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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용 AP칩 불꽃튀는 3파전…질주하는 퀄컴, 뒤쫓는 삼성ㆍ화웨이

중앙일보

입력

퀄컴은 지난 3일 테크서밋 행사에서 차세대 AP인 '스냅드래곤 865'를 공개했다. [중앙포토]

퀄컴은 지난 3일 테크서밋 행사에서 차세대 AP인 '스냅드래곤 865'를 공개했다. [중앙포토]

5G(세대) 통신 세상에서 손톱만 한 ‘스마트폰의 두뇌’를 지배하는 자는 누가 될까. 본격적인 5G 시장의 개장을 앞두고 스마트폰의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대결도 치열하다. 현재까지는 미국의 퀄컴이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고 한국의 삼성전자와 중국의 화웨이가 맹렬히 추격하는 모양새다.

AP는 스마트폰의 핵심부품이다. 엄지손톱 크기의 이 작은 칩에는 스마트폰의 성능을 좌지우지하는 핵심 기능이 꾹꾹 눌러 담겨있다. 중앙처리장치(CPU)는 물론 동영상과 사진 처리장치, 통신칩(모뎀) 까지 모두 포함돼 있다. 그만큼 AP를 만들기 위해서는 높은 기술 수준이 요구되고, 어떤 AP를 탑재했는가에 따라 스마트폰의 성능이 좌우된다.

독보적 1위, 앞서나가는 퀄컴

AP 시장에서 미국의 퀄컴사는 독보적이다. 시장조사업체인 스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모바일 AP시장에서 퀄컴은 39.6%의 점유율로 경쟁자들을 멀찍이 따돌렸다. 애플(19.9%)과 삼성전자(13.1%),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12.9%로 뒤를 이었다. 운영체제(OS)로 아이오에스(iOS)를 쓰는 애플을 제외하면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하는 스마트폰용 AP 시장은 퀄컴ㆍ삼성ㆍ화웨이 3파전 구도인 셈이다.

퀄컴은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하와이에서 2019 퀄컴 테크 서밋을 열고 차세대 AP인 ‘스냅드래곤 865’와 통합 칩(시스템온칩·SoC)인 ‘스냅드래곤 765’를 공개했다. 통합 칩은 기존 AP에 데이터를 주고받는 모뎀칩까지 결합한 형태다.

퀄컴이 다음달 미국 하와이에서 공개할 예정인 최신 AP '스냅드래곤 865'. [사진 GSM아레나]

퀄컴이 다음달 미국 하와이에서 공개할 예정인 최신 AP '스냅드래곤 865'. [사진 GSM아레나]

퀄컴에 따르면 스냅드래곤 865는 ▶최대 7.5Gbps의 5G 무선통신속도를 지원하며 ▶스냅드래곤 855 대비 25% 향상된 작업성능 ▶초당 15조 번의 연산이 가능한 5세대 AI 엔진 ▶초당 2기가픽셀을 처리할 수 있는 스펙트라 480 ISP(이미지처리장치) 등으로 구성됐다. 이 같은 성능을 이유로 퀄컴 측은 “스냅드래곤 865는 지구 최고의 성능을 갖춘 괴물(Beast)”이라고 자신만만해 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앞다퉈 채택 의사를 밝히고 있다. ZTE와 소니, 모토로라 등이 손을 들었다. 삼성전자 역시 내년 초에 공개하는 갤럭시 S11에 자사의 AP 대신 스냅드래곤 865 채택을 고민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삼성전자는 “출시 전 제품의 스펙은 언급하지 않는다"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론 스냅드래곤 856쪽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과 AI에 집중하는 삼성  

삼성전자가 최근에 내놓은 자체 AP는 지난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한 테크데이 콘퍼런스에서 공개한 ‘엑시노스 990’이다. 공개된 사양에 따르면 엑시노스 990은 기존 AP보다 20% 정도 향상된 성능을 보여준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990 외에 새로운 AP 개발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삼성전자의 AP 브랜드 '엑시노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AP 브랜드 '엑시노스'. [사진 삼성전자]

선택과 집중이다. 경쟁력이 덜한 부분은 과감히 다른 업체로부터 기술을 빌리고 인공지능(AI)과 그래픽을 특화한 AP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미국 오스틴에 있는 모바일용 AP 개발팀을 해체했다. 그 대신 삼성전자는 신경망 처리장치(N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AP 성능이 상향 평준화하면서 AI 기능 등 다른 부분이 더 부각되자 방향을 튼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코어 개발에서 손은 뗐지만 NPU와 GPU 인력을 대거 늘렸다. 이를 통해 우수한 성능의 AP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계 첫 시스템온칩(SoC), 화웨이의 역습

화웨이는 수십억명의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9월 독일 IFA2019에서 세계 최초의 시스템온칩인 ‘기린 990’을 공개했다. 당시 리처드 위 CEO는 삼성전자와 퀄컴을 겨냥해 “기린 990은 엑시노스보다 36% 작고 효율성은 20%나 높으며, 퀄컴 스냅드래곤보다 26%가 작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SoC는 AP와 모뎀칩을 하나로 합친 것인 만큼 수억개가 넘는 트랜지스터를 담아야 해 설계 기술이 어렵지만, 스마트폰에서 차지하는 공간을 줄일 수 있다. 그 자리에는 배터리나 카메라 같은 다른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부품을 탑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화웨이_기린990_세계_첫_5G원칩_유력

화웨이_기린990_세계_첫_5G원칩_유력

기린 990은 화웨이가 만드는 스마트폰 중에서도 보급형이 아닌 고급형인 메이트 30에 탑재했다. 화웨이는 중국 내수를 중심으로 유럽과 일본 시장 일부를 공략, 삼성전자 다음으로 많은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기업 규제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는 스마트폰을 3억대 넘게 팔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자체 AP 개발 왜 할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퀄컴의 AP를 대거 채택하면서도 동시에 자체 AP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자체 AP가 없으면 스마트폰의 출시 일정부터 가격 경쟁력까지 하나하나 AP 제조사에 휘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7년 3월에 출시된 LG전자의 스마트폰인 G6는 퀄컴의 최신 AP인 스냅드래곤 835가 아니라 이전 세대인 스냅드래곤 821을 탑재하고 출시됐다. 이는 자체 제조 시설이 없는 팹리스 기업인 퀄컴이 스냅드래곤 835의 생산을 삼성에 맡기면서 초기 생산량을 모두 삼성이 사용하기로 하자 어쩔 수 없이 내린 선택이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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