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툭하면 싸우고 집 나간 어린 부모, 7개월 아기는 굶어 죽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태어난 지 7개월 된 여자아이를 아파트에 반려견 2마리와 함께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부모 A씨(21·왼쪽)와 B양(18). [연합뉴스]

태어난 지 7개월 된 여자아이를 아파트에 반려견 2마리와 함께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부모 A씨(21·왼쪽)와 B양(18). [연합뉴스]

2017년 9월부터 교제해 온 A씨(21)와 B양(18)은 B양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B양 부모 집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아이가 태어난 뒤 A씨 부부는 올해 3월 독립해 살림을 차렸다.

[사건추적]

A씨가 가게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벌고 B양이 주로 혼자 아이를 돌보며 지내왔다. 그러나 A씨는 외박이 잦았고 부인의 평소 행동을 의심했다. B양도 홀로 아기를 키우며 발생한 피로와 불만으로 다투는 일이 늘었다. 그러다가 지난 5월부터는 사이가 나빠져 7개월 된 딸이 홀로 집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5월 17일 오전 1시쯤 A씨는 자신의 부모에게 “집 근처에 있으니 아이가 탄 유모차를 집 앞에 두고 가면 자신이 돌보겠다”고 연락했다. 그러나 A씨는 집 앞에 있는 딸을 4시간 넘게 방치했다. “아내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꾸고 집을 나간 뒤 변경된 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집에 들어갈 수 없다”는 이유를 대면서다.

유모차에 혼자 있는 아기를 본 이웃 주민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고 나서야 A씨는 집에 돌아왔다. 경찰은 A씨에게 "아빠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당부한 뒤 아기를 A씨에게 보냈다.

그러나 방치는 계속됐다. A씨 부부는 5월 22일 심하게 다툰 뒤 헤어지기로 결정했다. 이후 이들은 딸을 애완견 두 마리와 함께 둔 채 집을 비웠다. 애완견들로 인해 집안이 더러워지고 아이가 얼굴·팔·다리에 상처를 입었다.

그래도 부부는 아이를 내버려 뒀다. A씨는 닷새 뒤 집에 잠시 들렀지만, 이때도 아이를 돌보지 않았다고 한다.

이틀이 더 지나고 B양은 남편 A씨에게 ‘아이가 죽었을지도 모르니 집에 가보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도 이들 중 누구도 아이를 살피지 않았다. 결국 열흘 가까이 애완견 2마리와 함께 방치된 A씨 부부의 딸은 탈수와 기아로 사망했다.

딸이 사망한 사실 알고도 방치

아이의 아버지 A씨는 검찰조사에서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아이의 아버지 A씨는 검찰조사에서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5월 31일, A씨 부부는 아이가 숨진 사실을 알고도 사체를 종이상자에 옮겨 담은 뒤 자신들의 물건만 챙긴 채 아이를 그대로 집에 뒀다. 숨진 영아는 6월 2일 딸 부부가 연락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아파트를 찾은 아이의 외조부모에게 발견됐다. 부부는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마트에 다녀와 보니 키우던 반려견이 아이를 할퀴어 상처가 있었고 다음 날 아이가 숨졌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이 아파트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한 결과 거짓말로 밝혀졌다.

인천지방경찰청은 A씨 부부를 구속해 기소의견(아동학대치사)으로 검찰로 넘겼다. 검찰은 A씨 부부에게 살인과 사체유기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法, “A씨 부부, 아이가 숨질 것이라 충분히 예견”

인천지방법원 전경. 심석용 기자

인천지방법원 전경. 심석용 기자

재판에서 A씨 부부는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살인죄가 아니라 아동학대치사죄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낮은 형량을 받겠다는 의도에서다.

이들의 변호인은 “A씨 부부는 상대방이 서로 돌볼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사망까지는 예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사체유기 혐의에 대해서도 “아이가 숨진 사실을 알게 된 때가 금요일이라 장례절차를 어떻게 해야 할지 의논하면서 지연됐을 뿐 유기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사체유기 혐의에 대한 이들의 반박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9일 인천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송현경)는 아이의 아빠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미성년자인 엄마 B양에게는 단기 징역 7년에 장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B양은 7년 수감 뒤, 반성과 교화 여부에 따라 석방 여부가 결정된다. 7년 뒤 석방 심사에서 떨어지면 8년(합계 15년)을 더 감옥에서 살아야 한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