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군 기지 '족집게 타격'한 이란…"北 미사일도 가능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8일(현지시간)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 공습을 놓고 군 안팎에선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란과 북한의 미사일 밀월 관계 때문이다. 이란이 실전에서 보여준 것처럼 북한 역시 요격을 피해 정밀하게 미사일 공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상업용 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공개한 공습 이후 알 아사드 기지의 위성사진. 구조물을 정확히 타격한 모습이 눈에 띈다. [사진=플래닛랩스]

상업용 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공개한 공습 이후 알 아사드 기지의 위성사진. 구조물을 정확히 타격한 모습이 눈에 띈다. [사진=플래닛랩스]

상업용 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공개한 공습 이후 알 아사드 기지의 위성사진을 보면 이란의 탄도미사일은 대부분 목표물에 정확하게 떨어졌다. 우선 미군 기지 내부에 일정한 탄착군이 형성된 모습이 눈에 띈다. 여러 시설이 몰려있는 곳 가운데 특정 지점의 구조물을 정확하게 타격할 만큼 정밀도가 높았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9일 “분산탄이 아닌 단일 탄두로 상당히 정밀하게 유도된 공격”이라며 “전지구위성항법(GNSS) 등 보조 항법을 쓰는 유도무기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도 "미군 기지 건물 가운데를 타격한 흔적이 여럿 보인다"며 "이는 우연히 떨어진 게 아니라 정교하게 계획된 결과"라고 말했다.

해외 전문가들도 이란의 정밀 타격 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연구소(MIIS) 비확산센터 소장은 트위터에서 “이란은 실수하지 않았다”며 “건물들이 정확히 타격 됐다”고 썼다.

상업용 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공개한 공습 이후 알 아사드 기지의 위성사진. 구조물을 정확히 타격한 모습이 눈에 띈다. [사진=플래닛랩스]

상업용 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공개한 공습 이후 알 아사드 기지의 위성사진. 구조물을 정확히 타격한 모습이 눈에 띈다. [사진=플래닛랩스]

문제는 이번 공습이 한반도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군 당국은 이란의 사례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가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과 이란은 미사일 기술을 공유해왔다. 북한도 이란처럼 정밀 타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이란이 키암-1(사거리 800㎞)과 파테-110(사거리 400㎞)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섞어 쏜 것으로 보고 있는데, 두 미사일 모두 북한과 연관성이 있다.

키암-1은 이란이 북한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샤하브-2를 모체로 사거리를 늘린 신형 미사일이다. 파테-110의 경우 이란은 “100% 국내 기술로 개발됐으며 정밀유도 기능이 탑재됐다”고 주장하지만, 배후에 북한과 기술 협력이 있었다는 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파테-110이 2012년쯤 북한으로 수출돼 신형 방사포(KN-09)의 기술적 토대를 이루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보 당국은 북한이 파테-110 기술을 참고해 KN-09에 GNSS와 같은 항법 장치를 적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의 파테-110 미사일. [중앙포토]

이란의 파테-110 미사일. [중앙포토]

한·미 당국도 이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미 국방정보국(DIA)은 지난해 11월 ‘이란 군사력’ 보고서를 내면서 “이란 미사일은 북한 미사일 기술의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도 2018년 펴낸 ‘북한 군사경제 비대화의 원인과 실태’에서 “이란은 북한에 핵무기와 고체연료 기술을 지원했고, 북한은 액체연료 기술 개발을 도왔다”고 평가했다.

이번 이란 미사일이 미군의 방공망을 피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신에 따르면 일단 두 기지에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패트리엇 미사일은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배치됐더라도 이란이 탄도미사일을 저각으로 발사해 미군의 방호 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북한도 같은 방식으로 한·미의 방공망을 속수무책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 실제 북한은 지난해 5월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인 KN-23를 선보이면서 중점적으로 저각 발사를 시험했다. 북한은 지난해 5월 고도 60여㎞로 KN-23의 시험 발사를 시작하더니 이어 고도 30㎞로 발사했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고도 30㎞ 안팎으로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리면 요격이 어렵다는 점을 노리고 이 같은 시험을 반복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근평·박용한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