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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쿨링 타라는 어떻게 케임브리지 박사가 됐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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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9호 20면

배움의 발견

배움의 발견

배움의 발견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열린책들

모르몬 부모 학교 안 보냈지만 #뼈 깎는 노력으로 인생 반전 #빌 게이츠, 오바마도 극찬 #“역사를 쓰는 사람은 바로 나”

아이다호는 미국 북서부의 주다. 한반도 면적 가까운 넓이에 170만 명밖에 살지 않는 한적한 곳이다. 그중에서도 벅스피크는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조그만 산골동네다. 『배움의 발견』 저자 타라 웨스트오버(33)는 이곳에서 가정분만으로 태어났으며 아홉 살이 될 때까지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채 자랐다. 엄격한 모르몬교 신자인 아버지는 7명의 자녀 중 막내 타라를 포함해 4명은 아예 학교에도 보내지 않았다.

웨스트오버 가족은 종말과 심판의 날을 준비하면서 해가 빛을 잃고 달이 피로 물드는지를 살피면서 살았다. 자동차 사고가 나서 죽을 지경이 돼도 병원에 가기를 거부하고 민간요법에만 의존했다. ‘산속 피신용’ 가방에 약초로 만든 물약, 정수기, 부싯돌, 쇠 같은 것을 넣어 종말에 대비했다.

타라의 할머니는 “야만인들처럼 산이나 헤매고 다니는 대신 학교에 가야 한다”고 했지만 아버지는 “공교육은 아이들을 신에게서 멀어지게 하려는 정부의 음모”라며 반대했다.

『배움의 발견』은 학교 문턱에도 가 보지 못했던 타라가 아이다호주 브리검 영 대학을 거쳐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 박사 학위를 따기까지의 눈물겨운 서사를 기록한 회고록이다. 그가 꼼꼼히 써 놓은 일기를 바탕으로 배움과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실감 나게 유려한 문장으로 그려냈다. 학교도 모자라 학원에 붙어살아야 하는 한국의 ‘대치동 키즈’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별세계의 이야기다.

16세까지 학교를 안 다녔지만 케임브리지 박사라는 반전을 일궈낸 타라 웨스트오버. 자신의 성공기를 『배움의 발견』에 녹였다. [사진 열린책들]

16세까지 학교를 안 다녔지만 케임브리지 박사라는 반전을 일궈낸 타라 웨스트오버. 자신의 성공기를 『배움의 발견』에 녹였다. [사진 열린책들]

아버지가 운영하는 폐철 처리장 일을 거들고 산파이자 동종 요법 치유사인 어머니를 돕던 타라는 16세 되던 해 타일러 오빠로부터 “집 바깥의 세상은 넓다”며 “학교로 가라” 는 조언을 듣는다. 아버지 몰래 미국 대학 입학 자격시험 중 하나인 ACT 준비에 들어가지만 독학으로 입시 공부하기란 너무나 벅찼다. 굴하지 않고 재도전 끝에 타라는 기적적으로 모르몬 교회가 운영하는 이웃 유타주의 브리검 영 대학에 합격한다.

하지만 보잘것없는 홈스쿨링 경력이 전부였던 타라에겐 또 다른 시련이 시작됐다. 오랜 고립으로 주류 사회와는 동떨어진 생활을 했던 그는 수강신청도 제대로 못 해 곤욕을 치렀고 미국사 첫 쪽지시험에선 한 문제도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서양예술사 수업 땐 이탤릭체로 된 ‘홀로코스트’라는 단어를 발음하지도 못해 망신을 당했다. 괴물 취급을 받은 타라는 낙제도 했다. 일기장엔 “어릴 때 왜 제대로 된 교육을 받도록 허락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썼다.

하지만 “필요하면 다시 집으로 돌아오라”는 아버지의 충고 아닌 충고와 모든 절망, 모든 시련을 딛고 타라는 분연히 일어섰다. 성적은 날이 갈수록 향상됐고 대학 생활도 그럭저럭 적응해 나가게 됐다. 그러다 유대인 역사 강의를 하던 케리 박사와 면담하던 중 “계속 도전을 해 보세요. 케임브리지라고 들어 봤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의 도움으로 케임브리지 교환학생이 된 타라는 지도 교수 스타인버그로부터 “(타라가 제출한) 이 에세이는 그동안 읽어 본 것 중 가장 훌륭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타라는 누군가로부터 모욕을 당할 준비는 돼 있었지만 이런 말을 들을 준비는 돼 있지 않았다. 케리 박사는 한술 더 떴다. “학생은 가짜 사금파리가 아니라 순금이에요.” 브리검 영 대학에서 영웅이 된 타라는 역사학과 최우수 학부생으로 졸업했다. 스타인버그 교수의 도움으로 ‘게이츠 케임브리지 장학금’을 받게 된 타라는 이제 자신이 당당하게 케임브리지에 있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믿는 여성으로 변신했다. 타라는 하버드대 방문연구원을 거쳐 드디어 케임브리지대 박사 논문을 완성한다. 브리검 영 대학에 들어간 지 10년 만인 2014년 타라는 웨스트오버 박사가 됐다.

타라는 “누가 역사를 쓰는가?”라 자문하고는 “바로 나”라고 대답했다. 그는 자신이 얻은 새로운 자아를 ‘변신·탈바꿈·허위·배신’이라고 했다. 그리곤 “나는 그것을 교육이라 부른다”고 했다.

빌 게이츠, 버락 오바마, 오프라 윈프리 같은 사람들이 극찬한 이 책은 유명한 상이란 상은 죄다 휩쓸었다. 그러나 이 책의 위대함은 단순히 박사학위를 딴 성공스토리에 국한돼 있지 않다. ‘원시사회’ 가부장 아래서 고립무원이었던 한 여성이 자아를 찾아가는 투쟁의 과정은 만인의 공감을 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책은 우리에게 교육의 본질과 배움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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