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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유튜브 셀러] 유튜버 박막례, 캐릭터 펭수 올해의 대세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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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6호 21면

이 시대 독서는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디지털 환경에 맞서는 저항의 방편이다. 우리 독서 목록에는 당대의 사상 풍경, 사회적 이슈가 녹아 있다. ‘올해의 인문교양서’부터 ‘올해의 캐릭터’까지 사랑받은 책, 출판 흐름 등을 8개 분야에 걸쳐 살폈다.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박막례·김유라 지음
위즈덤하우스

격주간 출판전문지 기획회의는 ‘디지털 시대의 읽기와 쓰기’를 2019 출판계 키워드의 하나로 꼽았다. 그 설명에 따르면 스마트폰 독서 환경에서 액정 위의 ‘글’과 ‘영상’은 사실상 “동일한 정보체계”로 작동한다. 아이들이 지식검색을 유튜브로 할 수 있는 이유도 디지털 디자인 감각과 관련 있다.

유동적인 세태를 반영하듯 올해 출판계 베스트셀러는 유튜브 셀러, TV를 통해 사랑받은 유명인 저서가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유튜브 스타 박막례 할머니의 에세이집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전방위 소설가 김영하의 산문집 『여행의 이유』가 대표적이다.

특히 『박막례…』는 YES24 독자 투표에서 올해의 책 2위, 알라딘 독자 투표에서 올해의 책 1위에 올랐다. 출판시장의 주요 변수 정도로 여겨졌던 유튜브 영향력이 실적으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유튜브 미디어 환경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앞으로 2, 3년 출판가의 화두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기성 세대의 갑질을 거부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감수성을 진단한 『90년생이 온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차별과 혐오에 눈길을 준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선전은 정의와 공정을 중시하는 심리가 여전히 작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전통적으로 출판시장의 강자였던 소설 판매가 위축된 가운데 신예 SF 작가 김초엽의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3만 부 넘게 팔린 것도 이례적이다.

올해의 유튜브 셀러

2019년, ‘안 봐도 비디오’란 말이 ‘안 봐도 유튜브’로 바뀌었다. 정보 검색을 넘어 소소한 일상의 기록까지 유튜브로 공유하는 게 요즘 2030이다. 그러다 대박을 치는 스타가 속속 등장하니, 출판계에서도 유튜브가 키워드가 됐다. 구독자 115만을 거느린 박막례 할머니의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는 예약 판매 개시와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수능날 엿장수부터 현충일 꽃 장사까지 안 해 본 일이 없고, 남편에게 배신당하고 측근에게 큰 사기를 두 번이나 당한 젊은 날의 시련이 근대소설 주인공처럼 파란만장하다. 고생이 끝난 인생 후반부 유튜브 성공기를 마치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 처럼 손녀와 시점을 교차시킨 구성도 흥미진진하다. 마지막 ‘모의고사’에 이르면 ‘이건 뭐지’ 싶다.

하긴 평범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만든 게 바로 유튜브다. 할머니의 스타성을 알아본 손녀가 또 다른 주인공이다. 치매 위험 진단을 받은 할머니가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둘 순 없다’며 회사에 사표까지 낸 손녀는 시대의 공기를 재빠르게 감잡은 능력자다.

그들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피 말리는 창작의 고통도 있었다.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영화 찍듯 시퀀스를 짜고, 내키지 않는 액티비티를 하다 피를 보기도 했다. 파란만장한 인생 끝에 이제는 돌아와 카메라 앞에 선 박막례 여사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염병할’ 인생이지만 끝까지 달려가 보자고. 대신 최선을 다해 달려야 한다고.

올해의 캐릭터

펭수

펭수

빨강 머리 앤 등 콘텐트보다 캐릭터를 앞세운 책들은 최근 뚜렷한 흐름을 형성하며 사랑받았다. 올해 캐릭터는 단연 10살 펭귄 펭수(사진)였다.

펭수는 지난 4월 EBS 어린이 프로그램 ‘생방송 톡! 톡! 보니하니’에서 처음 선보였다. 9월 이육대(EBS 아이돌 육상대회)에 등장하며 인기가 폭발해 2030세대의 억눌린 정서를 대변하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EBS에서 잘리면 KBS 가겠다” “사장이 편해야 회사가 편하다”는 식의 거침 없는 발언을 쏟아낸다. 그 모습이 ‘꼰대’를 거부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심리를 저격했다는 평가다. 유튜브 구독자 140만 명을 달성한 인기가 출판으로도 불붙어 에세이 다이어리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는 3주째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해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는 20대 초중반 여성이 가장 많이 구매했다. 올해 『빨강 머리 앤』은 40대 여성이 주 구매자였다. 펭수 관련 상품은 20, 30대로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는다. 펭수 ‘굿즈(상품)’도 등장했다. EBS는 펭수를 문제집 표지 모델로 활용하고, 펭수 문구용품 사은품도 만들었다.

교보문고 2019년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교보문고 2019년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어떻게 선정했나

교보문고의 전국 42개 매장과 온라인서점 북마스터·구매 담당자 100명으로부터 8개 분야별 인상깊었던 책을 추천받았다. 이를 토대로 중앙SUNDAY 출판팀이 최종 선정했다. 올해의 책은 내년 1월 14일까지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 부산 해운대 등 전국 16개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유주현 기자, 김여진 인턴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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