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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당 한 해 4캔은 먹는다···선물세트 평정한 이 참치캔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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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12월 출시 당시 동원참치 캔 제품 모습. 이후 '바다의 쇠고기'란 점을 강조하기 위해 살코기란 단어를 넣은 '동원참치 살코기캔'으로 리브랜딩했다. [사진 동원그룹]

1982년 12월 출시 당시 동원참치 캔 제품 모습. 이후 '바다의 쇠고기'란 점을 강조하기 위해 살코기란 단어를 넣은 '동원참치 살코기캔'으로 리브랜딩했다. [사진 동원그룹]

대충 어디에나 어울리는 한국인의 단백질 

도저히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곳에도 막상 넣으면, 또 잘 어울린다. 김치찌개에서부터 김밥에 라면에 부침개에, 심지어 밥에 비벼 먹는다는 사람도 있다. ‘동원’하면 떠오르는 것은 단연 참치. 이름이 동원이란 이유 만으로 자타공인 미남 배우 강동원의 별명까지 ‘강참치’로 만들어버렸다.

[한국의 장수 브랜드] 20.동원참치 살코기캔

 1983년 7월 27일 동원참치캔 첫 신문 광고. [사진 동원그룹]

1983년 7월 27일 동원참치캔 첫 신문 광고. [사진 동원그룹]

동원참치 살코기캔은 1982년 12월 국내 첫 출시 이후 37년 동안 한국인의 식탁을 지켰다. 지난 2014년에는 통조림 업계 최초로 총 누적 판매량 50억캔을 돌파했고, 2018년 말까지 62억 캔이 팔렸다. 국민(5100만명 기준)이 1인당 121.6개를 먹었다. 한 해 2억 캔이 팔린다. 

한국인 1인당 1년에 최소 4캔은 먹게 된다는 계산이다. 동원참치 62억 캔은 일렬로 늘어놓으면 지구를 약 13.2바퀴(약 50만km) 돌 수 있는 거리가 되며, 수직으로 쌓아 올리면 에베레스트 산(8,848m)의 약 2만8000배 높이가 되는 수량이다. 매년 국내에서만 4500억원어치가 팔린다. 도대체 우린 왜 이렇게 참치를 많이 먹게 됐을까.   

2014년 동원참치 살코기캔 50억캔 판매 돌파를 기념해 만든 한정판. [사진 동원그룹]

2014년 동원참치 살코기캔 50억캔 판매 돌파를 기념해 만든 한정판. [사진 동원그룹]

동원그룹 창업주인 김재철 명예회장은 1980년대 초 참치캔 개발에 착수했다. 참치캔은 국민소득 2000달러 이상 국가에서만 팔리는 고급 식품이다. 미국에서는 수산 캔이라 하면, 투나 캔(Tuna Can)을 떠올릴 만큼 참치캔이 보편화해 있었지만, 한국에선 당시 꽁치 캔, 고등어 캔 정도가 보급돼 있었다.

동원이 참치캔 개발에 들어간 81년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이 1200~1300달러 수준이었다. 김 명예회장은 2000달러 시대가 곧 오고, 고로 참치캔의 시대도 열릴 것이라고 믿었다. 우리 식문화에 어울릴 수 있도록 기름기가 들어간 살코기 참치캔 개발에 돌입했다. 면실유를 듬뿍 담은 국내 첫 참치 캔 탄생 배경이다.

소득 1200달러 시대, ‘살코기’ 강조해 인기

동원은 그야말로 캔 하나로 국민기업 반열에 올랐다. 69년 창업 후 원양에서 참치를 잡아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 참치를 수출하는 사업을 운영하던 동원산업은 캔을 내기 전까지는 일반 소비자에겐 무명의 기업이었다. 참치캔 출시로 종합식품회사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살코기캔의 성공으로 금융업, 물류업, 종합포장재 산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현재 연 매출 7조2000억원 규모의 생활산업 기업집단으로 성장을 이뤘다. 다 참치캔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원 참치 살코기 캔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동원 참치 살코기 캔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출시 초기 국내 소비자들에게 생소하던 참치캔을 알리는 것이 중요했다. 소비자 설문조사를 하는 등 종합적인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한편 참치캔을 알리는 TV 신문 광고를 공격적으로 집행했다.

동원산업은 제품 출시 초기 마케팅 테마를 ‘고급 식품’, ‘선진국형 식품’으로 잡았다. 1차 소구 대상은 중ㆍ상류층 이상이었다. 하나에 1000원인 참치캔은 당시 한국 소득 수준에선 비싼 제품이었다. 광고에는 헬리콥터와 참치 선망 어선을 등장시켜 잡기 힘든 고급 어종으로 만든 고가 제품임을 각인했다.

1984년 동원 참치 전속 모델은 배우 백일섭이었다. 강렬함과 건강함을 강조했고 헬기를 동원해 스케일을 키운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사진 동원그룹]

1984년 동원 참치 전속 모델은 배우 백일섭이었다. 강렬함과 건강함을 강조했고 헬기를 동원해 스케일을 키운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사진 동원그룹]

동원은 제품 출시 1년 뒤 제품명을 동원 참치에서 ‘동원참치 살코기캔’으로 바꾸는 모험을 했다. 한국인의 식습관이 닭고기보다는 쇠고기를 더 선호하기 때문에 쇠고기를 연상케 하는 ‘살코기캔’을 덧붙였다. 동원 측은 이 점 역시 다른 기업 참치와 차별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동원참치가 국민 캔으로 자리잡기까지는 휴일없이 일한 임직원이 헌신적인 노력도 있었다. 각종 시식회 현장해 나서 판촉행사를 벌였다. 1984년 진해 벚꽃놀이 현장에 얼려니 판촉행사. [사진 동원그룹]

동원참치가 국민 캔으로 자리잡기까지는 휴일없이 일한 임직원이 헌신적인 노력도 있었다. 각종 시식회 현장해 나서 판촉행사를 벌였다. 1984년 진해 벚꽃놀이 현장에 얼려니 판촉행사. [사진 동원그룹]

동원 임직원의 노력도 있었다. 제품 출시 초기 동원산업의 전 임직원은 평일 전국 매장을 돌며 직접 제품 진열을 하거나 1일 판매 사원으로 뛰었다. 일요일이나 공휴일엔 유원지나 기차역 주변, 등산로 입구, 야구장 등에서 행락객을 중심으로 동원참치를 넣어 끓인 김치찌개 시식행사를 펼치기도 했다.
84년 추석 명절엔 업계 최초로 참치캔 선물세트를 내놓았다. 당시 고급식품이었던 만큼, 선물용으로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첫해 추석에만 30만 세트 이상이 팔리며 선물세트 시장에 핵으로 떠올랐다. 지금까지 명절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서 명절 선물세트로 없어서는 안 될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80년대엔 최고급 명절 선물 세트로 전성기를 누렸다. 당시의 추억이 남아 아직까지 가장 친숙한 명절 선물세트로 꼽힌다. 사진은 80년대 백화점 행사장 모습. [사진 동원그룹]

80년대엔 최고급 명절 선물 세트로 전성기를 누렸다. 당시의 추억이 남아 아직까지 가장 친숙한 명절 선물세트로 꼽힌다. 사진은 80년대 백화점 행사장 모습. [사진 동원그룹]

심상치 않은 참치 인기에 바로 경쟁자가 등장했다. 83년 6월에 동아제분과 해태가 유사한 제품을 내놓고 참치캔 시장에 뛰어들었다. ‘동원참치 살코기캔’, ‘동아 씨치킨’, ‘해태 남태평양참치’의 참치 캔 3파전이 벌어졌다. 동아제분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광고물량 공세를 폈고, 해태는 영업력과 브랜드 인지도로 밀어붙였다. 하지만 참치선망어선을 보유하지 못했던 동아제분은 가격경쟁력(당시 동원과 해태보다 500원이 비싼 1500원)이 떨어졌다. 해태는 유명 식품 회사 브랜드 인지도가 강했지만 한발 늦었다. 이후에도 유진물산의 ‘유진참치’, 화남의 ‘화남참치’가 나왔지만 살코기 캔이 만든 시장에 쉽게 끼질 못했다. 결국 참치캔 전쟁은 2년 뒤 동원참치의 완승으로 끝났다.

1983년 7월 29일 중앙일보 5면에 소개된 '참치 통조림 전쟁 가열' 기사. 중앙일보 DB

1983년 7월 29일 중앙일보 5면에 소개된 '참치 통조림 전쟁 가열' 기사. 중앙일보 DB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고 국민 소득이 뛰면서 참치캔의 위상에도 변화가 생겼다. 동원은 살코기 캔 이외에 야채참치, 고추참치 등 다양한 맛을 더한 참치캔을 개발해 선보이기 시작했다. 더는 ‘고급식품’ 반열엔 끼진 못했지만, 편의식품이라는 자리를 차지해 단단히 지키고 있다.

1987년 완성된 국내 첫 참치캔 제조 라인.[사진 동원그룹]

1987년 완성된 국내 첫 참치캔 제조 라인.[사진 동원그룹]

90년대 학생 도시락 반찬으로 주목 

90년대 이후 참치캔은 도시락 반찬으로 인기를 누렸다. 고학력 사회로 접어들며 맞벌이 부부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참치캔은 엄마에게는 준비하기 간편하면서 학생은 좋아하는 도시락 반찬이었다. 여행, 바캉스 등 여가 활동도 늘어나 참치캔을 비롯한 편의식품 시장은 계속 성장했다. 도시락 반찬이나 여행 필수품으로 참치가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갖가지 편의식품이 등장하면서 굳건했던 동원 참치캔의 입지도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1987년 배우 원미경을 모델로 한 신문 광고. 80년대 말 90년대 초 참치캔은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 도시락 반찬으로 꼽혔다. [사진 동원그룹]

1987년 배우 원미경을 모델로 한 신문 광고. 80년대 말 90년대 초 참치캔은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 도시락 반찬으로 꼽혔다. [사진 동원그룹]

워낙 간편식이 많이 나왔고 통조림은 몸에 나쁘다는 인식도 위기를 부추겼다. 중고등학교 급식 시행으로 도시락 반찬 수요도 줄었다.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동원F&B는 참치를 건강식품으로 부각했다. 참치는 고단백 저지방 수산물로 칼슘, DHA, EPA, 단백질, 오메가6, 비타민 등 인체에 유익한 영양성분이 들어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임산부, 수유 여성, 어린이 등은 영양이 풍부한 참치캔을 일주일에 230~340g씩 꾸준히 먹으라는 권고안을 소개하는 노력도 했다.

2000년 대 들어 동원참치는 매출액이 정체되는 위기를 맞았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건강식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다양한 협업을 펼친다. 사진은 2018년 6월 동원참치 미니언스 팝업 스토어. [사진 동원그룹]

2000년 대 들어 동원참치는 매출액이 정체되는 위기를 맞았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건강식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다양한 협업을 펼친다. 사진은 2018년 6월 동원참치 미니언스 팝업 스토어. [사진 동원그룹]

펭수와 협업, 제2의 전성기 누릴까 

‘통조림’ ‘간편식’ 이미지를 희석하는 것도 과제였다. 끈기 있는 마케팅에 힘입어 2003년 2000억을 넘어서면서부터 정체를 겪고 있던 연간 매출액이 지난 2011년 처음 3000억을 돌파했다.

펭수가 동원을 택했다. 최고의 스타가 된 펭귄 크리에이터 펭수와 협업이 예고돼 있다. [사진 동원그룹]

펭수가 동원을 택했다. 최고의 스타가 된 펭귄 크리에이터 펭수와 협업이 예고돼 있다. [사진 동원그룹]

동원참치는 지난해 화제의 펭귄, 펭수 때문에 뜨거운 브랜드가 됐다. 펭수는 EBS 연습생 신분으로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에서 활약하고 있는데, 남극에서 온 펭귄인 펭수는 참치 마니아로 유명하다. 펭수는 지난 9월 동원참치 CF를 패러디한 헌정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공개하기도 했으며, 최근 구독자 100만 명 돌파 기념 방송에서는 스튜디오에 대형 참치캔을 방송 내내 비치해두기도 했다.

‘펭수야 참치길만 걷자’라는 문장은 펭수 팬클럽인 ‘펭클럽’의 대표적인 응원 문구다. 동원F&B 관계자는 “동원참치와 펭수의 콜라보를 촉구하는 펭클럽의 문의가 쇄도했다”며 “펭수에게 제대로 된 ‘동원참치길’을 만들어주기 위해 꼼꼼하게 협업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동원참치와 펭수의 협업은 향후 TV 광고, 신제품, 굿즈 등을 비롯해 다양한 온·오프라인 이벤트로 진행될 예정이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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