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흡수체“복제”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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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책연구과제로 최근 개발된 「페라이트 전파흡수체」를 둘러싸고 그동안 연구수행기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이를 생산하고 있는 코니전자(주)와의 「무단복제」 분쟁은KIST측이 특허출원을 취하함으로써 일단락됐다.
전파흡수체란 전자파를 반사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흡수시킬 수 있는 복합재료로서 전기오븐 등 각종 전기·전자제품, 전파암실을 비롯해 레이다에 포착되지 않는 보이지 않는 비행기·전차·잠수함·해군함정의 안테나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이번 분쟁은 KIST세라믹스부의 김모 박사가 개발한 「페라이트 전파흡수체 개발」 연구성과가 지난 7월 일부 매스컴에 보도되면서 시작됐다.
87년부터 전파흡수체를 독점 생산하고 있는 코니전자 측은 『이 연구는 자사에 기술을 제공한 일본 동경공대 나이토(내등희지)교수의 저서 『전파흡수체』의 상당부분을 출처도 밝히지 않고 복제해 저작권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중소기업이 생산하고 있는 제품을 국책과제로 선정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로 인해 기업이미지에 피해가 컸다』고 밝히고 8월24일 특허청에 제출한 「전파흡수 페인트의 제조방법」 특허출원을 취하하라고 요구했었다.
실제로 김 박사의 연구보고서에 있는 원리나 공식·도표 등 여러 부분이 나이토교수의 저서 내용을 인용하고 있으나 참고문헌(59편)목록에는 일본 전자공학회지에 실린 나이토교수의 논문 1편만 기재 돼 있을 뿐이다.
KIST측은 자체평가회의를 거쳐 『이 연구의 독창성은 인정돼야 하나 보고서 작성방법 에 문제가 있었으며 국책연구기관과 민간기업간의 분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결정, 지난달 16일 특허출원을 취하함으로써 국가 기관의 연구에서 도덕성이 의심된다는 평을 면치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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