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어서 슬픈 중견기업…하청업체 많다보니 성장성 바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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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의 성장성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5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중견기업 일자리드림 페스티벌. [연합뉴스]

중견기업의 성장성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5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중견기업 일자리드림 페스티벌. [연합뉴스]

중견기업, 그중에서도 중견 제조업체는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끼어있는 1차 하청업체가 많은 탓이다.

게임업체 있는 중견 비제조업체 #영업이익률은 대기업도 추월해

11일 한국은행이 ‘2018년 중견기업 기업경영분석’ 통계를 시험편제한 결과, 지난해 중견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1.4%에 그쳤다. 중소기업(5.9%)을 물론 대기업(2.7%) 평균에도 한참 못 미쳤다. 그만큼 성장성이 낮다는 뜻이다. 이는 한은이 자산규모 5000억~10조원 사이인 중견기업 4157곳을 분석한 결과다.

한은은 그동안 기업경영분석 통계를 낼 때 자산규모 5000억원을 기준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 두 가지로 분류했다. 이번에 처음 통계를 낸 중견기업은 기존 대기업 중 흔히 ‘재벌’로 불리는 상호출자제한기업(자산 기준 10조원 이상)과 공기업, 외국인투자기업을 뺀 것이다.

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중견기업은 왜 성장성이 유독 낮을까. 한국은행은 중견 제조업체의 특징으로 설명한다. 완성차 업체가 부품을 납품하는 1차 하청업체, 기초 철강 소재를 받아서 가공하는 강관 판매업체, 의류·신발 같은 저부가가치 제조업체 쪽이 중견 제조업체의 40%가량을 차지한다(매출 기준). 대체로 성장성이 점점 떨어지는 산업이다.

수익성 면에서는 제조업체와 비제조업체가 확연히 차이를 보였다. 중견 제조업체는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4.3%로 대기업(8.9%)보다 크게 떨어지고 중소 제조업체(3.8%)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았다.

이에 비해 중견 비제조업체는 상황이 훨씬 좋았다. 중견 비제조업체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6.1%로 비제조업의 중소기업(3.3%)은 물론 대기업(5.3%)도 추월했다. 업종별로 차이가 큰 데는 넥슨, 엔씨소프트 같은 주요 게임업체가 중견 비제조업체로 분류된 영향이 컸다.

한은 관계자는 “메이저 게임업체는 자산규모 10조원을 넘지 않아 모두 중견기업”이라며 “이들 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어서 전체 비제조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중견기업의 차입금 의존도(23.3%)가 중소기업(38.2%)이나 대기업(23.8%)보다 더 낮은 것 역시 게임업체가 속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게임업체는 수익이 많이 나다 보니 차입을 거의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기업 경영의 안정성이 높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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