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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1분은 9시 아니다"···300억 회사 5조로 만든 김봉진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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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달앱 시장 1위 사업자인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업체 딜리버리히어로(DH)에 인수됐습니다. 창업가인 김봉진 대표는 왜 회사를 매각했을까요?

김봉진 대표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아시아 시장에서 더 큰 도전을 하기 위해 인수합병(M&A)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합니다. 이번 M&A로 김봉진 대표는 DH 아시아 총괄이 됩니다. 현재 DH가 진출해 있는 아시아 국가는 태국과 대만,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입니다. 김봉진 대표는 배민이 사업하고 있는 한국과 베트남을 포함해 아시아 전역의 사업을 직접 챙기게 된 셈이죠. 경영자로서 그의 포부가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이번 M&A를 결단한 배경 역시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김봉진 대표의 '결단력'을 일찍이 알아본 이가 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의 초기 투자자인 알토스벤처스의 한 킴 대표입니다. 김봉진 대표의 결단력은 한 킴 대표와의 인터뷰를 엮은 폴인 (fol:in)의 스토리북 <탁월한 창업가는 무엇이 다른가>에 잘 소개되어 있는데요, 우아한형제들이 DH에 인수된 이 시점에서 꺼내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네요. <탁월한 창업가는 무엇이 다른가> 중 7회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의 실행력(2)'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감을 가진 창업가 김봉진의 결단

배달의민족은 사용자에겐 무료서비스지만, 자신의 가게를 노출하는 사업자에겐 유료서비스였다. 사용자가 배달의민족을 통해 주문하면 그 금액의 6.5%가량을 수수료로 받았다. 그런데 2015년 7월 29일, 수수료 전면 폐지를 선언했다.

당시 배달의민족은 잘 나가고 있었다. 첫 투자 이후 1년 만인 2013년 알토스벤처스는 IMM·스톤브릿지와 함께 한 차례 더 투자를 실행했다. 당시 배달의민족이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400억 원. 알토스벤처스가 평가를 주도했는데,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했다고 업계에선 화제가 됐다. 다시 1년 뒤엔 2014년엔 골드만삭스도 배달의민족에 3600만 달러(약 400억 원)를 투자했다.

사실 골드만삭스의 투자에도 알토스벤처스가 다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골드만삭스 상장 담당하는 팀과 미팅 중 배달의민족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쪽에서 내부투자팀을 연결해줬다고 한다. 그렇게 골드만삭스에 배달의민족을 소개한 지 2주 만에 투자가 진행됐다.

잘나가던 배달의민족이 갑자기 ‘수수료 0%’를 선언했을 때 어떠셨나요?

“너무 놀랐어요. 사실 우리가 한 번 더 투자했던 게 수수료 때문이었어요. 투자 당시엔 광고비만 받고 있었지만, 수수료 체제로 전환되면 매출이 엄청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실제 수수료 전환 이후 가파르게 성장하는 걸 보고 2014년 말에 골드만삭스가 투자했던 거고요.”

게다가 선제적으로 폐지선언을 한 거니까요. 
“맞아요.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말렸어요. 수수료를 확 낮추거나 없애버린 경쟁사가 나타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게다가 수수료가 비즈니스 모델인 타업종과 비교하면 배달 앱의 수수료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어요. 김봉진 대표는 ‘소비자들이 싫어한다’고 했는데, 소비자는 늘 욕하는 법입니다. 욕하면 욕을 먹으면 됩니다. 그래도 편리하면 쓰거든요.
결국 김봉진 대표한테 설득당하셨습니다.
“수수료를 받으면 그게 아무리 적다고 해도 그 순간 나쁜 기업이 된다고 말하더군요. 그게 한국의 정서라고요. 당시 광고비와 수수료의 매출 비중이 7:3 정도 됐는데, 수수료 매출을 포기하고 광고비 베이스로 가면서 배달의민족 브랜드를 지키고 싶어 했어요. 음식 관련 이커머스 시장이 엄청 큰데, 그 시장에서 다른 사업으로 확장하려면 브랜드를 지켜야 한다는 거였어요.”
다른 투자자들도 반대했나요? 
“저희가 가장 먼저 동의했어요. 가장 설득하기 어려웠던 투자자는 골드만삭스였어요. 수수료 폐지 선언한 직전 일요일에 김봉진 대표가 홍콩으로 날아갔어요. 골드만삭스 투자팀을 만나려고요. 월요일 아침에 찾아가서 미팅했대요. 설득하려고 말입니다. 그리고 설득을 하고 다시 한국으로 날아와서 다음날 내부 회의를 거쳐서 수요일 바로 발표했죠.”
수수료 폐지하고 매출이 확 꺾였나요? 
“그 전에 배달의민족 매출은 상승세였는데, 갑자기 확 내려갔죠. 회복하는 데 6개월 정도밖에 안 걸렸어요. 김봉진 대표는 3~4달이면 회복될 거라고 했는데, 그래서 속을 좀 태웠을 거예요. 하지만 얼마 안 가서 다시 매출이 올랐고, 김봉진 대표는 자신이 옳았다는 걸 증명해냈습니다.”
그런 결단을 내리는 게 쉬운 건 아닐 것 같아요. 
“맞아요. 내부적으로 분석을 아무리 잘했다고 해도, 그래서 숫자를 보면서 이건 해볼 만한 시도라는 판단이 섰다고 해도 그것만 보고 결정하진 못합니다. 저는 김봉진 대표가 그 결정을 내리는 걸 보면서 ‘저 사람은 감이 뛰어난 사람이구나’라고 느꼈어요.”

한 킴 대표는 “매출 회복까지 6개월밖에 안 걸렸다”고 말했지만, 김봉진 대표는 이때를 “사업 초반에 어려움을 겪은 걸 빼면 재무적인 관점에서 어려웠던 적이 없었는데 이때 매출뿐 아니라 자본 상황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회상했다. “창업가 한 사람의 객기로 회사를 말아먹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시달렸다”라고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수수료 폐지는 배달의민족에 날개를 달아줬다. 배달의민족은 이후 ‘배달’과 ‘음식’에 포커스를 맞춰 브랜드를 확장했다. 배달이 안 되는 레스토랑의 음식을 배달해주는 ‘배민라이더스’가 배달에 중심을 둔 서비스라면, 반찬과 국 등을 배달해주는 ‘배민찬(※정기배달 물류 스타트업 덤앤더머스를 인수하면서 신선식품을 배달해주는 배민프레시를 론칭했다가 이후 반찬 정기배송업체 더푸드를 인수하면서 ‘배민찬’으로 서비스명을 바꿨다)’은 ‘음식’에 중심을 둔 서비스다.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폐지로 브랜드를 지키지 않았다면 브랜드 확장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마케팅 덕분? 마케팅’도’ 잘해야 성공

배달의민족은 창의적인 마케팅으로 유명하다. 다양한 마케팅용 굿즈를 들고 있는 김봉진 대표의 모습 [사진 중앙포토]

배달의민족은 창의적인 마케팅으로 유명하다. 다양한 마케팅용 굿즈를 들고 있는 김봉진 대표의 모습 [사진 중앙포토]

배달의민족은 마케팅업체 같을 때가 있어요. 너무 마케팅을 잘해서요.
“처음에 배달의민족 투자할 때 정 안되면 광고사업 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습니다. (웃음) 저는 마케팅 쪽은 잘 몰라요. 다만 탁월하다는 생각을 할 뿐이죠. TV 광고 때도 그랬어요. 특유의 감각으로 집행하는 광고비 대비 엄청난 효과를 누렸으니까요. 치믈리에(치킨소믈리에)나 배민아카데미처럼 기발한 것들도 잘 만들어내고요.”
마케팅의 탁월함이 오늘의 배달의민족을 만들었을까요?
“복합적이겠지만, 저는 그래도 역시 중요한 건 실행력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어요. 실행력이 가장 큽니다. 마케팅은 덤이에요. 이건 마케팅만 잘해서 큰 회사가 없다는 걸 보면 알 수 있어요. 모든 걸 잘하고 마케팅도 잘해야 하는 거지, 마케팅을 잘한다거나 마케팅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김봉진 대표가 창의적인 사람이라 그런 걸까요?
“디자이너 출신이니까 영향을 안 미치진 않았을 거예요. 문제를 다르게 보면 다른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오히려 디자이너인 게 편견을 갖게 할 수도 있죠. 창업가가 개발자 출신이냐, 디자이너 출신이냐 이런 건 중요한 건 아닐 수 있어요. 업마다 다를 수도 있고요. 기술 기반 회사는 아무래도 디자이너 출신 창업가보다는 개발자 출신이 유리하겠죠.”
김봉진 대표는 워낙 백그라운드가 독특하잖아요. 창업가 중에는 드물게 공업고등학교 출신에 전문대를 나왔어요.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금수저 아니고 흙수저라서요.
“저는 그런 백그라운드를 전혀 몰랐어요. 궁금해하지도 않았어요. 공부를 마친지 얼마 안 된, 그래서 자기를 증명할 다른 경력이 없는 경우나 그런 백그라운드를 보죠.”
김봉진 대표는 어떤 사람인가요?
“정말 노력을 많이 하는 사람이에요. 김봉진 대표만큼 노력하라고 하면 보통은 못할 겁니다. 책도 정말 많이 읽어요. 그리고 낙천적이에요. 오랫동안 봐왔지만 좌절하거나 분노하는 걸 거의 못 봤습니다.”
배달의민족 하면 기업문화가 떠올라요. 월요일 오전에 출근하지 않는 주 4.5일제를 시행하는 게 대표적이고요. 개인적으로 놀랐던 건 개인 성과 평가는 전혀 하지 않고 팀 성과만 평가하는 평가시스템이었어요.
“배달의민족을 보면 참 독특합니다. 다른 어디에도 없는 기업문화를 가졌어요. 쿠팡은 아마존 문화를, 토스는 넷플릭스 문화를 지향해요. 둘 다 미국식이죠. 개인의 성과를 공정하고 정밀하게 평가하고 솔직하게 피드백합니다. 뛰어난 개개인의 성과가 모여서 조직의 성과를 내는 겁니다. 그런데 배달의민족은 협력하면서 성과를 내요. 협력한다고 하면 무임승차자가 생기고, 느슨할 것 같잖아요? 그런데 그렇지 않아요.”
네, 저도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점이에요.
“김봉진 대표한테는 그런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이런 문화를 유지하려면 압도적인 1위 사업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요. 그리고 압도적인 1위 사업자가 되면 이런 문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기도 하죠. 그래서 느슨한 것 같지만, 절대 느슨하진 않아요. 예를 들어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 같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본인이 꾸준한 실행력으로 거기에 왔듯이 꾸준한 실행력, 부지런함을 강조하는 거예요. 규율 위의 자유 같은 겁니다. 배달의민족 핵심가치 3가지 중 하나가 근면·성실인데, 거기서도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압도적인 1위가 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조직문화가 경쟁적이진 않은 것 같아요. 보통 성과를 내는 조직을 보면 냉혹하다 싶을만큼 빡빡한 조직문화를 가졌거든요. 쿠팡 같은 경우도 그렇고요.
“미국식 문화는 모든 걸 숫자로 따지잖아요. 그런 회사가 사실 우리한테는 익숙하죠. 우리 역시 그런 식의 조직문화를 가지는 걸 권하기도 하고요. 한국 기업이 유독 취약한 부분이니까요. 그런데 배달의민족은 시장에서는 반드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어울려서 일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었어요. 이게 말이 쉽지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냉정하다 싶게 성과를 따지는 문화를 만들고 거기서 성과를 내는 건 어쩌면 쉬운 일일 수 있어요. 아마존이나 넷플릭스 같은 회사들이 가는 길이죠. 그런데 배달의민족은 제3의 길을 가고 있어요. 협력해서 일하면서도 성과를 내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간다는 것만으로도 배달의민족은 주목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적인 방식으로 성과를 만드는 문화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요?

“음,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도 배달의민족 문화가 참 독특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떻게 그런 문화가 만들어졌는지 저도 알고 싶어요. (웃음)”

배달의민족의 조직문화는 유명하다. 2015년부터 매주 월요일은 오후 1시에 출근하는 4.5일제를 도입했고, 2017년엔 평일 오후 6시 30분이던 퇴근 시간을 30분 단축하고도 1시간 30분 보장하던 점심시간은 줄이지 않았다. 개인 평가 대신 팀 평가만 하는 것도 유명하다. 김봉진 대표는 ‘다니고 싶은 회사’로 꼽히게 한 이런 조직문화가 “직원들에게 자유로운 문화를 누리게 해주려고 생긴 문화가 아니라 성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니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봉진 대표의 리더십이 덕분에 가능한 문화일까요?
“직원들이 김봉진 대표에게 보내는 신뢰가 남다른 것 같다는 생각은 들어요. 투자자들에게 매달 솔직하고 투명하게 사업 현황을 보여주는 이메일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제날짜에 쓰는 것처럼 직원들과도 그렇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직원들도 김봉진 대표가 회사 전체의 이해에 어긋나는, 자기 좋자고 하는 그런 결정은 안 할 사람이라는 걸 믿는 게 있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게 있으니까 배달의민족만의 독특한 조직문화가 가능한 것 같기도 하네요.”

이 콘텐츠는 폴인 스토리 <탁월한 창업가는 무엇이 다른가> 중 7회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의 실행력(2)'에서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더 상세한 내용은 지식 플랫폼 폴인(fol:in)의 스토리 <탁월한 창업가는 무엇이 다른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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