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질 취객 제압하다 발목 부러뜨린 소방관···정당방위일까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월 28일 서울 양천소방서에서 119 구급대원이 주취자 이송 중 폭행 상황을 가정해 구급차 내부에 설치된 비상벨을 누르는 시연을 펼치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연합뉴스]

지난 3월 28일 서울 양천소방서에서 119 구급대원이 주취자 이송 중 폭행 상황을 가정해 구급차 내부에 설치된 비상벨을 누르는 시연을 펼치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연합뉴스]

주먹을 휘두르는 취객을 제압하다 부상을 입힌 소방관이 상해죄로 처벌받을 위기에 몰렸다. 다친 취객은 "공권력의 범위를 넘어선 폭력"이라며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해당 소방관은 "만취한 피해자의 돌발적인 폭력을 막으려다 의도치 않게 부상이 발생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법원이 소방관의 '과잉 방어냐' '정당방위냐'에 대한 유무죄 판단과 처벌 수위를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단의 의견을 모아 정하기로 했다.

오늘 전주지법서 국민참여재판 열려 #폭력 막다 50대 발목 골절 입힌 혐의 #피해자, 엄벌 요구…소방관 "억울해" #檢, 약식기소…법원, 정식재판 회부

23일 전주지법에 따르면 소방관 A씨(34)에 대한 1심 재판이 이날 오전 11시 전주지법 신청사 201호 법정에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다. A씨는 지난해 9월 19일 오후 8시쯤 전북 정읍시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술에 취해 욕설과 함께 주먹을 휘두르는 B씨(50)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발목 골절 등 약 6주간의 부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사건 당일 오후 7시 40분쯤 "아들이 쓰러졌다"는 B씨 어머니의 신고를 받고 동료들과 함께 현장에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A씨는 B씨가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 후 "인근 병원으로 데려다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B씨는 갑자기 "전북대병원으로 후송해 달라"고 욕설을 퍼부으며 A씨에게 때릴 듯이 달려들었다. 당시 B씨는 만취 상태였다.

한 차례 B씨를 밀치며 제압했던 A씨는 B씨가 다시 주먹을 휘두르자 목덜미 부분을 감싼 뒤 바닥에 넘어뜨린 뒤 움직이지 못하게 짓눌렀다. 이 과정에서 B씨는 6주가량의 치료가 필요한 골절 상해를 입었다. 이에 B씨 어머니는 "소방대원에게 내 아들이 폭행을 당해 골절상을 입었다"며 경찰에 A씨를 고발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A씨를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가 무죄를 주장하고 있고, 반대로 B씨 측은 엄벌을 원하는 등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점을 감안해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A씨는 지난 7월 4일 열린 1심 첫 공판에서 "국민참여재판을 받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국민참여재판이 결정되면서 담당 재판부는 전주지법 정읍지원 형사1단독에서 전주지법 형사3부(부장 방승만)로 바뀌었다. A씨 재판 결과는 이날 밤이나 이튿날 새벽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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