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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 중앙지검장·검찰국장 앉히고…윤석열은 대검에 갇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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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오른쪽)과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이 지난 3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추미애 신임 법무부장관 취임식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오른쪽)과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이 지난 3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추미애 신임 법무부장관 취임식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사단은 전국 각지로 유배 보내고 검찰 내 친노·친문 인사들은 한양 중심부로 끌어올렸다.”

검사장 승진 5명 중 2명 호남 출신 #조국·유재수·울산 수사 차질 예상 #한동훈 “사의 표명할 생각 없다” #검찰내 “이번 인사 문제될 것” 별러

법무부가 8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발표하자 검찰총장을 지낸 법조계 인사가 내놓은 분석이다.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된 이들은 모조리 한직으로 밀려나고 검찰 내 요직으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에 ‘친문’ 인사가 배치됐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이날 인사가 저녁 7시30분쯤 공개되자 “해 떨어지고 인사 내는 건 처음 본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중앙지검장에는 이성윤(58·연수원 23기) 법무부 검찰국장이 보임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2006년까지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으로 파견돼 당시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을 보좌했다. 직전 배성범 중앙지검장에 비할 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의 동력이 약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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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자리인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조남관(55·24기) 서울동부지검장이 자리를 옮긴다. 조 신임 국장은 2006~2008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을 지냈다. 조 국장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뒤 검찰 내부망에 “검찰 수사의 발단이 된 박연차 비위를 제대로 감찰하지 못한 죄스러움이 있다”며 “봉하마을로 내려가 조문하는 것이 인간에 대한 도리라 생각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호남 출신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이 지검장과 조 국장은 모두 전북 전주고 출신이다. 이번에 검사장으로 승진한 5명 중 2명도 전북·전남 출신이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맡은 심재철(51·27기)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온 배용원(52·27기) 수원지검 1차장검사가 그렇다. 조 전 장관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의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장에는 광주 인성고 출신의 고기영(55·23기) 부산지검 검사장이 자리를 잡았다.

검찰 고위직 32명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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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으로 불린 이들은 전국으로 흩어졌다. 조상준(50·26기) 대검 형사부장과 한동훈(47·27기) 반부패·강력부장, 이원석(51·27기) 기획조정부장 역시 한직으로 분류되는 서울고검·부산고검·수원고검 차장검사로 가게 됐다. 박찬호(54·26기)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서울에서 가장 먼 제주지검 검사장으로 내려간다.

법조계는 대체로 이번 인사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족을 자르고 그 자리에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채웠다고 평가한다. 윤 총장 주변을 정리하면서 그가 사실상 대검에 갇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에서 진행하던 조 전 장관과 청와대 인사들에 관한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현직 검사들 사이에서는 향후 차장·부장검사 인사까지 나면 현 정권을 향한 수사는 사실상 무력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현직 검사는 “대검 인사는 오히려 예상했지만 이후 실무 수사진 인사가 더 걱정된다”며 “새로 들어온 수사 지휘부들은 무슨 수사를 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수사통을 다 날린 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직으로 발령 난 검사들은 일단 사표 제출을 미루는 분위기다. 조 전 장관 수사를 지휘했던 한동훈 검사장은  “사의 표명할 생각 없다. 어디서든 공직 생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는 “예상했던 결과”라며 “이번 인사가 문제가 돼 분명히 쟁점이 될 것”이라고 벼르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윤 총장 역시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대구고검 등 한직으로 발령났으나 정권이 바뀌며 복귀했다.

이가영·강광우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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