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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동 군사 충돌 지켜보는 김정은의 선택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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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 기지 두 곳에 대한 보복 공격에 나선 8일 북한은 이날 오후까지 일단 침묵했다.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라크가) 외국 군대의 철수를 요구하는 법안 채택했다”는 짤막한 기사를 6면에 게재했을 뿐이다. 이란의 미군기지 공격 시점이 8일 오전 1시 20분(현지시간)인 탓이다.

미국이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드론 공격으로 살해한 데 대해 이란이 8일 이라크내 미군 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미국이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드론 공격으로 살해한 데 대해 이란이 8일 이라크내 미군 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과연 북한은 어떤 반응을 내놓을까. 정부 당국자는 “미국과 이란이 전쟁 분위기로 치닫자 새로운 변수에 맞게 향후 북ㆍ미 관계 등을 재점검하고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엔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첫 현지지도 일정으로 평안남도 순천시 순천인비료공장을 찾았다고 7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첫 현지지도 일정으로 평안남도 순천시 순천인비료공장을 찾았다고 7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 연합뉴스]

핵 능력이 ‘보검’이다?

하지만 몇 가지 우려할만한 예상 반응을 추정해볼 순 있다. 북한은 그동안 핵 능력을 국가 안전의 '보검'이라고 주장해왔다. 북한은 2003년 이라크가 미국으로부터 공격받은 건 핵무기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펴왔다. 이번에도 이란군 수뇌부가 미국의 공격을 받은 건 억제력, 즉 절대무기로 여겨지는 핵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보고 이를 향후 핵 능력 강화의 근거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무적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계속 강화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면서 “이번 사태를 ‘거 봐라. 우리의 전략이 맞지 않냐’며 자신들의 논리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쪽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당장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기보다 '정면돌파'를 강조하며 핵·미사일 추가 개발의 불가피성을 대내외적으로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미국 믿지 말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북한과의 협상은 여전히 희망적”이라며 이란과는 상반된 메시지를 던졌다. 하지만 북한은 오히려 이번 사태를 협상에 임하는 미국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계기로 삼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란과의 핵 합의(JCPOA)를 파기하고 군사행동에 나선 것을 눈앞에서 지켜본 북한은 이를 자신들의 미래로 여길 수 있다. 북한은 이미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전임 클린턴 행정부가 맺은 제네바 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경험을 갖고 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협상→합의→파기→공격으로 이어진 미국과 이란 관계를 지켜보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과의 협상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 이 때문에 향후 미국과 협상에 나서더라도 의회 승인 등 ‘불가역적인'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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