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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팔 걷은 '신남방·신북방' 전략…수출 부진 해소엔 '미풍'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2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메콩 공동언론발표에서 '한강·메콩강 선언' 채택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2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메콩 공동언론발표에서 '한강·메콩강 선언' 채택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남으로는 아세안, 북으로는 중국·몽골·러시아 등지로 교역을 넓히려는 신남방·신북방 정책이 지난해 수출 부진 해소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정부는 이 지역이 '주력 시장을 대체할 신시장'이라고 평가했지만, 독립국가연합(CIS)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이곳 역시 '마이너스 수출'을 피하진 못했다.

지난해 신남방·신북방 수출 성적표는?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신남방 정책 주력 지역인 아세안으로의 수출액은 한 해 전보다 5% 줄어든 951억 달러에 그쳤다. 한국무역협회가 1월부터 11월까지 집계한 국가별 수출액에서도 한국의 3대 교역국인 베트남으로의 수출은 0.5% 감소했다. 정부가 정책 목표로 삼은 11개국 중 4개국(싱가포르·캄보디아·미얀마·브루나이)을 뺀 나머지 국가에서 모두 수출이 줄어든 것이다. 신북방 지역에서도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를 뺀 중국(-17.5%)·몽골(-1.9%) 등지에선 수출이 감소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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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방 수출 비중 늘었다는데, 왜? 

정부는 이들 지역의 수출 비중이 꾸준히 늘어난 점을 들어 "미·중 주력 시장의 대체 시장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한다. 국내 전체 수출에서 신남방 지역으로의 수출 비중은 2016년 17.4%에서 지난해 20.3%로 늘었다. 그러나 이는 관련 지역 수출이 늘어남에 따라 비중도 함께 는 것이 아니라 중국·일본·유럽·중동 등 다른 지역으로의 수출액이 더 많이 줄어든 결과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은 16%, 일본 6.9%, 유럽연합 8.4%, 중동 18.5%로 수출액이 감소했다.

신북방 지역인 독립국가연합으로의 지난해 수출 증가율은 24.1%에 달했지만, 수출액(134억3000만 달러)은 미국의 18.2%, 중국의 9.8%에 그칠 만큼 미미했다. 가파른 수출 증가에도 지난해 국내 수출 부진 해소에는 '미풍'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신남방·신북방 정책, 보완할 점은?

전문가들도 성장률이 높은 이들 지역으로의 교역 확대가 필수 과제라는 점은 동의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국민소득이 낮은 이들 국가에선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부가 1일 발표한 '2019년 수출입 동향'에서도 지난해 아세안 지역에서 석유제품·디스플레이 등 주력 상품 수출이 저조했던 이유로 중국산 제품의 공급 확대를 꼽는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동남아에선 '한류 열풍' 효과로 한국 제품 이미지가 좋다"며 "품질·안전성 측면을 적극적으로 강조해 중국산에 대한 한국 제품의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은 "한국은 중국보다 인건비가 비쌀 수밖에 없기 때문에 스마트 공정 등 생산 혁신으로 비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력 시장 수출 경쟁력 강화가 우선" 지적도 

'발등의 불'인 수출 부진을 해소하려면 중장기 과제인 신시장 개척보다 기존 주력 시장에서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우선이란 지적도 있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일본에서 소재·부품을 수입하고,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유럽 시장에 판매하는 공급 사슬 속에 있다"며 "고부가가치 제품 혁신을 통해 기존 선진 시장에서의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고 밝혔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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