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 옛 경원선 폐터널. 터널은 강원도 철원군과 경계를 이룬 고대산 자락에 있다. 길이 100m, 폭 10m 규모의 어두컴컴한 폐터널 바닥에는 얼음 막대 같은 형상의 ‘역고드름’이 무성하다.
2∼3㎝의 작은 것부터 1m 높이의 얼음 기둥이 무더기를 이룬 채 하늘을 향해 서 장관을 이루고 있다. 땅에서 자라서 하늘로 올라가는 형태로 커지는 것이다. 동굴의 석순처럼 바닥에서부터 위로 자라는 형태다. 폐터널 입구부터 안쪽까지 역고드름이 가득하다.
영하의 기온과 자연이 빚어낸 역고드름 300여 개 가운데 대부분은 양초와 대나무 모양을 하고 있다. 기도하는 여인을 모습을 하거나 아기를 업은 어머니, 다정한 연인 같은 갖가지 형상을 한 역고드름도 보였다.
이곳 역고드름은 이번 겨울 포근한 기온으로 인해 예년보다 보름가량 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말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해 이달 초부터 조금씩 커지고 있다. 추위가 본격화되는 이달 말부터 다음 달 말까지 역고드름은 더 커지며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연천 경원선 폐터널 내 300여개 역고드름 자라
연천군은 역고드름의 관광 자원화를 위해 터널 입구에 전망데크를 마련해 뒀다. 데크 앞에는 20여 대 규모의 주차장도 있다. 옆에는 옛 경원선 철길과 교각 일부가 남아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주변에는 백마고지·고대산 등 안보 관광지와 등산코스도 있다. 경원선 신탄리역에서 철원군 백마고지역까지 5.6㎞ 구간 철길이 복원돼 대중교통도 편리해졌다.
연천 역고드름 현장 방문 시에는 교통안전과 안전 관람 등에 주의해야 한다. 진출입로로 사용되는 1㎞ 길이 논둑길은 차량 한 대만 지날 정도로 폭이 좁고 2∼3m 높이의 둑 위에 조성돼 안전 운전이 필수다.
특히 빙판길·눈길을 이룰 경우 이 도로를 걸어서 가는 게 안전하다. 나무 울타리가 쳐져 있고 출입이 금지된 폐터널 안에 촬영을 위해 무단으로 들어갈 경우 미끄러져 다치거나 천장에서 떨어지는 고드름에 맞아 상처를 입을 위험이 높다.
전국적으로 보기 드문 신비한 자연현상
역고드름은 지난 2005년 한 주민에 의해 발견된 뒤 매년 한겨울 동안 모습을 보인다. 이석우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천장의 갈라진 틈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순식간에 얼어붙으면서 역고드름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곳 폐터널은 6·25전쟁 당시 북한군의 탄약고로 사용될 때 미군의 폭격을 받아 터널 위쪽에 틈이 생겼고, 이곳으로 물기가 스며들어 흘러내리는 게 역고드름 생성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라북도 진안군에 있는 마이산 은수사의 역고드름은 물그릇에서 매년 겨울 하늘을 향해 비스듬히 역고드름이 생기는 것과 달리 연천 역고드름은 수직으로 올라가는 게 특징”이라며 “전국적으로 보기 드문 신비한 대규모 자연현상”이라고 소개했다.
이 마을 장승록 이장은 “관광버스가 방문할 경우 진입로로 들어갈 수 없는 데다 마땅한 주차공간도 없어 아쉽다”며 “주변 도로변에 관광버스 주차장을 마련하고, 연결 교량을 개설하면 보다 많은 관광객이 편리하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천=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