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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서 맥주 마실때 꼭 산다…1분에 100봉지 팔리는 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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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국의 장수 브랜드] ‘맥주 짝꿍’ 포카칩 

감자칩과 맥주는 '영혼의 단짝'이다. 소셜미디어에도 이들이 함께 있는 사진이 많이 올라온다. [사진 오리온]

감자칩과 맥주는 '영혼의 단짝'이다. 소셜미디어에도 이들이 함께 있는 사진이 많이 올라온다. [사진 오리온]

많은 사람이 4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올림픽·월드컵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런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사람들보다 더 기다리는 과자가 있다. ‘맥주의 짝꿍’ 포카칩이다.

오리온이 2007~2018년 포카칩 매출을 분석한 결과, 올림픽·월드컵 기간 최대 27.6% 상승했다. 감자칩 비수기인 2018년 2월에는 강원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자 매출액이 2017년 2월보다 10.4% 증가했다. 한때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과자 1위로 뽑히기도 했다. TV로 스포츠 경기를 시청하거나 경기장에서 단체응원을 할 때 맥주와 함께 먹을 간식으로 포카칩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서다.

포카칩은 월드컵,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면 판매량이 증가한다. [사진 오리온]

포카칩은 월드컵,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면 판매량이 증가한다. [사진 오리온]

올림픽·월드컵만 열리면 판매량 급증

맥주의 소울메이트, 포카칩의 인기는 맥주와 궤를 같이한다. 해수욕장 이용객 수 기준 전국 10대 해수욕장에서, 오리온이 지난 7~8월 소매점 과자 매출을 분석한 결과 포카칩이 1위를 차지했다(28%). 오리온은 “여름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분석해보면 맥주가 포카칩과 함께 등장하는 이미지가 대거 등장한다”며 “해수욕장에서 맥주와 함께 포카칩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포카칩은 1988년 미국 펩시그룹 계열사(펩시코)와 오리온의 합작회사(오리온프리토레이)가 만든 제품이다. 80년대 후반 유럽에서 감자를 가공한 생감자칩이 인기를 끌었다. 오리온은 이런 트렌드에 주목해 포카칩 출시를 결정했다.

스포츠 이벤트 기간 포카칩 판매신장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스포츠 이벤트 기간 포카칩 판매신장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포카칩을 출시했던 88년 오리온은 국내 최초로 민간 감자연구소도 설립했다. 감자 스낵의 맛을 좌우하는 건 결국 감자라서다. 오리온 감자연구소는 감자 품종 개발과 종자 생산에 주력했다. 고품질 감자 재배지로 유명한 전남 보성·당진과 강원 양구에서 포카칩 전용 씨감자를 개발하고 햇감자를 수확한다.

오리온 감자연구소가 개발한 포카칩 전용 씨감자. [사진 오리온]

오리온 감자연구소가 개발한 포카칩 전용 씨감자. [사진 오리온]

포카칩은 또 맥주 애호가에게 바삭한 식감으로 유명하다. 오리온 감자연구소가 최상의 식감을 위한 두께(1.3㎜)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감자 작황에 따라 감자에 함유한 물질의 비율이 미세하게 달라질 수 있는데, 연구원이 다양한 조사를 진행한 끝에 최적의 포카칩 두께를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밀가루로 제조한 스낵이 대부분이던 당시 포카칩은 감자 본연의 담백한 맛과 특유의 바삭한 식감으로 다른 제품과 차별화에 성공했다. 덕분에 94년 감자 스낵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고, 2012년에는 감자 스낵 최초로 연 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다.

질소 과자 오명…증량으로 돌파

오리온 감자연구소는 고품질 감자 재배지에서 포카칩을 위한 햇감자를 수확한다. [사진 오리온]

오리온 감자연구소는 고품질 감자 재배지에서 포카칩을 위한 햇감자를 수확한다. [사진 오리온]

잘나가던 포카칩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이른바 ‘질소 과자’의 오명을 쓴 것이다. 질소 과자는 포장의 부피에 비해 과자의 양이 매우 적은 과대 포장 과자를 비꼬아 이르는 용어다. 제품을 보호하기 위해 봉지 안에 주입한 질소보다 과자의 양이 더 적다는 뜻이다.

과대포장이 논란이 되자 2014년 건장한 대학생 2명이 포카칩 160개를 묶어 뗏목을 만들어서 한강을 건너기도 했다. 과자로 만든 뗏목은 출발한 지 30분 만에 900m 거리의 한강을 횡단했다. 당시 오리온은 “유통 과정에서 중력에 의해 과자가 내려가기 때문에 양이 적어 보인다”고 해명했다. 가벼운 기체인 질소는 봉지 상단으로 올라가고, 무거운 고체인 과자는 하단에 내려간다는 설명이다.

올림픽·월드컵 행사가 열리는 기간 포카칩 매출은 평소보다 최대 27.6% 상승했다. [사진 오리온]

올림픽·월드컵 행사가 열리는 기간 포카칩 매출은 평소보다 최대 27.6% 상승했다. [사진 오리온]

논란이 커지자 허인철 오리온그룹 경영총괄 부회장은 취임 두 달 만에 ‘착한 포장’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포카칩에서 질소가 차지하는 면적을 줄이고 중량을 늘린 것이다. 일단 제조 단계에서 질소 충전량을 줄여도 과자가 부서지지 않도록 공정을 개선했다. 크기가 균일한 감자를 선별해 포장 기계의 진동 횟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포카칩 봉지에서 빈공간 비율을 25% 미만으로 축소했다. 이는 환경부가 규정한 ‘봉투 포장 과자류’ 허용치(35%)보다 낮은 수준이다.

2015년 9월에는 포카칩 과자의 양을 10% 늘렸다. 1500원에 판매하는 60g 제품은 66g으로, 3000원에 판매하는 124g 규격 제품은 137g으로 중량을 늘리면서 가격은 동결했다. 포카칩이 ‘가성비 좋은 과자’로 거듭난 계기다.

30년간 1조4000억원어치 팔려

다양한 포카칩 제품. [사진 오리온]

다양한 포카칩 제품. [사진 오리온]

오리온은 지난 30년 동안 국내 누적매출액 1조4000억원을 돌파했다. 판매 개수로 환산하면 17억 봉지에 달한다. 30년 동안 1분에 100봉지씩 팔린 셈이다. 이 제품을 제조하기 위해서 오리온이 투입한 감자는 약 22억개다. 10t 트럭 4만대에 가득 채울 수 있는 분량이다.

포카칩은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도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베트남 시장에서 포카칩(현지명 오스타)은 현지 생감자 스낵 시장점유율 1위(35%)를 차지하고 있다. 오리온은 베트남에서 해조류맛·스테이크맛·BBQ맛 등 다양한 포카칩을 판매하고 있다.

오리온은 “한류 열풍에 힘입어 특히 김치맛 포카칩은 베트남 소비자에게 주목받고 있다”며 “꾸준히 제품을 혁신해 맛있고 품질 좋은 포카칩을 합리적 가격에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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