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육에 한잔 곁들인 뒤 먹는 칼국수 일미-『한성칼국수』<서울 논현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서울 강남 성수대교에서 관세청 쪽으로 가는 언덕에 올라서면 오른 쪽에 관우회관 빌딩이 곧바로 나타난다.
이 빌딩 지하에 있는 「한성칼국수」((544)0540)는 요즘서양식으로 변모해가고 있는 이곳 거리 모습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전통적인 한식집이다.
집에서 만든 것과 같은 손칼국수가 있고 수육·제육·파전·빈대떡 등이 잊혀져 가는 우리 고유의 맛을 되살리고 있다.
필자는 한은부총재로 있던 5년전 우연히 친구의 소개로 이 집을 찾았다.
국민학교 동창생이 음식점을 차렸으니 한번 팔아주자는 친구의 말에 따라 이 집에 처음 들렀고 거기서 한동안 잊었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자연히 학제는 20∼30년전 학창시절, 사회초년법 시절의 얘기로 모아졌고, 이 집에서 내놓는 「우리 젊은 시절」의 음식이 고생스럽던 과거를 아름답게 승화시켰다.
그 뒤 필자는 단골이 되어 특히 술 잘하는 한은 후배들과 즐겨 이 집을 찾았다.
소주에 수육·제육·빈대떡을 시켜놓고 마지막으로 손칼국수 한 그릇씩을 즐겨도 3만원을 넘지 않아 월급쟁이 주머니 사정에 전혀 부담을 주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후배들이 더 즐겨 찾게 돼 필자가 바쁜 일로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필자 이름으로 이 집에 하나밖에 없는 방을 예약, 점령하기 일쑤다.
신한은행장이 된 이후 일에 쫒겨 예전만큼 자주 찾지 못하는 것이 요즘의 안쓰러운 마음이다. 【김재윤<신한은행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