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공·LS 컨소시엄, 페루 '틈새시장'서 대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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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미나후스타의 마르코나 광구에서 한국 컨소시엄과 캐나다 회사의 합작사 마르코브레 직원들이 시추 작업을 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사업타당성 평가를 마치고 내년부터 광산 건설이 시작된다. 미나후스타(페루)=특별취재팀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남동쪽으로 400㎞ 정도 떨어진 미나후스타 지역. 나무 한 그루 찾기 힘든 황량한 사막지대에 흙먼지를 일으키며 구멍을 뚫고 있는 시추기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이 LS니코동제련과 대한광업진흥공사가 투자한 '페루 마르코나 프로젝트' 현장이다. 광진공을 비롯한 한국 컨소시엄이 광구 면적 329㎢의 마르코나 광구 지분 30%를 다국적 기업인 리오 틴토 등으로부터 사들인 때는 2005년 1월. 캐나다 회사인 채리엇(지분 70%)과 함께한 합작 투자였다. 당시 매입 가격은 총 3000만 달러(약 288억원), 이 가운데 한국 컨소시엄은 900만 달러를 냈다.

이길수 광진공 해외자원본부장은 "지분을 인수한 뒤 정밀 시추 작업을 해보니, 구리를 함유한 원석의 품질이 예상보다 우수하고, 채굴 대상 광물의 모양도 노천 광산으로 개발하기에 여건이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시추해 보니 매장량이 4억1210만t으로 인수 당시 예상했던 매장량(2억1830t)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이 본부장은 "현재 마르코나 광구의 평가가치는 3억6000만 달러로 10배 이상 치솟았다"고 자랑했다. 광구 매입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탐사 실력이 좋은 광물 메이저가 파는 광구라면 '더 볼 것 없다는 얘기 아니냐'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당시엔 구리 물량을 확보하는 일이 워낙 시급했다. 20%에 달하던 구리의 자주개발률(국내 생산량과 해외 개발량의 합/국내 소비량)이 1% 미만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한국 컨소시엄은 서로 동반기업의 참여를 내세워 반대 의견을 간신히 무마할 수 있었다.

LS니코동제련은 "대표적인 한국의 광업 전문기업(광진공)이 참여했다"며 일본 합작사의 의구심을 잠재웠고, 광진공은 "세계 최고 실력을 갖춘 구리 제련기업(LS니코)도 투자한다"며 이사회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이 광구를 광물 메이저인 리오 틴토는 왜 팔아 치웠을까. '큰손'이 투자하기엔 규모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마르코나 프로젝트는 메이저가 쥐락펴락 하는 해외 자원시장에서도 틈새시장을 노리는 한국형 투자가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했다. 아직 사업 타당성 조사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구리가격이 요즘 t당 7000달러를 훨씬 웃도는 사상 최고 수준이어서 광진공은 2009년 초 상업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미나후스타(페루)=특별취재팀

◆ 특별취재팀 : 아프리카=권혁주 기자, 중남미=서경호 기자, 유럽.중앙아시아=심재우 기자, 캐나다=임미진 기자(이상 경제부문), 호주=조민근 기자(국제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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