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분수대

늑대인간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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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늑대인간, 당신은 드라큘라.프랑켄슈타인과 함께 공포영화계의 삼두마차로 불린다. 1922년 드라큘라 주연의 1호 공포영화 '노스페라투' 이후 약 50년간 당신들 셋이 공포물을 좌지우지했다. 비결이 뭔가.

"괴력과 야수성, 흉악한 얼굴. 인간이면 누구나 흡혈귀나 늑대인간이 될 수 있다는 설정, '물리면 끝이다'까지. 말이 필요 없는 최고의 공포 코드 아닌가."

-다이앤 애커먼은 '뇌의 문화지도'에서 "공포는 반복될수록 강렬해진다"고 했다. 인간은 익숙한 것에 더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드라큘라와 프랑켄슈타인은 18~19세기 고딕문학으로 히트도 쳤고, 익숙한 신화.전설도 많다. 그런데 늑대인간, 당신은 뭔가. 도대체 족보가 있기는 한가.

"그리스 신화가 내 뿌리다. 제우스는 자신에게 인육을 먹이려 한 라키온을 늑대로 만들었다. 내 전설은 여기서 나왔다. 중세엔 내 이름을 딴 정신병도 유행했다."

-늑대로 변한다고 믿는다고 해서 '늑대인간 병'으로 불리는 '낭광증(狼狂症)' 말인가. 20세기엔 거의 사라졌다는데.

"그렇다. 유럽 늑대의 멸종과 비슷한 시기다. 늑대는 20세기까지 유럽에서 가장 무서운 육식 동물이었다. 내 데뷔작은 '런던의 늑대인간'(35년)인데, 그때만 해도 늑대에 대한 공포가 생생할 때였다."

-공포물에도 유행이 있나.

"물론이다. 70년대 '엑소시스트' '오멘'은 악령과 종교를 공포 코드에 추가했다. 80년대엔 '13일의 금요일' '나이트메어'가 연쇄 살인마를 공포 아이콘으로 내세웠다. 요즘엔 모바일 메시지도 공포 소재가 된다. 할리우드에 동양 귀신이 상륙한 지도 오래다."

-흔히 납량의 백미는 공포라고 한다. 진짜 공포영화가 더위를 쫓아주나.

"공포의 기억은 뇌의 해마 부분, 그중에서도 편도가 관장한다. 편도는 평소엔 가만있다가도 과거의 공포 체험이 반복되면 즉시 작동한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올라간다. 식은땀이 나고 실제 체온도 떨어진다. 공포영화가 괜히 여름 상품이겠는가."

-올 여름 한국엔 약 10편의 공포영화가 쏟아진다. 시원한 공포물을 고르는 요령이 있나.

"행동과학자 스티븐 후안은 '인간은 만물에 공포를 느낀다'고 했다. 책.수염.침대 공포증에서, '공포에 대한 공포'(Phobophobia)까지. 지금까지 확인된 공포증만 267개다. 자신에게 물어보라. 나는 어떤 걸 가장 겁내는지."

이정재 경제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