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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신인작가] 월급 대신 카드 포인트 지급한 IT 업체 고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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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6호 20면

이 시대 독서는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디지털 환경에 맞서는 저항의 방편이다. 우리 독서 목록에는 당대의 사상 풍경, 사회적 이슈가 녹아 있다. ‘올해의 인문교양서’부터 ‘올해의 캐릭터’까지 사랑받은 책, 출판 흐름 등을 8개 분야에 걸쳐 살폈다.

일의 기쁨과 슬픔

일의 기쁨과 슬픔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지음
창비

센스의 혁명. 판교 리얼리즘. 극사실주의 스타트업 호러.

1986년생, 2년차 작가 장류진(사진)에게 쏟아진 찬사다. 월급 대신 신용카드 포인트를 지급한 스타트업 괴담을 소재 삼은 그의 등단작 ‘일의 기쁨과 슬픔’은 올해 한국 문단을 강타했다. 전문을 공개한 창비 홈페이지가 마비되고 10월 출간된 종이책 『일의 기쁨과 슬픔』이 지금까지 5만 부 가까이 팔렸다. 협력과 피드백을 중시하는 미국 실리콘 밸리의 ‘애자일 방법론’이 직원 깨는 방편으로 변질된 우리의 판교 밸리, 영원히 ‘을’에서 벗어날 가망 없이 희망 고문, 정신 승리를 강요당하는 청년 세대의 뼈 맞는 아픔을 제대로 건드린 결과다. “애자일 경찰을 만들어 스크럼(자유토론)이 15분 넘어가면 체포해야 한다”, “임금을 포인트로 받으면 신고해야 한다”는 댓글이 올라왔다는 얘기도 들린다.

연세대 사회학과 출신인 장류진은 실제로 IT 기업에서 7년간 일했다. 체험을 바탕으로 자기 위로를 위해 쓴 글로 가장 떠들썩한 신인 등장을 연출했다. 무명의 직장인에서 촉망받는 작가로. 그 자신이 꿈같은 성공신화 리얼리티 쇼의 주인공이었다.

장류진 작자

장류진 작자

운동으로 치면 프로야구나 축구의 신인왕 격이다.
“엄청난 영광이다. 야구는 홈런밖에 모른다. 축구는 초등학교 때 고종수를 좋아했었다. 그의 소속팀 수원이 잘하기도 했고, 뭔가 반항의 아이콘 같은 이미지가 있었는데 그런 꼰대 같지 않은 면이 좋았던 것 같다.”
이런 인기의 비결은.
“어, 너무 어렵다. 아무도 이렇게 대놓고 물어보지는 않던데….(※순간 꼰대 연령의 기자는 당황했다) 주독자층이 젊은 여성들인데 소설의 인물들과 겹쳐 공감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
기억에 남는 독자 반응이 있다면.
“이메일, 손편지나 작은 선물을 주신다. 인스타그램 디엠(다이렉트 메시지)은 미처 다 못 본다. 제일 신기했던 반응은 나 때문에 북토크에 처음 참가했다는 경우였다. 기분이 너무 이상했다. 나는 어떤 맥락의 끝에 서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분은 여기서부터 시작인 것 아닌가.”
변화가 커서 정신없겠다.
“맞다. 삶에 너무 큰 변화가 일어나서 얼떨떨하다. 소설가가 된 것, 그리고 책을 낸 것. 그게 가장 크다.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 작가가 돼 직업을 바꾼 것도 큰 변화다.”
앞으로 10년 후쯤 어떤 작가가 돼 있을 것 같나.
“먼 미래 생각을 잘 안 하는 편이다. 너무 막막하고 암흑 같이 느껴져서 상상 자체가 안 된다. 진짜 가까운 앞날만 신경 쓴다. 직장인 시절 면접을 보거나 조직장 면담을 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10년 후 이 회사에서 내가 어떤 모습일 것 같으냐는 거였다. 그런 질문이 가장 어려웠다. 그저 오늘 하루 충실하자, 눈앞에 닥친 일들을 하나하나 해나가자 하는 생각밖에 없다. 쉬지 않고 꾸준히 쓰는 작가, 그런 모습이 되고 싶긴 하다.”
뜨거운 반응이 부담스럽지는 않나.
“부담을 극복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거니까 스스로 주문 비슷한 다짐을 한다. 나를 소설 쓰는 기계라고 생각하면, 이 기계가 돌아가는 원리나 메커니즘은 잘 모르지만 뭔가를 입력했을 때 어쨌든 결과물이 나왔고 그걸 좋다고 해준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이 기계의 성능을 믿어보자, 그러니까 나를 좀 믿어보자,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소설의 깊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나는 깊이 있다고 생각하고 쓰는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없다고 느끼나 보다 여겼다. 얼마 전 팟캐스트 녹음을 하는데, 진행자도 사전에 그런 얘기를 들었는지, 실제로 읽어 보니 우울한 내용이 많아 어떻게 이런 소설을 가볍다고 할 수 있는지 의아했다는 말씀을 하시더라. 그 얘기를 듣고 눈물이 나와 녹음 중간에 울었다. 맞아, 내 소설 인물들의 삶이 마냥 가볍다고 할 수는 없지, 그렇게 생각해주는 독자도 있구나, 그런 생각 들어서 놀라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또 맞는 말 같기도 해서 눈물이 난 것 같다.”

올해의 신인작가 분야에서는 SF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김초엽 작가, 동성애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의 박상영 작가 등이 경합했다.

◆어떻게 선정했나

교보문고의 전국 42개 매장과 온라인서점 북마스터·구매 담당자 100명으로부터 8개 분야별 인상깊었던 책을 추천받았다. 이를 토대로 중앙SUNDAY 출판팀이 최종 선정했다. 올해의 책은 내년 1월 14일까지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 부산 해운대 등 전국 16개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 랩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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