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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핥고싶다" 경희대 의대 단톡방 성희롱···들키자 "톡 지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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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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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진상조사 착수 

“○○는 빈약해서 내 취향이 아니다”
“○○가 위를 좋아하네”
“○○○ 중에 저런 각선미 없음”
“핥고 싶다”
“○○○랑 ○○○랑 모텔 가나 보지”

경희대 의과대학 남학생들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동료 여학생에 대한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경희대는 진상 조사에 나섰다고 29일 밝혔다. 경희대 관계자는 “의대 인권침해사건대응위원회가 이 사건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며 “학교 성평등상담실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여성 사진으로 이모티콘 만들기도

[사진 경희대 의대 대나무숲 페이스북]

[사진 경희대 의대 대나무숲 페이스북]

대응위의 사건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경희대 의대 한 동아리 소속 남학생 8명이 단톡방을 만들었다. 이 가운데 가해자 A·B·C 3명은 같은 동아리 여학생 등을 대상으로 성희롱·모욕성 발언을 일삼았다.

이들은 여성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진을 허락 없이 캡처해 이모티콘으로 쓰기도 했다. 또한 추후 대화 내용이 유출되면 문제가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주기적으로 문제 될 만한 메시지를 삭제했다. 성희롱성 발언은 오프라인에서도 이어졌다.

이런 사실은 단톡방에 함께 있던 D씨가 올해 9월 20일 대응위에 신고하면서 공론화됐다. D씨는 "거부감과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고 했다.

대응위의 조사가 시작되자 A씨 등은 사건 무마를 시도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11월 19일 단톡방 참여자를 다 모아 “(문제 될 내용을) 다 같이 삭제하자”고 말했다는 것이다. 제보자 D씨에게는 “동아리 담당 교수님을 통해 대응위 사건 처리를 무산시키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지도 교수는 사건 진상을 파악하고 가해자들에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또 “사건 해결을 위해 교수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뒤늦게 사과한 가해자들

[사진 경희대 의대 인권침해사건대응위원회]

[사진 경희대 의대 인권침해사건대응위원회]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가해자들은 잇따라 사과문을 내고 있다. A씨는 “저희의 행동으로 많은 분께 실망을 안겨드려 아주 부끄럽고 많이 반성하고 있다”며 “단톡방에서 성희롱성 발언이 이어지는 데 제가 가장 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밝혔다. 앞으로 A씨는 "경희대 조사로 내려질 징계 결과를 받아들이고 피해자들이 허락한다면 개개인별로 용서를 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B씨는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피해를 보신 분들에게 사과가 늦어져 추가로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도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밝혔다.

형사처벌 가능성도

피해자들이 경찰 등에 고소하면 이들은 학교 징계와 별개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심민석 변호사(굿플랜)는 “모욕죄나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점차 단톡방 관련 모욕·명예훼손 사건으로 유죄 판결이 나는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대학가에서는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13일 충북대 온라인 게시판에선 단톡방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피해 학생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가해 학생들은 “내 왼쪽 두 명을 ○○하자” “울대를 쳐서 기절시키자” “퇴폐업소 에이스 같다” 등의 발언을 했다.

지난달 25일 군인권센터는 “국군간호사관학교 남자 생도들이 단톡방 3곳에서 여군 상관과 여생도들을 성희롱·모욕하는 발언을 해왔다”고 폭로했다. 남자 생도들은 “○○년들에게 우리가 ○박았다는 소리 하면” “훈육관 이 년들은 저질러놓고 뒤처리는 우리가 다 하네” 등의 말을 했다. 이 밖에도 올해만 경북대·청주교대·서울교대 등에서 단톡방 성희롱 문제가 불거졌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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