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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거율 46% 공개수배···12년째 지워지지 않는 이름, 황주연

중앙일보

입력

올 상반기(1월1일~6월30일) 중요지명피의자 종합공개 수배 전단지. 18번째 용의자는 검거돼 얼굴을 지웠음. [사진 경찰청]

올 상반기(1월1일~6월30일) 중요지명피의자 종합공개 수배 전단지. 18번째 용의자는 검거돼 얼굴을 지웠음. [사진 경찰청]

올 상반기 경찰의 ‘중요지명피의자 종합공개수배’ 전단에 국제PJ파 부두목 조규석(60)과 희소병 용의자 성치영(48)이 새로 포함됐다. 조씨는 지난해 5월 경기도 양주에서 발생한 50대 부동산 사업가 납치·살인사건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인물이다. 7개월 넘게 도피생활 중이다.

성씨는 2009년 전북 정읍에서 벌어진 이삿짐센터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다. 그는 만성 염증 질환인 ‘베체트병’을 앓아 병원 처방이 필요한데도 11년째 행적이 묘연하다.

경찰은 공개수배 전단을 본 시민들의 결정적 제보를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수배 전단이 명탐정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수배 전단 오르면 검거율 45.8% 

공개수배 전단은 피의자 20명의 혐의와 얼굴 사진·이름(나이)·체격조건·말씨를 담고 있다. ‘양쪽 귀모양 특이’처럼 눈에 띄는 신체특징이 들어가기도 한다.

주로 신속한 검거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살인·성폭력 등 강력범이나 피해 금액이 큰 경제사범이다. 매년 5월과 11월 변호사·교수 등 외부인이 참여하는 공개수배위원회를 거쳐 상·하반기 20명씩 선정한다.

2만여 장의 전단이 만들어지면 지하철역이나 여인숙·찜질방처럼 수배자가 들를 만한 장소에 붙인다. 경찰 국민제보 앱 ‘목격자를 찾습니다’에도 오른다.

2015~2019년 공개수배 전단에 한 번 이상 이름을 올린 피의자는 72명이다. 이 중 33명이 붙잡혔다.

검거율 45.8%다. 2014년 50대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수배된 용의자가 “자주 오는 손님과 닮았다”는 시민의 제보로 붙잡힌 게 대표적이다.

중요지명피의자 종합공개수배 전단에 붙는 '검거' 안내 스티커 이미지 사진. [사진 경찰청 블로그]

중요지명피의자 종합공개수배 전단에 붙는 '검거' 안내 스티커 이미지 사진. [사진 경찰청 블로그]

전단배부 전 수배자 잡히기도 

통상 지명피의자 선정→전단 제작→배부까지 2달 가까이 걸리다 보니 그 사이 피의자가 잡히는 일도 있다. 올해 상반기 전단 속 18번째 피의자인 A씨(46) 얼굴 사진 위로는 “여러분의 신고로 검거”라고 쓴 스티커가 덧붙어져 있다.

전단 제작 이후 검찰이 검거 사실을 경찰에 알려줬다고 한다. A씨는 경찰의 공개수배위원회 논의 단계에서는 ‘미검 상태’였다.

물론 장기간 잡히지 않는 피의자도 있다. 12년째 이름이 지워지지 않고 있는 황주연(44)이다. 황씨는 2008년 6월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인근 길가에서 전처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10명 지명수배자 명단. [사진 FBI홈페이지]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10명 지명수배자 명단. [사진 FBI홈페이지]

미 FBI는 유튜브로도 수배 

미국과 독일·일본·대만 등도 공개수배 제도를 운용 중이다. 미 FBI(연방수사국)의 수배전단 이름은 ‘텐 모스트 원티드’(10 Most Wanted)다.

매우 위험한 인물이라고 판단한 10명의 범죄 피의자를 선정해 수배하고 있다. 이름과 나이·출신지 외 구체적 혐의와 별명도 소개한다. FBI는 유튜브 영상과 오디오 클립으로도 지명수배 정보를 알리고 있다.

텐 모스트 원티드 속 첫 번째 인물은 멕시코 범죄 조직 수괴로 알려진 라파엘이다. 1985년 멕시코에서 미(美) 마약 집행국 특별요원의 납치 및 살해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다.

별명은 ‘라파’라고 한다. 정확한 의미는 전해지지 않는다. FBI는 라파에 대해 “무장하고 극도로 위험하다(Armed and extremely dangerous)”는 경고도 붙였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인권침해 논란 막으려면 법률적 근거 있어야"

종합 공개수배는 시민 제보를 끌어낸다는 효과가 있지만, 만일 전단 속 피의자가 나중에 무혐의 또는 무죄 판단을 받으면 명예 훼손 피해를 주장할 수도 있다. 이에 형사소송법 등에 법률적 근거를 담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수배전단 관련 규정은 경찰청 훈령인 ‘지명수배 등에 관한 규칙’을 따른다. 2012년 공개수배 제도에 대한 논문을 낸 김봉수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으로 규정돼있지 않은 제도로 남겨둔다면, 나중에 인권침해 논란과 각종 분쟁이 생겼을 때 이 제도를 활용하기 어려워 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며 "공개수배 제도의 활용가치를 높이기 위한 규범적 틀을 공고히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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