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하면 뒤집어 쓴다"…한달만에 묵비권 전략 버린 조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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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지검 "조국, 상세히 진술"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 조사에서 입을 열었다. 검찰에서 해명하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이유로 1달 넘게 이어진 조 전 장관의 진술거부권 행사 전략이 수정됐다. 조 전 장관은 서울중앙지검의 일가 의혹 수사와 서울동부지검의 감찰 무마 의혹 수사에 전혀 다른 기조로 대응하고 있다.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는 16일 오전 조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11시간동안 조사했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이 중단된 과정과 경위 등을 물었고 조 전 장관은 이 같은 질문에 모두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동부지검 관계자는 “조 전 장관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비교적 상세히 진술했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의 진술 분량이 많은 만큼 검찰은 조 전 장관을 추가로 조사할 계획까지 세웠다.

묵비권 행사 땐 "법정서 진실 밝히겠다"  

조 전 장관은 지난달 14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에 처음으로 출석해 일가 사모펀드·입시비리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았다. 당시 조 전 장관은 검사가 묻는 모든 질문에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면서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 전 장관은 이후 중앙지검에서 두 차례 추가 조사를 받으면서도 동일하게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앞서 조 전 장관 측은 중앙지검에서의 첫 조사를 마친 후 “일일이 답변하고 해명하는 것이 구차하고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수사팀이 기소여부를 결정하면 법정에서 모든 것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려 진실을 밝히겠다”고 입장을 냈다. 검찰이 조 전 장관 기소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수사했기 때문에 진술이 불필요하다는 뜻이다.

1달 만에 달라진 태도

그런 조 전 장관이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서는 적극적 진술로 책임을 부인했다고 한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검사는 “중앙지검과 동부지검 모두 수사 상황상 조 전 장관 기소는 피할 수 없는 결론이다”며 “상황에 따라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더 유리한지 철저한 계산 끝에 진술하기로 결정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 기조를 보이던 조 전 장관의 기존 태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월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춘추관에서 국가정보원·검찰·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가운데),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왼쪽)이 함께 서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1월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춘추관에서 국가정보원·검찰·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가운데),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왼쪽)이 함께 서있다. [중앙포토]

조 전 장관은 감찰 무마 의혹 관련 조사에서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 결정을 혼자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과 회의를 거쳐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감찰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이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는 당시 민정수석실 관계자의 진술에 대한 반박이다.

왜 바뀌었나…법조계 "말 안 하면 뒤집어 써야"

검찰 안팎에서는 감찰 무마 의혹의 경우 조 전 장관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쓸 수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하고 사표를 받고 끝낼 당시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민정수석이 감찰 책임이 있는 자리기 때문에 자동으로 감찰 무마의 주범격으로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진술을 거부하거나 모른다는 식으로 나오면 조 전 장관은 더 곤란해지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중앙포토]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중앙포토]

특수부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중앙지검 사건의 경우 조 전 장관에게 불리하게 진술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조 전 장관은 검찰에 탄압받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며 “반면 동부지검 사건은 조 전 장관에게 불리한 주요 관련자들의 진술이 있기 때문에 적극 반박하지 않으면 모두 뒤집어 써야 하는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생각해 입을 연 것 같다”고 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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