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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복제인간…2020 한국영화, 더 대담한 상상력이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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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과 그를 지키는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 이야기를 담은 2020년 이용주 감독의 신작 '서복'.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과 그를 지키는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 이야기를 담은 2020년 이용주 감독의 신작 '서복'. [사진 CJ엔터테인먼트]

2억2650여만명. 31일 오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서 집계된 2019년 극장 관객 수다. 첫 2억2000만명대로 올라선, 역대 연간 최다 기록이다. 기존 기록은 2017년의 2억1987만명이었다. '극한직업'(1626만명) 등 다섯 편의 ‘천만 영화’라는 양적 확대뿐 아니라 ‘기생충’의 해외영화제 제패, 독립영화 ‘벌새’의 비상 등으로 풍성했던 ‘한국영화 100주년’이었다.

VFX 발달 힘입어 차원 다른 SF· 판타지 #소말리아 내전 배경 남북드라마도 선봬 #총선 해 맞아 정치서사도 다채로운 변주 #뮤지컬 영화 '영웅' 등 신규 장르 도전도

새해에도 다양하고 기발한 영화들이 찾아온다. 국내에선 VFX(시각특수효과) 기술 발달에 힘입은 새로운 장르 개척이 눈에 띈다. 이름만으로 흥행이 기대되는 명장 감독들도 잇따라 돌아온다. 올해 흥행 톱10가운데 5편을 배급했던 디즈니도 기대작들을 예고하고 있다. 넷플릭스 등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의 도전을 뿌리치고 극장으로 관객의 발길을 이끌 히트작은 무엇이 될까.

'부산행' 4년 뒤의 폐허가 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하는 연상호 감독의 2020 신작 '반도' 이미지컷. [사진 NEW]

'부산행' 4년 뒤의 폐허가 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하는 연상호 감독의 2020 신작 '반도' 이미지컷. [사진 NEW]

한국형 SF‧판타지 쏟아진다=무엇보다 국산 SF‧판타지 대작이 두드러진다. 총제작비 240억원의 ‘승리호’는 동명 우주선의 여정을 그린 SF 블록버스터. 판타지 로맨스 ‘늑대소년’으로 700만 흥행을 거둔 조성희 감독과 배우 송중기가 7년 만에 재회했다. 김태리가 승리호 선장 역이다. 배우 유해진의 로봇 연기는 ‘신과함께’ ‘백두산’의 VFX를 맡았던 덱스터스튜디오가 국내 첫 로봇모션캡처로 구현한다.

복제인간을 내세운 이용주 감독의 ‘서복’도 주목된다. 죽음을 앞둔 전직 정보국 요원(공유)과 영생의 비밀을 담은 인류 최초 복제인간 서복(박보검)이 여러 세력에 쫓기며 사건에 휘말린다. 순제작비 약 160억원.

한국형 좀비물도 새로운 상상력으로 돌아온다. 연상호 감독이 ‘부산행’의 4년 후를 상상한 신작 ‘반도’에선 배우 강동원이 더 강력해진 좀비 떼와 사투를 벌인다. 조일형 감독의 장편데뷔작 ‘얼론’은 정체불명의 감염으로 통제불능인 도시에서 고립된 생존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유아인‧박신혜 주연이다.

장르는 다르지만, 한재림 감독의 순제작비 150억원대 항공재난물 ‘비상선언’도 있다. 바이러스 테러로 비상사태를 선언한 비행기 안이 무대. ‘JSA 공동경비구역’ ‘밀정’ 등의 송강호‧이병헌 콤비가 다시 뭉쳤다.

상상력 넓힌 남북관계=새해에도 북한은 한국 영화의 단골 소재다. ‘군함도’ 이후 3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류승완 감독은 1990년 소말리아 내전 때 고립됐던 남과 북 대사관 공관원들의 생사를 건 탈출 실화를 극화했다. 애초 ‘탈출’로 알려졌던 제목은 소말리아 수도 이름이기도 한 ‘모가디슈’로 확정됐다. 전작 ‘베를린’(2012)과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의 원시적 첩보전을 벌이던 남북 외교관들이 극한의 상황에서 겪은 인간적 고뇌가 담겼다. 순제작비 150억원대로 김윤석‧조인성‧허준호 등이 모로코 로케이션을 진행했다.

양우석 감독의 신작 '정상회담'의 크랭크인에 앞서 주연배우 유연석, 곽도원, 정우성(왼쪽부터)과 양 감독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양우석 감독의 신작 '정상회담'의 크랭크인에 앞서 주연배우 유연석, 곽도원, 정우성(왼쪽부터)과 양 감독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강철비'의 양우석 감독은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서 쿠데타가 발생하고 남북한 지도자와 미국 대통령이 북한 핵잠수함에 납치·감금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강철비’의 상상력을 연장하되 전작 출연 배우들이 소속을 바꿔서 이번엔 정우성이 남측 대통령을, 곽도원이 쿠데타를 일으킨 북의 강경파 호위총국장을 연기한다. 북측 위원장 역은 유연석이 맡았다.

이밖에 배우 최민식이 신분을 숨긴 채 자사고 경비원으로 살아가는 탈북 천재 수학자를 맡고 신인 김동휘가 수포자 고등학생에 캐스팅된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감독 박동훈)도 선보인다.

 ◇명장의 도전은 계속된다=사극 장인 이준익 감독은 ‘동주’를 잇는 흑백영화 ‘자산어보’를 내놓는다. 다산 정약용의 형 정약전(설경구)이 유배 간 흑산도에서 청년 창대(변요한)와 신분을 초월한 우정을 나누며 조선 최초 어류도감 『자산어보』를 집필하는 이야기다.

흑산도로 유배당한 '정약전'(설경구)이 섬 청년 '창대'(변요한)를 만나 신분과 나이를 초월한 벗의 우정을 나누며 조선 최초의 어류도감을 함께 집필하는 이야기인 '자산어보'(감독 이준익)의 촬영현장. [사진 메가박스플러스엠]

흑산도로 유배당한 '정약전'(설경구)이 섬 청년 '창대'(변요한)를 만나 신분과 나이를 초월한 벗의 우정을 나누며 조선 최초의 어류도감을 함께 집필하는 이야기인 '자산어보'(감독 이준익)의 촬영현장. [사진 메가박스플러스엠]

한국 창작 뮤지컬의 대명사 '영웅'(감독 윤제균)은 뮤지컬 배우 정성화를 주인공 안중근으로 기용한 뮤지컬 영화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한국 창작 뮤지컬의 대명사 '영웅'(감독 윤제균)은 뮤지컬 배우 정성화를 주인공 안중근으로 기용한 뮤지컬 영화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리틀 포레스트’의 임순례 감독은 국내 여성 감독으론 처음 100억원대 규모 대작 ‘교섭’을 연출한다. 중동 지역에서 납치된 한국인 구출 이야기로 황정민과 현빈이 각각 외교관과 국정원 요원 역을 맡았다. 강제규 감독과 하정우가 만난 ‘1947 보스톤’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처음 열린 보스턴 국제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 이야기다.

윤제균 감독은 독립투사 안중근(1879~1910) 서거 110주년을 맞아 그의 마지막 1년을 그린 뮤지컬 영화 ‘영웅’을 선보인다. 2009년 뮤지컬 초연부터 안중근 역을 맡아온 정성화가 영화도 주연을 맡았다.

뮤지컬 영화에 첫 도전한 명장은 해외에도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토니상 수상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스크린에 옮긴다. 한편 ‘배트맨’ 시리즈, ‘인터스텔라’ 등으로 한국 관객에 사랑받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국제첩보물 ‘테넷’을 올여름 극장가에 선보인다.

믿고보는 프랜차이즈‧속편=흥행불패 디즈니의 질주는 새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가장 주목받는 건 여성 감독 니키 카로가 연출하는 실사판 ‘뮬란’. 중화권 스타이면서 미국 국적인 유역비가 남장 여전사 뮬란을 맡았고, 견자단‧공리 등이 가세했다. 월트디즈니픽쳐스에서 여성 감독이 1억 달러 이상 대작을 연출하는 건 에바 두버네이 감독의 ‘시간의 주름’(2018)에 이어 두 번째다.

영화 ‘이터널스’ 배우들. [사진 마동석 인스타그램 캡처]

영화 ‘이터널스’ 배우들. [사진 마동석 인스타그램 캡처]

국내 관객의 관심은 11월 개봉할 안젤리나 졸리-마동석 주연의 '이터널스'에 쏠려 있다. 마블시리즈 세대교체가 시작된 가운데 마동석이 맡은 길가메시는 원작 코믹스에서 ‘토르’와 맞먹는 초인적인 능력의 캐릭터다. 이 영화에서 첫 청각 장애 히어로 마카리를 맡은 로런 리들로프는 그 자신이 미국인 청각 장애 배우다.

‘어벤져스’의 여성 히어로 블랙 위도우를 단독 주인공으로 내세운 스핀오프 ‘블랙 위도우’도 계속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을 맡아 선보인다. 디즈니가 인수한 21세기 폭스의 스파이물 ‘킹스맨’도 조직의 초창기를 다루는 프리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로 돌아온다.

성공한 전작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확장해가는 프랜차이즈는 디즈니 외에도 다수 판타지‧액션물의 흥행 전략이다. DC히어로물 '원더우먼 1984'는 2017년에 이어 다시 패티 젠킨스 감독 연출, 갤 가돗 주연(다이애나 역)의 합을 택했다. 이밖에 ‘분노의 질주 9’ ‘미니언즈2’ ‘베놈2’ 등이 전편의 인기에 기대어 출격 채비 중이다.

코미디·스릴러·정치극도 풍성=연초엔 코미디 강세가 눈에 띈다. 15일 개봉하는 안재홍 주연 웹툰 원작 코미디 ‘해치지 않아’는 망하기 직전 동물원 직원들이 동물로 위장하는 소동극. 22일엔 배우 이성민이 동물 말을 알아듣게 된 경호원 역에 나선 소동극 ‘미스터 주: 사라진 VIP’도 개봉한다.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은 박서준과 영화 ‘드림’으로 뭉쳤다. 선수생활 최대 위기에 놓인 축구선수가 조금 특별한 국가대표 선수들과 홈리스 월드컵에 나선 유쾌한 도전기다.

웹툰 원작의 안재홍 주연 코미디 영화 ‘해치지 않아’(감독 손재곤)는 망하기 직전 동물원 직원들이 동물로 위장하는 소동극이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웹툰 원작의 안재홍 주연 코미디 영화 ‘해치지 않아’(감독 손재곤)는 망하기 직전 동물원 직원들이 동물로 위장하는 소동극이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한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를 소재로 한 스릴러 '콜'의 이미지컷. [사진 NEW]

한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를 소재로 한 스릴러 '콜'의 이미지컷. [사진 NEW]

2019년 화제작 ‘벌새’ ‘우리들’을 잇는 신인감독의 여성 서사도 눈에 띈다. 박지완 감독의 ‘내가 죽던 날’은 한 소녀의 자살 사건을 쫓는 형사의 추적극. 주연 김혜수와 ‘기생충’의 이정은, ‘동백꽃 필 무렵’의 김선영이 뭉쳤다. 신민아는 조슬예 감독의 ‘디바’로 복귀한다. 유명 다이빙 선수가 의문의 사고로 잃었던 기억을 되찾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신예 이충현 감독이 박신혜‧전종서와 손잡은 ‘콜’도 있다.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되는 이야기다.

총선이 있는 해를 맞아 정치서사도 다채롭게 변주된다. 1월 중 개봉할 우민호 감독의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병헌)이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변성현 감독은 ‘불한당’(2017)의 설경구와 다시 손잡고 1960~70년대 정치 막후를 그린 ‘킹메이커’를 선보인다.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이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코미디물 ‘정직한 후보’(감독 장유정)는 2월 개봉 예정이다.

강혜란‧나원정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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