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합』뜻 살렸지만 운영은 “부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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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감격과 한」이 교차하며 열린 한민족체전은 전 세계 1백8개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5백만 해외동포들에게 다소나마 희망과 민족의 동질성을 일깨우는 성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50개국의 해외 동포들이 고국의 하늘 아래 한자리에 모인 것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획기적 이벤트였고 소련정부의 적극적 도움으로 우리 항공기가 소련본토에 착륙, 사할린 동포들까지 꿈에 그리던 고국 땅을 밟을 수 있게 한 것도 체전 때문에 가능했던 쾌거였다.
특히 현지에서 영향력이 있는 중·소 동포들과 국내 학계·경제계 등 각계 인사들과의 교분이 이루어져 민간교류의 물꼬를 튼 것도 이번 체전의 큰 결실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선수단 구성의 지분을 둘러싸고 반목을 드러내 교포사회의 내분을 보이거나 유발시키는 등 숭고한 뜻을 그르쳤다.
또 중국동포들 가운데 이번 초청의 핵이였던 연변족 1백16명의 동포들은 고국땅을 밟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해외교포를 관장하는 외무부는 선수단구성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 일부 선수단구성에 차질을 가져오는 말썽을 빚었고 대회추진본부는 전국체전 때문에 빠져나간 전문인력부족으로 졸속행정·부실운영으로 일관했다.
이밖에 국민공감대형성 부족에 따른 5공식 관중동원, 경기장에서 청원경찰의 좌충우돌식 과잉경비에 따른 마찰음, 일부 호화저택에 초청된 중·소 동포들의 심리적 거부감도 옥의 티로 지적되고 있다.
또 하나 중·소 동포들 일변도의 환대에 따른 나머지 교포들의 상대적 소외감도 간과할 수 없다.
한 선수단장은 『중·소 동포들에 대한 지나친 편애로 깊은 소외감에 빠졌다』면서 『우리에게도 관심을 보여달라』고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한민족체전은 앞으로 3년 이상의 주기로 개최함으로써 국민이 식상하지 않게 하고 또 대규모를 능사로 함으로써 외화내분이 되지 않게 하는 등 실효있는 겨레의 잔치로 개선되어야겠다. <방원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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