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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보낸 5박6일…낮엔 기항지 투어 밤엔 선상파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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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크루즈 승객들이 기항지 블라디보스토크의 명물 금각교 를 바라보고 있다. 전형철 기자

크루즈 승객들이 기항지 블라디보스토크의 명물 금각교 를 바라보고 있다. 전형철 기자

낯선 여행을 떠났다. 5박6일 한국~러시아~일본을 잇는 크루즈선을 탔다. 무게 11만t, 폭 290m의 이탈리아 선박 코스타 세레나호는 웅장했다. 바다 위의 특급호텔이라는 말 그대로였다. 크루즈는 실제로 14층이다. 승객은 3000명이 타는데 승무원은 무려 1000명에 달한다.

러시아·일본 크루즈 여행 #속초 출발 블라디보스토크 관광 #날마다 이색 공연, 재테크 강연도 #일본 소도시 정원 보는 재미까지

바다 위 호텔 … 선실 창 밖엔 돌고래쇼

배는 늦은 밤 속초항을 출발했다. 2인실이 생각보다 넓었다. 샤워가 가능한 화장실도 있었다. 선상 생활의 모든 정보를 담은 한국어 신문이 방으로 배달됐다. 일정을 짜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 숨결처럼 고르지만 낯선 진동에 잠이 깼을 때 돌고래 떼가 배를 따라오고 있었다. 북한과 러시아 사이 망망대해 어디쯤이었다.

둘째날, 선장이 주최하는 환영 칵테일 파티가 열렸다. 이어 저녁 정찬. 미리 주문한 요리가 코스별로 나왔다. 남자는 정장, 여자는 드레스를 입으란다. 난생처음 나비넥타이를 맸다. 망설였지만 하얀색과 검은색 타이를 준비해오기 잘했다. 선장과 기념사진도 찍었다.

3000여 명이 탈 수 있어 ‘바다 위 호텔’로 불리는 코스타 세레나호. [사진 롯데관광]

3000여 명이 탈 수 있어 ‘바다 위 호텔’로 불리는 코스타 세레나호. [사진 롯데관광]

이탈리아 마술사의 매직쇼, 한국 오페라 가수, 비보이팀과 복면가왕 스타의 공연이 잇달았다. 가수 조갑경과 홍서범 커플이 무대에 오른 날 반응은 절정에 달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의 어깨가 들썩였다. 친구끼리 여행 온 여성 6명은 스마트폰 플래시를 흔들었다. 아이들은 모르는 노래일 텐데도 환호했다.

심심할 새가 없었다. 댄스·요가 레슨, 스트레칭 클래스, 비디오게임, 초콜릿 시식, 탁구대회, 요리 강습, 노래방, 어린이축구교실, 이 모든 게 무료였다. 연해주 역사 강연과 노후대비 재테크 특강도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농구 자유투와 깡통 쓰러뜨리기 게임에 참여해 오페라 가면 3개를 상품으로 받았다. 참가할지 말지 선택은 100% 자유였다. 그저 ‘구경꾼 모드’로 어슬렁거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갑판 수영장에서 선베드에 누워 대양을 내려다 보니 가슴이 탁 트였다.

가장 가까운 유럽 도시를 경험하다

선상에서는 날마다 다양한 공연과 파티, 게임 등이 펼쳐진다. [사진 롯데관광]

선상에서는 날마다 다양한 공연과 파티, 게임 등이 펼쳐진다. [사진 롯데관광]

첫 번째 기항지 여행을 하는 날. 배가 블라디보스토크에 닿았다. 2012년 APEC 개최로 유명해진 금각교(Golden horn bridge) 뒤로 해가 솟았다. 언덕에 늘어선 유럽풍 건물의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 도시라 할 만한 풍경이었다.

일제 강점기에 연해주로 이주한 한국인의 혼이 서린 아르바트 거리를 걸었다. 이곳을 찾는 한국 관광객이 매년 2배씩 늘고 있단다. 한글로 ‘킹크랩, 독도새우’라고 쓴 쪽지가 곳곳에 붙었다. 한국식당 안내 전단을 하얀 얼굴의 러시아 청년이 나눠줬다.

두 번째 기항지는 사카이미나토(境港). 일본 47개 현 중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돗토리(鳥取)현의 서쪽 끝 도시다.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요괴 만화 캐릭터와 온천도 유명하지만, 아다치 미술관과 하나카이로 식물원을 둘러봤다. 하나카이로는 ‘플라워 돔’을 에워싼 1㎞ 원형 둘레길이 인상적이었다. 지상 30m 높이에 놓인 폭 4m짜리 전망 회랑이다. 사계절 내내 공중을 걸으며 주제별 정원을 즐길 수 있단다.

귀국 전날 밤 짐을 일찌감치 꾸려 방문 앞에 내놓았다. 여정을 되새김질하다 선잠이 들었는가. 먼동이 트는 걸 본 것 같다. 배가 부산항에 다가서고 있었다. 잠결에 해운대 스카이라인이 보였다. 아, 익숙한 곳으로 돌아왔구나. 크루즈가 끝났다. 꿈같다.

여행정보

크루즈 여행은 전세선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롯데관광이 상반기에 두 차례 전세선을 띄운다. 5월 8일 출발하는 부산~속초~블라디보스토크~가나자와~사카이미나토~속초 6박7일 코스, 5월 14일 출발하는 속초~블라디보스토크~사카이미나토~부산 4박5일 코스다.

전형철 기자 sar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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