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 역풍…"미국 민주당, 영국 노동당 꼴 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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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전날 하원 탄핵소추 투표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반대표를 던진 뒤 공화당에 합류한 제프 밴 드루 의원을 백악관에 초청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전날 하원 탄핵소추 투표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반대표를 던진 뒤 공화당에 합류한 제프 밴 드루 의원을 백악관에 초청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오늘의 불법, 반(反)헌법적 탄핵으로 민주당은 깊은 증오를 선언하고 미국의 유권자를 무시했다. 이 탄핵은 민주당의 정치적 자살 행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직후 미시간주 유세에서 한 말이다. 민주당이 유권자의 뜻과 달리 탄핵을 강행해 2020년 11월 대선에서 강한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전문가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민주당이 최근 총선에 참패한 영국 노동당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슈미트 "민주당 유권자와 유리, 강경 좌파로 기울면 영국 노동당 꼴" 

스테판 슈미트 아이오와 주립대 교수는 19일 중앙일보에 "탄핵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을 자극해 11월 3일 투표장으로 불러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대다수 유권자와 유리돼 진보로 쏠릴 경우 최근 총선에 참패한 영국 노동당 꼴이 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단순히 탄핵 강행뿐 아니라 탄소 제로 에너지정책과 전 국민 단일 공공의료보험 등 강경 좌파로 기울 경우 대선에 참패할 수 있다는 경고다.

"민주당 정치적 자살 행진" 전문가는 엇갈린 평가

탄핵 이슈 자체가 대선 변수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없었다. 공화당을 장악한 상원은 탄핵심판에서 속전속결 무죄를 선고할 방침이고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증인 채택 등 절차 협의를 놓고 탄핵안 송부를 지연시킬 수만 없다. 민주당은 2월 3일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대선 경선을 본격적으로 치러야 한다.

토머스 슈워츠 밴더빌트대 교수는 "상원 공화당에서 수전 콜린스(메인), 밋 롬니(유타) 같은 극소수 의원들은 지도부와 달리 좀 더 탄핵심판을 원할지도 모르고, 이탈표를 던질 수도 있지만, 이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핵 이슈는 대선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잊힐 것이고 대선의 주요 이슈가 못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지난 9월 24일 탄핵조사 개시를 공식 선언한 이래 민주당 경선 흥행도 타격을 입었다. 경선 TV토론 시청자 수는 직전 9월 13일 3차 토론 1290만명에서 10월 810만명, 11월 660만명으로 급감했다. 미 국민이 민주당 경선보다 트럼프 탄핵 여부에 관심을 쏟았기 때문이다. 18일 하원 트럼프 탄핵소추안 표결을 지켜본 1200만명이었다.

슈워츠 "바이든 경선 초반 패배로 무너지면 민주 본선 승리 힘들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날 19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6차 민주당 경선 토론에서 현재 여론 1위, 2위 주자인 조 바이든(왼쪽)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손가락질을 하며 치열하게 토론하고 있다.[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날 19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6차 민주당 경선 토론에서 현재 여론 1위, 2위 주자인 조 바이든(왼쪽)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손가락질을 하며 치열하게 토론하고 있다.[AP=연합뉴스]

하원 탄핵소추 다음날 19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6차 토론에서 선두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탄핵에 언급은 삼간 채 공화당과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공화당이 나와 내 가족을 공격한 방식 때문에 화를 낼 이유가 있는 후보는 나 자신"이라며 "그러나 우리가 일하려면 그들과 협력해야 하고,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사실"이라고 하면서다. 우크라이나에 자신과 아들 헌터 바이든의 수사를 요청한 게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 소추한 이유였지만 중도파로서 '협력'을 내세운 셈이다.

슈워츠 교수는 "바이든이 대선에서 트럼프를 상대할 가장 강력한 후보로서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을 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그는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패배할 수 있고, 이것이 그를 파멸로 이끌 수 있다"고 했다. "그럴 경우 민주당으로선 대선 본선에서 트럼프를 이기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리트먼 "탄핵 혐의 역대 가장 심각…대선 예측 어려운 접전될 것" 

앨런 리트먼 교수의 백악관을 가는 13가지 열쇠. 그래픽=신재민 기자

앨런 리트먼 교수의 백악관을 가는 13가지 열쇠. 그래픽=신재민 기자

하지만 『백악관으로 가는 13가지 열쇠』의 저자인 앨런 리트먼 아메리칸대 교수는 이날 CBS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민주당 역풍 주장은 맞지 않다"며 "탄핵은 분명 현직 대통령의 재선에 부정적 스캔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외국 정부 우크라이나에 대선 개입을 요청한 건 역대 탄핵당한 어떤 대통령보다 가장 심각한 혐의"라고 덧붙였다. 리트먼 교수는 "내년 대선은 승패를 예측하기 힘든 접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슈미트 교수도 "내년 11월까진 정치·경제적으로 예측 못 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며 "민주당이 기업·산업 국유화를 내건 노동당처럼 '미친 좌파'로 변하지 않으면 대선은 물론 상·하원을 장악할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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