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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송철호 공약, 1년뒤 나온 국가균형위 보고서와 '판박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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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左), 송철호(右)

김기현(左), 송철호(右)

송철호 울산시장이 2018년 6·13 지방선거 후보 시절 내놓았던 공약 상당수가 2019년 1월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내놓은 '제4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의 울산 지역 계획과 '판박이'인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중앙정부의 종합계획에 담길 울산시 지역 추진사업을 약 1년 먼저 알고 공약을 내건 셈이다. 송 시장은 선거 전인 2017년 11월 말부터 국가균형발전위에서 공식 직책도 없는 '고문직'을 맡아 논란이 되고 있다.

전날 '대학살'로 불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패싱' 인사안을 받아든 검찰은 이날 국가균형발전위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13일 인사 발령 전 윤석열 검찰총장이 청와대 울산 선거 개입 사건의 급소를 찌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균형위 보고서와 토씨 하나 안 틀린 송철호 공약 상당수

중앙일보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송 시장이 울산시장 선거 후보 시절 내놓은 공약 수립 및 이행과 관련된 사안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 있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 있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균형발전위가 내놓은 5개년 계획(2018~2022년)의 울산 지역 사업을 살펴보면, 송 시장의 공약과 겹치는 게 대부분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울산 공공병원 건립 사업이다. 이 사업은 당초 송 시장에게 밀려 낙선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산재 모(母) 병원'이란 명칭으로 추진하던 사업과 유사한 사업으로 송 시장이 내놓은 공약이었다. 선거 직전 기획재정부가 김 전 시장의 사업안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탈락 결과를 내놓아 정부의 선거 개입 의혹을 받는 사업이기도 하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20일 관계기관인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또 최근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지난해 1월 송 시장과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을 만나 울산 공공병원 공약을 논의했던 장환석 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선임행정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 공약이던 공공병원 공약, 울산 외곽순환도로 등 현안을 논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 외곽순환도로 건설 역시 송 시장이 후보 시절 내놓은 공약이었다. 이 밖에도 송 시장이 공약한 ▶북방경제협력 중심기지 육성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해수전지 기반 해수담수화 플랜트 사업 ▶국립 3D프린팅연구원 설립 ▶울산형 열린 시립대학 설립 ▶울산형 출산장려 사업 추진 ▶동남대기환경청 건립 ▶체험형 미래과학전시관 건립 ▶태화강 백리길 생태관광 자원화 사업 등이 균형발전위 보고서에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제시돼 있다.

지난 4월 울산시청에서 송병기 경제부시장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에 선정된 산재전문 공공병원 건립사업 부지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울산시청에서 송병기 경제부시장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에 선정된 산재전문 공공병원 건립사업 부지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울산시가 추진 안한 사업들…송철호는 당시 균형위 고문"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청와대와 경찰의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에 대해 세 번째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청와대와 경찰의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에 대해 세 번째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시장은 송 부시장의 2017년 10월10일자 수첩에 '서울 지역균형발전위 산재모병원 → 좌초되면 좋음'이라고 써진 내용이 청와대와 정부의 선거 개입에 결정적 단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위는 국가균형발전위의 전신이다.

김 전 시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송 시장이 내건 공약에 대해 울산시에서 추진한 적도 없고, 국가균형위에 관련 내용을 보고한 적도 없다"며 "울산시장 선거 전부터 송 시장이 국가균형발전위의 고문을 했다니, 공약을 사실상 함께 만든 것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김 전 시장은 이어 "공공병원뿐만 아니라 공약 전반에 대해서 국가균형발전위라는 대통령 직속 기구를 통해 특정 후보 또는 후보가 되기 전부터 뒤를 봐준 것"이라며 "송 시장 공약을 놓고 된다, 안 된다를 사실상 정해 준 셈인데 경쟁자는 안대 씌워 놓고, 미는 후보는 눈 나쁘다고 콘택트렌즈까지 씌워주고 달리기 시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시장은 2017년 11월 27일 국가균형발전위의 고문직으로 위촉됐다. 하지만 고문직 근거 규정은 같은 해 12월 뒤늦게 신설됐다. 이 때문에 야권을 중심으로 ‘청와대·여당이 송 시장을 울산시장에 당선시킬 목적으로 고문단을 구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송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 국면에서 한 지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균형발전위원회를 통해서도 그렇고, 직접적으로도 그렇고 지속적으로 대통령을 설득하면 울산의 현안들에 대해서는 아마 특단의 조치를 해주실 것이라고 저는 믿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송 시장은 또 '송재호 균형발전위원장과 같은 송씨인가, 항렬은 누가 위인가'라는 앵커의 질문에는 "제가 위고, 늘 형님 대접을 받는다"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공식 직책에도 없는 고문직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국가균형발전위 관계자는 "본회의 참석 대상은 아니고 위원장과 위원회에 전화와 대면을 통해 자문을 해주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는 이와 관련해 송 시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와 문자를 통해 접촉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송철호 울산시장이 2일 오전 울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0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뉴스1]

송철호 울산시장이 2일 오전 울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0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뉴스1]

'대학살' 인사안 받아든 검찰, 청와대·정부 직접 겨냥하나 

윤석열 검철총장이 지난 7일 오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과천 법무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최정동 기자

윤석열 검철총장이 지난 7일 오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과천 법무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최정동 기자

법무부는 8일 오후 7시30분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전격 발표했다. 검찰총장 의견 수렴 절차를 생략하고, 윤 총장 참모진 모두를 좌천시켰다. 윤 총장의 참모진들은 조국 비리 수사와 함께 청와대 울산시장 개입 사건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지휘했다.

검찰이 이날 국가균형발전위를 전격 압수수색한 것은 이에 대응해 청와대와 정부를 직접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인사안은 전날 공개됐지만, 발령은 13일이다. 아직은 자리를 이동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검찰 관계자는 "균형발전위는 정책 집행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함께한 공무원들의 혐의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균형발전위는 국가 균형 발전의 기본방향과 관련 정책의 조정에 관한 사항을 심의·조정하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다. 송재호 위원장을 포함해 당연직 위원과 위촉 위원, 전문 위원 등으로 구성된다. 당연직 위원은 기획재정부 장관, 교육부 장관 등 13개 부처 장관들이다.

강광우·이가영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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