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독자도 알기 쉽게 풀어쓴 사회과학 출판물 쏟아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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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소수의 지식인들에게 독점되어 있는 지식이론 체계를 일반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 내는 「시민대학강좌」 성격을 띈 출판작업이 활발하다.
80년대의 정치사회적 혼란 속에서 가치와 목적을 달리하는 다양한 사상이론들이 쏟아져 나와 일반 독자들은 심한 가치관의 분열과 개념의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혼란을 극복해 낼 수 있는 새로운 내용과 형식의 출판물로서, 이를테면 「사상의 교통정리」를 자임하는 「시민강좌」적 출판은 크게 개별 출판사의 장기기획에 따른 총서형식과 각각의 사상·이론·개념 등을 수렴해 큰 가닥을 잡아가는 정기잡지 작업으로 나뉜다.
개별출판사로 먼저 이 작업을 시도한 한길사는 최근 「한길 인문사회과학 기초지식」총서라는 장기 기획물을 선보였다.
모두 1백 권으로 계획되어 있는 이 총서는 현재 4권이 출간됐고 20여권이 제작 또는 집필되고 있다.
잡지로서는 10월호로 창간된 월간 『현실과 대안』, 9월에 첫선을 보인 월간 『한국논단』, 지난 여름에 나온 계간 『사상』, 그리고 지난해 9월 창간된 월간 『사회와 사상』이대표적이다.
이 잡지들은 보수주의와 진보주의가 첨예하게 대치한 채 독선적이며 배타적인 목소리만 높은 최근의 현실을 비판하고 모두의 입장, 특히 중산층의 정신적 불안상태를 해소해 낼 수있는 창조적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길인문사회과학 기초지식」 총서 등 단일출판사의 기초지식 출판은 대충 4가지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
첫째, 학문과 지식의 대중화를 지향하는 교양입문서로서의 성격. 이는 지식인의 서재나 연구실에 갇혀 있는 이론체계를 쉽게 풀어냄으로써 대중들이 각 이론을 개괄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둘째, 여러 저자·편자·역자들의 주관적 판단과 목적아래 발간된 책들로 인해 벌어진 이설·이론들을 비판·발전적으로 수렴해 바람직한 발전방향을 찾아보고 있다.
셋째, 여러 연구자가 공동집필을 통해 학문과 사상의 이념적 편향성을 극복하고 일반인을 위한 「대체교과서」로서의 성격을 부여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기초지식」관련 책을 펴내는 출판사들은 이 「대체교과서」역할에 가장 주목하는 편이다.
끝으로 이 책들은 사전적 편집을 통해 개개의 항목을 설정, 개념의 완결성을 추구하고 있다. 「한길기초지식」의 경우는 책별로 30여개의 항목을 설정, 사전식 설명체제로 편집돼 있다.
잡지의 경우 『현실과 대안』은 각계의 의견을 인정하는 관용과 다양성에 대한 신뢰가 민주주의의 초석이라는 전제 아래 급하고 과하지 않은 모든 주장을 수용, 공동선의 가치관을 찾겠다는 편집방침을 세워놓고 창간특집으로 「한국사회의 현실과 대안모색」 「통일과 민주화를 생각하며」 「한국현대사를 점검한다」 등을 싣고 있다. <이혜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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