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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발언 들은 어린이집 피해여아 부모 "너무 힘들다" 오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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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국공립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 간 성추행 사고 피해자 측이 민·형사상 대응을 준비 중이다.

피해 여아 측 법률조력을 맡은 법무법인 해율은 3일 변호사 4명이 포함된 총 7명 규모의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민·형사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해율은 우선 사건의 명확한 사실관계 규명부터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번주 중 조사 권한이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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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율 측은 "가해자의 나이가 어려(만 5세) 형사소송을 하기는 어렵다"며 "인권위원회를 통해 피해 사실이 명확해지면 민법에 따라 가해자의 관리 권한이 있는 부모와 어린이집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피해자의 부모는 처벌을 원하는 게 아니라 피해 사실 규명과 사과를 원하고 있다"며 "명백한 피해가 발생했는데 어떤 사회적 안전망도 사과도 없는 상황에 울분을 토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능후 발언 들은 피해자 부모 "죽고 싶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해율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을 들은 피해자 부모의 입장도 전했다. 박 장관은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어른의 관점에서 보면 안 되고 발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복지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견해가 아닌 아동 발달에 대한 전문가의 일반적 견해를 인용한 것"이라며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해율의 임지석 대표 변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피해자와 사소한 말에도 동요되는 심리상태다"라며 "장관의 공개 발언을 듣고는 '너무 힘들고 죽고 싶다', '어떻게 견뎌야 할지 모르겠다'며 오열했다"고 전했다.

임 변호사는 또 "아이도 잠잘 때 경련을 일으키는 등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며 "신체적 상해는 진단서를 받아놓은 상태고, 정신적 트라우마는 장기적으로 관리를 해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피해 여아가 지난달 초 부모에게 "같은 어린이집 남자 어린이들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얘기하며 알려졌다. 부모는 이튿날 경기도 해바라기센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관련 내용을 맘카페에 올렸다.

어린이집 CCTV에는 피해 여아가 지난 10월 15일 남자 어린이 4명과 함께 책장 뒤에서 바지를 추스르며 나오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지난달 6일 산부인과 진료에서는 성적 학대 정황도 확인됐다. 가해자로 지목된 아동은 지난달 6일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겼고 피해 아동도 같은 달 19일 다른 어린이집으로 전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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