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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급에도 6학기 연속 장학금 받은 조국 딸 ···檢은 뇌물로 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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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8월 27일 오전 검찰이 조 전 장관 딸의 장학금 관련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부산 연제구 거제동 부산의료원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실을 압수수색 했다. [뉴스1]

지난 8월 27일 오전 검찰이 조 전 장관 딸의 장학금 관련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부산 연제구 거제동 부산의료원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실을 압수수색 했다. [뉴스1]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이 31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에게 준 장학금과 관련해 뇌물 공여 혐의로 불구속기소 되면서 해당 장학금이 어떤 장학금이었는지가 다시 재조명받고 있다.

중앙일보 지난 10월 곽상도 의원실 통해 의전원 장학금 전수 조사 #유급 당하고도 6학기 연속 장학금 받은 것은 조민 유일 드러나 #학교 측 문제 제기 있었지만 노환중 원장 계속해서 장학금 줘

지난 10월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한창이던 시기에 중앙일보가 곽상도(자유한국당) 국회의원실을 통해 받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2회 이상 장학금 연속 수혜자 현황 자료’ 등을 보면 조 전 장관의 딸 조민(28)씨가 받은 장학금은 특혜성이 짙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씨만이 2015~2018년 사이에 ‘면학(학문에 힘씀)을 독려한다는 명목’으로 유급을 당하고도 6차례 연속으로 장학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서다.

이 기간 부산 의전원 3743명(학기별 학생 수 중복)의 학생 중에 2회 이상 연속 장학금을 받은 인원은 75명(2%)에 불과했다. 특히 6차례 연속으로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11명(0.29%)으로 극소수였다. 2회는 37명(0.98%), 3회 12명(0.32%), 4회 7명(0.19%), 5회 8명(0.21%)이었다.

6회 이상 연속 수령자 11명 가운데 조씨를 비롯해 장학회에서 학생을 지정한 경우는 모두 3명인데 조씨를 제외한 나머지 2명은 성적 우수자였다. 11명 가운데 다른 8명은 학교에서 장학회에 추천하거나 학교에서 선발한 경우로 가계 곤란자(5명), 과 대표 등에게 주는 총대 장학금(2명), 성적 우수(1명) 등이었다.

지난 8월 27일 오후 경남 양산시 부산대병원 의학전문대학원 간호대학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이 상자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27일 오후 경남 양산시 부산대병원 의학전문대학원 간호대학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이 상자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조씨는 입학 연도인 2015년 1학기(세 과목 낙제, 평점 평균 미달), 2018년 2학기(한 과목 낙제)에 각각 유급을 당했다. 하지만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학기당 200만원씩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120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조씨가 장학금을 받게 된 것은 1학년 때 지도교수인 노환중 교수가 장학금 대상자로 지정해서였다.

조씨 장학금 문제는 조 장관이 민정수석이 된 2017년부터 잡음이 불거졌다. 당시 학생들에게 장학금 지급 업무를 하는 의전원 장학위원회가 조씨 장학금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자체 회의까지 열었다고 한다. 당시 장학위원회 결과를 노 교수에게 전달한 A교수는 “당시 장학위 자체 회의에서 이 부분(조 장관의 딸 장학금 지급)에 대한 내용이 논의됐고, (노 교수를 만나) 조금 주의 깊게 생각해서 지급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후 장학금 지급 규정이 일부 바뀌었다.

2018년 2학기부터 장학회의 기부약정서 양식에 사유를 쓰도록 문항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A교수는 “전반적으로 학교에서 이런 부분(장학금 지급 규정 등)을 명확하게 정립하고자 (지급 규정을 수정)한 것 같다”며 “(조 장관 딸에게 유급을 당했는데도 연속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한) 그 부분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 교수는 ‘면학용 장학금’이라는 사유를 대며 조씨에 대한 장학금 지급을 멈추지 않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그래서 다른 교수들의 불만도 커졌다고 한다. B교수는 “6학기 연속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사례다. 이번 일이 터지기 전부터 조 장관 딸한테 장학금을 많이 주고 있어 이래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이 문제로 노환중 교수와 얼굴을 붉히고 큰소리친 교수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C교수는 “조국 장관 딸이니까 장학금을 많이 준 것이지 아버지가 조국 장관이 아니면 줬겠나. 그건 너무 기본적인 상식”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곽 의원은 “노 교수가 장학 지급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자녀를 거쳐 조국에게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노 교수가 조국 장관으로부터 받은 대가가 무엇인지 철저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산=위성욱·박진호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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