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자성어 ‘공명지조(共命之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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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교수들이 올해 우리 사회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다. 분열된 한국 사회를 상징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교수신문 “분열된 한국사회 상징”

교수신문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올해의 사자성어’를 놓고 교수 1046명을 대상으로 이메일과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장 많은 347명(33%·복수응답 허용)이 공명지조를 선택했다고 15일 밝혔다.

공명조는 ‘아미타경’(阿彌陀經) 등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상상의 새다.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이 새는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었는데, 이를 질투한 다른 머리가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어 결국 두 머리가 모두 죽었다. 서로가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공멸하게 되는 ‘운명공동체’라는 뜻이다.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한국의 현재 상황이 공명조와 비슷한 것 같다. 모두가 상대방을 이기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함께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공명지조에 이어 ‘어목혼주’(魚目混珠)가 두 번째로 많은 300명(29%)의 선택을 받았다. 물고기 눈이 진주와 섞였다는 뜻으로 가짜와 진짜가 마구 뒤섞여 있어 분간하기 힘든 상황을 말한다.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매년 교수 설문조사로 한 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선정한다. 올해의 사자성어 선정 작업은 사자성어 후보 추천위원단이 낸 35개 가운데 최종 10개를 골라 전국 교수들에게 설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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