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을 시작한 17일, 자유한국당 총선기획단이 당 대표급 지도자에게 ‘전략적 거점 지역’ 출마를 권고했다.
황교안 의총서 당 기강잡기 나서 #“절절함 얘기 하는데 조는 분 있다”
전희경 총선기획단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 당 대표를 지냈거나 당의 지도자적 위치에 있었던 큰 정치인은 당과 협의해 전략적 거점 지역에 출마해 이번 총선을 이끌어 주실 것을 권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전략적 거점 지역이란 20대 총선에서 다른 당 후보가 선출됐지만 한국당의 자체 여론조사나 지역 평가 결과 중량감 있는 주자가 나설 경우 역전이 가능한 지역구다.
정치권 용어론 ‘험지(險地)’일 터인데, 총선기획단에선 손사래를 쳤다. 총괄팀장인 이진복 의원은 “험지에 나가라는 건 사지(死地)에 나가라는 말인데 이게 아니다”라며 “조금만 노력하면 당선이 가능한 곳을 전략지라고 본다. 그곳에 출마해 인근 선거구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역을 전략 지역으로 평가했다”고 했다. 그곳이 어디인지에 대해선 당 관계자는 “아직 데이터를 가지고 논의한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당내에선 이번 권고가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나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 전 대표는 고향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이나 대구 출마를 검토 중이다. 최고위원을 지낸 김 전 경남지사는 전날 자신의 고향인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출마를 선언했다. 황교안 대표의 경우엔 “지도자가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디에 나가라고 할 수는 없다”(이진복)는 입장이다.
당장 홍 전 대표가 반발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이 당에 입당한 이래 24년간 글래디에이터(검투사) 노릇만 해 왔다. 여태 국회의원 출마는 당이 정해준 대로 험지에서만 해 왔지만, 마지막 출마지는 차기 대선을 기준으로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는 곳으로 정하고자 한다”고 반박했다. 김태호 전 지사도 부정적이다.
이런 가운데 황교안 대표가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들을 다잡았다. 졸고 있는 한 의원을 향해 “절절함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졸고 계신 분이 있다”며 농반진반의 얘기를 한 뒤 “청와대 앞 단식농성 당시 (의원들과) 단일대오가 된 느낌을 못 받았다”고 말하면서다.
이어 “어떤 사람은 나가서 가진 역량의 100%를 써서 싸우고 있는데, 뒤에서 70%만 쓰고 힘을 다하지 못한다면 똘똘 뭉쳤다고 할 수 없다”며 “지금 한국당이 나라를 살리겠다는 절절함이 없다고 보는 분들이 많다. 당이 내린 결론에 대해 똘똘 뭉쳐서 다른 말 없이 싸워야 이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불만이 있으면 와서 얘기하시라”는 말도 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