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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예비후보 등록, 룰·지역구는 ‘깜깜이’…신인들 괴롭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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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치 신인은 하루라도 빨리 예비후보 등록을 해서 얼굴을 알려야 하잖아요. 근데 일단은 오늘 등록을 안 했어요. 선거법 논의에 따라 제 지역구가 통폐합될 수도 있어서요.”

선거법 개정 진통, 처리 안갯속 #선거구 획정 2월말까지 끌 수도 #4+1협의체 석패율제 도입 대신 #비례·지역구 이중등록제 허용 논의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노리는 김용식(32) 자유한국당 노원병 당협위원장은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 17일 한숨을 쉬었다. 올 초 청년 정치 신인으로 한국당에 입당한 후 노원병 지역구에서 지역 기반을 다져왔지만, 정작 내년 선거에서 노원병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어서다.

현재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탄 공직선거법 개정안 원안(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이 통과될 경우 지역구 의석(현재 253석)은 28석 줄어든다. 현재 3개 지역구(갑·을·병)로 나뉜 노원구는 서울 내 다른 구에 비해 인구가 적은 편(11월 기준 53만명)이라 갑·을로 통폐합될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은 “당장 사무실을 어디에 마련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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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7일 예비후보자 등록을 받기 시작했다. 총선 레이스가 시작된 셈인데, 역대급 ‘깜깜이 선거’에 예비후보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법적으론 선거 1년 전엔 끝나야 할 선거구 획정은커녕 선거제 합의도 못 한 상태여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으로 선거룰 자체가 바뀔 수 있어 후보자의 고민이 더 깊다. 예비후보 등록은 인지도 낮은 정치 신인들에겐 사무소 설치, 명함 배부 등 자신을 알릴 좋은 기회지만, 발로 누빈 지역이 다른 선거구가 되면 ‘헛고생’한 격일 수 있어서다.

서울 영등포갑 출마를 노리는 강명구(43) 한국당 영등포갑 당협위원장도 예비 후보 등록을 다음 달에 하기로 했다. “선거룰 자체가 워낙 유동적이니 일단 국회 상황을 더 보겠다”는 이유다. 2002년 한나라당 당직자로 정치권에 발을 들인 후 여러 차례 총선을 치른 그도 “룰, 지역, 비례 배분 등 지금처럼 모든 게 불확실했던 적은 처음”이라고 한다. 답답함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박상진 더불어민주당 속초-고성-양양 지역위원장도 “지역구 변경에 따라 공약도 새로 짜야 하는데 속만 탄다”고 했다.

지금도 선거법 협상은 안갯속이다. 민주당은 총선 예비후보 등록일인 이날을 데드라인으로 잡고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하려 했지만, ‘4+1(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와 최종 합의에 이르지 않았고, 한국당과도 절충점이 마련되지 않았다.

4+1 협의체에선 이날 담판을 시도하는데,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으로 하되 비례대표 50석 중 30석에 대해서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연동률 50%)를 적용하고 ▶지역구 출마자를 비례대표 후보로 등록할 수 있게 하는 이중등록제를 도입하는 쪽으로 논의하고 있다. 지역구에서 아깝게 떨어진 정도에 따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는 석패율제와 유사하게 ‘중진 의원 구제용’이 될 가능성이 높은 제도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사라져야 할 사람들을 계속해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겠다는 밥그릇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중앙선관위는 내년 3월 초 재외선거인명부 작성을 완료할 예정이다. 시간상 선거구 획정은 그 이전에 마무리해야 한다.

정진우·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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