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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당대표급, 전략거점 출마를”…홍준표 “24년간 험지서 검투사 노릇”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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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심재철 원내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과 공수처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심재철 원내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과 공수처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경록 기자

21대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을 시작한 17일, 자유한국당 총선기획단이 당 대표급 지도자에게 ‘전략적 거점 지역’ 출마를 권고했다.

황교안 의총서 당 기강잡기 나서 #“절절함 얘기 하는데 조는 분 있다”

전희경 총선기획단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 당 대표를 지냈거나 당의 지도자적 위치에 있었던 큰 정치인은 당과 협의해 전략적 거점 지역에 출마해 이번 총선을 이끌어 주실 것을 권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전략적 거점 지역이란 20대 총선에서 다른 당 후보가 선출됐지만 한국당의 자체 여론조사나 지역 평가 결과 중량감 있는 주자가 나설 경우 역전이 가능한 지역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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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용어론 ‘험지(險地)’일 터인데, 총선기획단에선 손사래를 쳤다. 총괄팀장인 이진복 의원은 “험지에 나가라는 건 사지(死地)에 나가라는 말인데 이게 아니다”라며 “조금만 노력하면 당선이 가능한 곳을 전략지라고 본다. 그곳에 출마해 인근 선거구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역을 전략 지역으로 평가했다”고 했다. 그곳이 어디인지에 대해선 당 관계자는 “아직 데이터를 가지고 논의한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당내에선 이번 권고가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나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 전 대표는 고향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이나 대구 출마를 검토 중이다. 최고위원을 지낸 김 전 경남지사는 전날 자신의 고향인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출마를 선언했다. 황교안 대표의 경우엔 “지도자가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디에 나가라고 할 수는 없다”(이진복)는 입장이다.

당장 홍 전 대표가 반발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이 당에 입당한 이래 24년간 글래디에이터(검투사) 노릇만 해 왔다. 여태 국회의원 출마는 당이 정해준 대로 험지에서만 해 왔지만, 마지막 출마지는 차기 대선을 기준으로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는 곳으로 정하고자 한다”고 반박했다. 김태호 전 지사도 부정적이다.

이런 가운데 황교안 대표가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들을 다잡았다. 졸고 있는 한 의원을 향해 “절절함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졸고 계신 분이 있다”며 농반진반의 얘기를 한 뒤 “청와대 앞 단식농성 당시 (의원들과) 단일대오가 된 느낌을 못 받았다”고 말하면서다.

이어 “어떤 사람은 나가서 가진 역량의 100%를 써서 싸우고 있는데, 뒤에서 70%만 쓰고 힘을 다하지 못한다면 똘똘 뭉쳤다고 할 수 없다”며 “지금 한국당이 나라를 살리겠다는 절절함이 없다고 보는 분들이 많다. 당이 내린 결론에 대해 똘똘 뭉쳐서 다른 말 없이 싸워야 이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불만이 있으면 와서 얘기하시라”는 말도 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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