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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캐내기 20일 무슨일이 있었나 국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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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9월18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가 7일로 20일간의 감사를 모두 끝낸다. 그동안 숱한 행정의 난맥과 공직사회의 비리·부패가 드러났는가 하면 의원들의 자질과 상궤를 벗어난 추태들이 말썽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 국감에서 파헤쳐진 쟁점들과 감사의 현장에서 벌어진 얘기들을 종합해 본다.

<공안사건>
법사위 안기부감사에서 야당 측은 공안사건을 집중적으로 공략, 서경원 의원 사건 및 김대중 총재 입건 등을 둘러싼 수사절차상의 적법성 문제를 추궁했다.
야권 중 특히 평민당 의원들이 파상공세를 펼치며 공통으로 지적했던 문제점들은 ▲피의사실 공표 ▲국가보안법상의 불고지죄 및 ▲변호인 접견 제한 등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먼저 피의사실 공표에 있어 야당측은 현재 관행처럼 이루어지고 있는 공안당국의 수사발표가 『인권보호차원에서 기소 전에는 공표를 금하고 있는 현행법 조문을 국가기관이 스스로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며 『나아가 여론 재판을 통해 야권을 탄압하려는 음모』라고 질책했다.
또 변호인 접견제한은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의 침해』며 『특히 법원이 이의 부가를 결정했음에도 검찰 등이 이를 무시한 채 계속 접견을 금지시키는 등 공권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국민의 알권리』라는 주장을 내세워 기소전 수사발표의 불가피함을 역설했고 접견문제도 『피의자의 인권만큼 수사권보장도 중요하다』는 취지의 반론으로 맞섰다.
그러나 야권이 검찰의 이같은 대응을 또다시 반박할 만큼 제시했느냐에 대해서는 「대체로 미흡했다』는 평가가 지배적.

<국방예산>
89년 국방예산은 운영유지비 3조7천2백48억원, 전력증감비 2조2천9백억원 등 6조1백48억원. 전 국가예산의 3분의1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 엄청난 돈의 용처가 군사기밀이라는 이름 아래 거의 성역화 돼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 메스를 가하기 시작한 것이 작년 국감부터였는데 이번에도 군장비 구입과정의 부정문제 등이 제기됐다.
지난해 황명수 의원(민주)이 ▲성능이 우수한 30억원짜리 스위스제 레이다 대신 두배 가격의 벨기에제를 구입했고 ▲탱크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5천억원의 국고손실 등을 초래했다고 주장했었으나 광주·삼청교육대·보안사 정치간여 등 주요 정치 현안에 가려버렸는데 올해는 본격적인 메뉴로 떠올랐다.
지난달 19일 국방위에 대한 감사에서 평민당의 권노갑 의원은 물자의 고가도입, 장비도태, 초과품 처리 후 고가로 재구입, 정비 유지비 과다책정 등으로 80년이래 2조원의 국고손실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의 「2조원 파동」은 국방부측의 해명으로 「과장된 주장」으로 끝났지만 국방예산에 대한 본격걱인 감사의 포문을 연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평민당 정웅 의원이 제기한 「노후 레이다 구입으로 1백억원의 국고손실이 있었다」는 지적은 국방부의 시인, 사과를 받아냄으로써 국방예산에 대한 감사의 필요성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게 했다.
공군의 전투기구입(FX사업)· 장했는데, 특히 해군의 잠수함 문제는 도입과정의 의혹여부를 떠나 잠수함 보유자체가 뉴스가 됐다.
김현(공화)·권노갑 의원 등은 87년12월 잠수함 3척 도입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국제시세보다 두배 가깝게 비싼 2억2천5백만 달러씩에 계약했고 상당액이 정치자금화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또 이 후추가 6척의 도입도 의혹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1급 군사기밀이 부정의혹 매도에 공개된 셈. 이에 대해 군부측은 크게 반발했지만 군기법의 적용이나 국방예산의 공개기준에 대한 새로운 문제를 제기한 결과가 됐다.

<대기업특혜>
재무·경과·상공위 등에서는 한은특융회수지연, 은행돈 독식, 산업합리화정책과 관련한 6공신종특혜 등 재벌특혜의 실상이 다시 한번 파헤쳐졌다.
은행돈 편중지원현상은 다소 감소 추세이기는 하나 여전해 지난 8월말 현재 30대 재벌의 은행여신은 17조8천1백72억원으로 전체여신의 20.96%규모. 이중 두산·금호·한일합섬 등은 은행 빚이 오히려 증가.
또 30대 재벌그룹은 은행돈뿐 아니라 제2금융권 단자회사 돈의 41.4%(22조4천억원)를 빌려쓰고 있어 심각한 여신 과점현상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수출입은행의 경우 조선회사를 가진 현대(41.7%)·대우(32.9%)·삼성(5.7%)등 3대회사가 대출금의 80.3%를 얻어쓴 것으로 나타났고, 외환은행의 경우 주거래 기업인 현대가 총여신의 12%를 점유해 「현대의 사
가장 두들겨 맞은게 한은특융지연문제로 한은이 부실기업정리용으로 시중은행에 연리 3%의 싼 이자로 빌려주었던 특융자금의 임무를 거둔다면서 실제론 이를 다시 연리 8%의 단기유통성조절자금으로 바꿔 또 한번 변칙특혜를 주었다는 것이다.
이 덕분에 만기 도래한 은행 빚을 못갚겠다고 다시 나자빠진 삼익주택(7백21억원) 한신공영(3백77억원) 라이프주택(4백98억원)은 5공 특혜를 6공까지 연장하는 재주를 부렸다.
사안자체로 가장 질책을 받은 것이 미국해운회사 유에스라인의 파산으로 계약사인 대우조선에 수출입은행이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모자라는 돈(7백78억원)을 예산으로 메워주는 문제로 『왜 국민부담을 넘기냐』는 지적을 받았다.
대우조선은 여기저기서 말썽이 나 지난번 정상화조치로 산은이 기존대출금 2천5백억원을 7년 거치 10년 분할상환을 유예하는 등의 지원을 했는데 『이것이 6공 특혜의 본격 출발』이라는 추궁이 많았다.
또 조선공사를 한진에 인수시키는 과정도 여전한 시비.
덩치 큰 한국중공업 민영화문제에 대해 야당측은 삼성·현대의 로비살을 제기하고 6공 최대의 정경 합작품이라고 몰아 붙였으나 논란은 원점에서 맴돌았다.
서민들의 재벌특혜를 더욱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 것은 롯데호텔이 담보 한푼없이 3백1억원의 대출을 타낸 부분이었다.

<수의계약>
의 수의계약에 대한 시비가 계속됐다.
수의계약은 5공 시절 정경유착, 정치자금조성의 전형적인 사례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예산회계법시행령에 24개항에 걸쳐 갖가지 수의계약을 할 수 있는 경우를 규정, 사실상 이현령 강현령으로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게 해놓았다는게 야당의원들의 지적이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국감 이후에도 1억원 이상짜리 공사중 1백12억원을 수의계약으로 발주한 것(김우석·민주)과 88년부터 금년 8월말까지 발주한 설계용역 24건 67억7천5백 만원의 1백%가 수의계약된 것(서청원·민주) 이 지적됐다.
김 의원은 특히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따낸 건설회사에 전직 서울시 고급공무원이 취업해 있는 점을, 서 의원은 79·4%가 특정 3개 사에 넘어간 점을 의문점으로 제기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지난 1월부터는 수의계약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계약심사위에 외부인사를 참여시키고 ▲5공시 절대부분을 차지한 「시장방침」에 의한 수의계약을 없애고 ▲계속 공사의 총괄계약 방식도입 ▲경미한 하자 승계원칙 도입 등으로 지난해에 비해 공사는 37%에서 12·8%로, 용역은 95.4%에서 69·5%로 줄어들었다고 해명했다.
다른 기관의 수의계약은 이보다 훨씬 높은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환경오염·원전>
환경오염과 관련, 보사·경과동자위 등 유관상위의 국정감사는 ▲골프장의 농약남용 ▲상수원 오염실태 ▲서해안 오염 ▲환경영향평가의 실효성 문제 ▲원전사고문제 등을 제기했으나 전문지식 부족 등으로 우리의 환경문제 등이 아직 초보상태에 머물고 있음을 드러내는데 그쳤다.
골프장의 농약사용은 농경지 농약사용량 보다 6배에 이르는 8·6㎏까지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또 전국 40개 골프장 중 절반이 경기도 일대에 밀집해있고 건설예정골프장 65개의 62%인 40개가 한강상류에 건설될 예정이라는 점이 밝혀져 수도권 상수오염이 날로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특정산업폐기물 등 중금속 폐기물이 연 4만6건t 발생하고있으나 국내의 능력으로는 6·6%인 3천여t만을 화성사업소가 처리할뿐 나머지는 그대로 환경오염을 시키고 있는 심각성도 지적됐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환경문제를 다루는 환경청이 소극적이거나 오히려 위법을 저지르는 경우가 더 큰 문제점으로 등장했다.
환경청 산하 청주비닐재생공장이 폐수를 불법·무단 방류해 인근 농경지를 오염시키고 있음이 폭로됐다.
그러나 관심이 집중됐던 원전 주변의 환경오염, 원전종사자의 피폭여부는 질의수준에 머물렀고 핵 폐기물처리도 『대책을 마련중』이라는 답변을 얻는데 그쳤다.
이밖에 다국적 공해수출업체인 뒤퐁의 국내 상륙문제, 서울 등 대도시 연탄공장 지방이전도 뚜렷한 결론을 얻지 못한 채 질의수준에서 맴돌았다.

<서울시 행정>
뚜렷하게 부각된 단일비리는 없었으나 곳곳에서 노출된
좀처럼 씻어버리기 어려웠다.
서울시의 구청들이 무창인력 등 경비용역회사와 철거작업 계약을 한 것이(이동근·평민) 논란이 됐다.
경비용역회사는 경비업무만 할 수 있음에도 공권력만이 할 수 있는 포장마차 「철거」를 하도록 한 것은 공권력의 포기, 또는 대여라는 비난의 대상이 됐다.
또 긴급사태를 대비한 예비비가 청와대 주변토지매입, 자유층 연맹행사지원비 등에 5억원이나 변칙 지출된 사실(서청원·민주)도 밝혀져 비난을 받았다.
또 서울시 종합건설본부가 오수관을 60%나 우수관에 연결, 한강을 오염시키고 있음(백남치·민주)이 밝혀져 경악케했다.
서울지하철공사의 경우는 여야의원이 일제히 맹공을 퍼부었고 민정당마저도 정부에 시정을 촉구했을 정도로 난맥 투성이.
『88년 운수사업 손실률이 20·5%, 지난 2년간 매출증가율은 14%인데 비해 일반관리비 증가율은 31%나 되는 등 사업운영, 인사관리, 노무관리 모두 엉망』(김중위·민정)임이 밝혀졌다.
또 ▲환차손 1백44억원 ▲전동차 과다구입 32억원 ▲불용에어컨 부착 2억5천 만원 ▲자판기특혜 11억원 등 지난 2∼3년간 예산손실이 2백13억원(양성우·평민)임이 밝혀지고 지난 국감에서 시험부정사건으로 구속된 김백환 전 총무부장의 동생 2명이 경력조작으로 9호봉이나 더 받는 등 7천 여명의 직원에 대해 한번도 경력·자격증 확인을 않고 자신들의 이력서대로 직급과 호봉을 정한 사실도 밝혀져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 사실상 아무 감독을 받지 않은 서울시행정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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