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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만원중 44만원 부족해서…유재수 '특가법' 봐주기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검찰이 금융위원회 재직 당시 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편의를 봐준 혐의를 받는 유재수(55)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구속 기소하면서 금품·이익 수수 총 액수를 4950만원으로 산정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5000만원 이상 금품·이익을 받으면 받는 형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은 지난 13일 유재수 전 부시장을 뇌물수수와 수뢰후부정처사, 부정청탁및금품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당시 출입기자단에 유 전 부시장이 업체 관계자 등 총 4명으로부터 4950만원(정확히는 4956만원) 상당 금품과 이익 등을 수수하고, 부정행위를 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제2조는 뇌물죄의 가중처벌 규정으로 수뢰액이 3000만원 이상 5000만원 미만인 경우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5000만원 이상은 7년 이상의 유기징역, 1억원 이상이면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5000만원에서 4956만원 차액인 44만원 때문에 검찰이 특가법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일했던 법조계 인사는 동부지검 발표를 보면서 “유 전 부시장이 검찰에 많은 정보를 제공했을 것”이라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동부지검 수사에 협조해 뇌물액을 줄였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유재수 전 경제부시장이 받은 금품·이익.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유재수 전 경제부시장이 받은 금품·이익.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특가법 적용이 1인 1사건 기준이라 ‘봐주기 수사’라고 볼 수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동부지검에서 일했던 한 변호사는 “4명이 공동 사업자가 아닌 이상 각각 다른 사건으로 봐야해 특가법 상 뇌물액을 합칠 수 없다”며 “검찰에서 지금 유 전 부시장을 봐줄 분위기가 아니라 작은 혐의라도 모두 긁어서 기소한 흔적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법무부를 통해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유 전 시장은 사업자 1명(금융업체 회장)을 기준으로 최대 2506만원을 받았다. 1인 기준으로 최소로 받은 금액은 277만원이었다. 1인 기준이더라도 특가법상 최소 기준인 3000만원에 못 미치는 액수다.

 다만 중견 건설업체 사주 장남 A씨의 경우 동생의 취업을 알선해 얻은 이익 1억7610만원을 합칠 경우 유 전 시장이 받은 전체 뇌물‧이익은 2억1024만원까지 올라간다. 유 전 부시장이 자산운용사 대표에게 요구해 아들에게 인턴십 기회를 갖게 한 뒤 얻은 임금 275만원도 제외됐다. 동생이나 아들 등  취업을 알선해 얻은 이익은 제3자 뇌물죄로 따로 적용된다.

자유한국당 '문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총괄본부장 겸 유재수 감찰 농단 진상조사특별위원장'으로 임명된 곽상도 의원이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진상조사특위 회의에서 천경득, 유재수, 김경수, 윤건영을 텔레그램 4인방으로 지칭하며 관계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문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총괄본부장 겸 유재수 감찰 농단 진상조사특별위원장'으로 임명된 곽상도 의원이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진상조사특위 회의에서 천경득, 유재수, 김경수, 윤건영을 텔레그램 4인방으로 지칭하며 관계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부지검은 렌터카를 빌려 받은 공무원이 얻은 이익을 뇌물수수로 볼 수 없다는 판례에 따라 금융투자업체 대표 D씨가 준 골프텔(골프장에 리조트와 같이 달린 휴식 공간)을 무상 이용(390만원 가치)한 기록도 전체 뇌물‧이익 액수에서 제외했다.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인터넷에서 확인되는 골프빌리지(골프텔) 최소 이용 가격은 1일 30만원 상당으로 확인되는바, 경제적 이익은 약 390만원 상당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을 달았다.

 검찰은 이번 기소에서 유 전 부시장이 지난해 부시장 자리에 오른 이후에 업체로부터 받은 금품은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및금품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을 적용했다. 유 전 부시장은 취임 두 달 뒤인 지난해 9월 금융업체 회장인 B씨에게 “내가 지정하는 사람들에게 내 명의로 추석 선물을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B씨는 유 전 부시장이 지정한 3명에게 각각 시가 38만원 상당(총 114만원)의 한우세트를 유 전 부시장 명의로 보냈다.

 유 전 부시장은 2017년 청와대 감찰이 중단된 뒤 금융위원회에 사표를 내고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거쳐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지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1인 기준으로 특가법을 적용할 수 없지만 5000만원 미만으로 뇌물액을 합산해 놓으면 법원에서 판사 심증에 영향을 미쳐 유리한 형을 받아 낼 수 있다”며 “유 전 부시장이 동부지검 수사에 협조를 잘 했는지, 아니면 검찰이 청와대 눈치를 보고 있는 지 계속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상‧이가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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