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차원 재북 접촉에 제동-문익환 목사 10년 선고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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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문익환 목사 ·유원호 피고인의 방배 사건이 법정소란·재판부기피신청·출정거부 등 우여곡절의 재판진행 과정을 겪은 끝에 구속 1백65일만에 1심 재판이 모두 끝났다.
이 사건은 서경원 의원·임수경 양 방북사건과 맞물려 통일 문제와 남북 교류를 둘러싸고 공안정국으로 변환시켰다는 점에서 재판결과가 주목됐었다.
특히 문 목사는 『통일에 대한 염원에서 방북한 것』이라고 시종 입북동기의 순수성을 내세워 이 부분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관심거리였으나 징역 10년이란 비교적 중형이 선고됐다.
이에 따라 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 서경원 의원·임수경 양 사건도 재판부는 서로 다르더라도 같은 맥락에서 선고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문 목사 등에 대한 중형선고는 비록 통일염원에 의한 순수한 동기라 하더라도 밀입북 등 개인차원의· 대북 접촉은 실정법위반으로 결코 용인될 수 없다는 사법부의 단호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방북과 김영삼 민주당 총재의 허담 면담을 처벌하지 않고 문 피고인 등의 방북을 처벌하는 것은 형평에 어곳 난다는 변호인 단의 주장에 대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나 정부기관의 승인을 받은 대북 접촉은 반 국가 활동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은 정부가 허가한 대북 접촉은 통치권행사로 보는 정부의 입장을 뒷받침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북한이 대남 적화통일야욕을 버리지 않은 시점에서 통일을 위한 협상은 대표성을 가진 자가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밝혀 개인차원의 밀입북을 통한 대북 접촉은 명백한 실정법위반임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은 방청객의 법정소란, 변호인단의 재판부기피 신청, 결심공판의 피고인·변호인 퇴정과 강행, 선고공판의 피고인 출정거부 등 순탄하지 못한 재판과정으로 오점을 남겼다.
특히 4일의 선고공판에 문 피고인이 출정을 거부한데다도 일에도 피고인이 퇴정, 궐석 선고한 것은 사법사상 처음 있는 일로 사법부는 물론 법조계에 충격을 남겼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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