챙기려 한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해 2월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징역 5년과 벌금 3억5000만원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정무수석은 6명 중 4명이 정무수석 당시 행위로 재판을 받았다. 조윤선 전 수석은 진보 성향 문화예술계 단체의 지원을 배제했던 ‘블랙리스트’ 사건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조 전 장관의 전임인 박준우 전 수석도 같은 사건으로 기소됐다. 현기환 전 수석은 부산 엘시티(LCT) 건설사업과 관련해 금품을 받아 징역 3년 6개월 형이 확정됐다. 김재원 전 수석(현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정무수석 재직 당시 20대 총선 여론조사 비용 명목으로 국정원장으로부터 특수활동비 5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ㆍ2심에선 무죄가 선고됐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정무수석, 정권 수호로 역할 바뀌어”

정무수석 잔혹사가 계속되는 건 그 역할과 자리가 갖는 힘에 이유가 있다. 박정희 정부 때인 1963년 신설된 정무수석 자리는 주로 대통령의 ‘복심’(腹心)이자 중량급 인사가 맡아왔다. 고건(박정희·최규하), 허화평(전두환), 최병렬(노태우), 문희상(김대중) 등이 정무수석에 이름을 올렸다. 국회와의 소통이 정무수석의 주요 업무였지만, 밀실 정치의 대명사로 꼽히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에선 유인태 초대 정무수석 이후 2004년 "여당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취지에서 정무수석을 공석으로 뒀다. 하지만 2006년 지방선거 패배 이후엔 민정수석이 정무수석을 겸임했다.

세월호 특조위 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항소심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세월호 특조위 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항소심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이명박 정부에선 6명(박재완·맹형규·박형준·정진석·김효재·이달곤)이 정무수석을 역임했는데 박재완 초대 정무수석을 빼면 다른 5명은 전·현직 의원이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정무수석은 말 그대로 정무, 즉 정치적인 일을 담당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일에 연루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대통령과 국회를 가교하기 위해 정무수석 자리를 만들었는데 그 기능이 때론 정권 수호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여론 파악 등을 통해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내리는 정무수석이 자칫 여론 관철이나 여론 조작의 장본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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