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동독인 열차수송 스케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프라하와 바르샤바에서 열차 편으로 1일 서독에 도착한 7천여 명의 동독난민들은 샴페인을 터뜨리는 서독인들과 따뜻한 차를 준비한 적십자 요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진찰 등 몇 가지 조사과정을 거친 뒤 서독 국경경찰과 군에서 마련한 간이숙소에 여장을 풀었다.
서독대사관과 가톨릭교회 건물에 수주동안 머물고 있던 이들 동독인들은 서독관리들이 지난달 30일 이들의 이주를 허용하는데 합의했다고 발표한지 수 시간만에 서독으로 향했다.
1일 새벽 서독의 호프시에 도착한 34세의 한 동독난민은 『우리는 동독에서 아무런 장래를 보장받지 못했다』면서 『우리는 아파트에서 그리 열악한 조건에서 살지는 않았으나 떨칠 수 없는 커다란 산을 지고 사는 것 같은 생활이었다』고 밝혔다.
○…동독난민중 한 어린 소녀는 이곳에 도착하자 『드디어 우리는 해냈다』면서 프라하에서 도착한 난민들과 어울려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상당수의 어린이가 포함된 난민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하면서도 서독 환영인파가 몰려든 가운데 기차역에 도착, 무한한 환희에 젖었다.
32세 된 엘케 예베케 여인은 남편이 3주전 헝가리 국경을 넘으려다 실패했다면서 두 아이의 손을 꼭 잡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동독 관영 ADN통신은 동독정부의 집단이주허용 결정이 프라하와 바르샤바 서독대사관의 「참을 수 없는 환경」을 고려한 인도적 배려라고 보도.
그러나 ADN통신은 이들 이주자들에 대해 「추방」이라는 용어를 사용, 『서독대사관에 불법적으로 기거하고 있는 동독인들을 동독 영토 밖인 서독으로 추방한다』고 밝힘으로써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다.
한편 난민들의 서독 도착직후 나온 동독 외무부의 성명도 이들 난민들이『무책임하며 반사회적인 배반자이자 범죄자』라고 비난했다.【외신종합=연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