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도 변화에 대해 수긍한 것 아니겠나."
2013년 이경훈 위원장 이후 처음, "미래차 전략 호응해야"
현대차 노동조합 지부장 선거에서 중도·실리 성향 후보가 405표의 근소한 차이로 당선됐다. 전체 조합원 5만명 가운데 1%에 못 미치는 표 차로 강성 후보를 누른 것이다.
그 무게는 만만치 않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현대차 사정을 잘 아는 한 전문가는 "현대차 노조의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는 40대 말, 50대 초 노조원이 강성이 아닌 실리 후보를 밀어줬기 때문"이라며 "젊은 세대를 위해서 변화를 선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 현대차 지부 임원 선거에서 이상수(54) 후보가 4일 당선됐다. 이 당선인은 2만1838표(49.91%)를 얻어 2만1433명(48.98%)을 얻은 강성 노선의 문용문 후보를 405표(0.93%) 차이로 눌렀다.
당초 1차 투표에서 나머지 강성 노선 후보 2명이 탈락하면서 결선에선 문 후보로 표가 모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예상을 뒤집고 이 당선인이 신승한 것이다. 중도 실리 성향의 후보가 당선된 것은 2013년 이경훈 전 지부장 이후 6년 만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선거 결과는 세대교체의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새로 뽑힌 집행부에는 현대차 사측의 미래차 전략 등 자동차 산업 부문에 대해서 생각이 열려있는 젊은 분들이 있는데 그분들에게 힘이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2015년 당선된 박유기 전 지부장이나, 현재 하부영 지부장도 강성 노선이지만 생각이 열려있고 미래차 인식에 대해서 '안 갈 수 없는 방향'이라고 동의했었다"며 "다만 인력 감축 등에 대해서는 노조가 반대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인데 이를 새 집행부가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하 지부장은 현대차 사측의 미래차 계획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호응하면서 '귀족노조 탈피'를 주장했었다. 올해 8월에는 8년 만에 처음으로 무분규 임금과 단체협약 타결을 끌어냈다.
그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사회적 연대를 주장하면서 "(현대차 노조 조합원은) 세금으로 보면 대한민국 3% 이내, 임금으로 보면 10% 안에 들어간다"며 "우리만 잘 먹고 잘살자고 임금인상 투쟁방향이 옳은 것이냐 생각해 달라.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우리는 10% 이내의 기득권자 세력이 되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2027년까지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한다는 미래차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 미래차 전략을 노조가 바꾸긴 힘들다"고 말했다.
새 노조 집행부 입장에서는 현대차 미래차 전략에 호응해 인력재배치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대차 노조 조합원 가운데 2025년까지 총 1만5000명의 정년퇴직자가 발생하고 신규 인력 채용 규모도 줄면 현대차 노조 조합원은 5만명에서 4만명 내외로 감소한다.
한 전문가는 "미래차로 가는 방향에서 기존 인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남양연구소 등 미래차 관련된 쪽으로 기존 인력을 교육 후 재투입하는 방향 등 변화 흐름에 노조가 의사결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주요 공약으로 ▶호봉 승급분 재조정 ▶61세로 정년 연장 ▶해외공장 유턴 등 4차 산업대비 고용안정 확보 ▶각종 휴가비 인상 ▶장기근속 조합원 처우 개선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내년 1월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이 당선인은 일단 강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만 61세로 정년 연장하는 안을 추진하기 위해 현재 임의방식인 시니어 촉탁직을 없애고 정식으로 정년 연장하는 안을 사측에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정년 만 60세인 현 체제에서 계약직으로 1년 더 근무할 수 있는 시니어촉탁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당선인이 신승했기 때문에 강성노선 다른 계파들의 견제를 받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 때문에 초기에는 조합원 권리를 강하게 주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