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자고, 공부 또 공부·…韓청소년 셋 중 하나 극단적 생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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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청소년 중 셋 중 하나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업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잠잘 시간은 줄고, 놀 시간은 없어지면서 전반적인 삶의 질은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죽고 싶은 이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죽고 싶은 이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통계청 통계개발원은 24일 ‘통계 플러스 겨울호’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아동·청소년의 삶의 질 지표 분석 결과를 실었다. 이에 따르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진행한 한국 아동·청소년 인권실태조사에 참여한 아동과 청소년 중 33.8%가 죽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하거나(28.6%), 자주 한다(5.2%)고 응답했다. 응답자 가운데 37.2%는 학교 성적 등 학업 문제를 이유로 꼽았다. 이어 미래나 진로에 대한 불안(21.9%), 가족 간의 갈등(17.9%) 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기준 한국 아동·청소년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7.3시간에 불과해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고등학생의 수면시간은 6.1시간, 중학생은 7.4시간, 초등학교 4∼6학년 학생은 8.7시간 취침하는 것으로 나타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면시간이 부족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미국수면재단(NSF)은 ▶10∼13세는 9∼11시간 ▶14~1세는 8~10시간을 권장 수면시간으로 제시하고 있다.

수면 부족의 원인은 공부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규 수업 시간 이외에도 평일 하루 3시간 이상 공부한다'는 비율은 이미 초등학생에서부터 41.4%에 달한다. 중학생은 46.1%, 고등학생은 48.6%였다. 공부에 치이느라 놀 시간도 없다. 평일 하루 3시간 이상 여가를 보낸다는 비중은 고등학생의 경우 27.3%에 불과했다. 중학생은 36.6%, 초등학생은 45.3%였다.

‘학교에 가는 게 즐겁다’(고등학생 69.3%), ‘건강관리를 위해 운동한다’(65.1%), ‘자신이 건강하다’(82.3%)고 응답하는 비율도 연령이 증가할수록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보니 한국 아동·청소년의 삶 만족도 평균 점수는 지난해 기준 6.6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 주요국과 비교해 최하위권에 속했다. 스페인(8.1점)·네덜란드(8,0점)·아이슬란드(8.0점)에서 만족도가 높았고, 한국만큼 점수가 낮은 국가는 터키(6.6점)뿐이었다.

연구를 맡은 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아동·청소년의 학업 성취도는 높지만, 행복도가 낮은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미래의 좋은 삶만 강조하면서 현재를 희생하는 걸 당연시해 온 결과”라고 짚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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