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잠긴 '하명 의혹' 특감반원 사망 사무실…"압박감 컸을 것"

중앙일보

입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휘하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검찰 수사관 A씨가 1일 오후 숨진채 발견된 서울 서초동의 한 사무실. 이병준 기자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휘하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검찰 수사관 A씨가 1일 오후 숨진채 발견된 서울 서초동의 한 사무실. 이병준 기자

2일 오전 찾아간 서울 서초동의 한 사무실. 평일 오전이었지만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사람이 있을까 싶어 문을 두드려 봤지만 인기척은 없었다. 취재를 온 기자들만 삼삼오오 복도 앞을 서성였다.

이 사무실은 백원우(53)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산하 공직 감찰 전담조직에서 근무한 검찰 수사관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장소다. 건물 관계자에 따르면 A수사관이 이 사무실로 들어선 건 지난달 30일 오전 5시 50분쯤이다. 문은 안쪽에서 걸어 잠겼다. 그는 1일 오후 3시 무렵 사무실 직원에 의해 발견됐다. 사무실 안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자필 메모가 나왔다.

해당 사무실을 운영하는 모 법무사는 A수사관의 지인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법무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는 그분이 무슨 일을 하는지, 뭘 하는지 모른다. 현장을 보지도 못했다”며 “왜 우리 사무실에 왔는지도,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른다”고 일체의 답변을 거부했다.

인근에서 만난 A수사관의 지인 B씨는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의협심이 강하고, 똑똑하고 날카로운 친구였다. 뭐든 정말 잘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A수사관이) 워낙 입이 무거워 별다른 심경에 대해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며 “아무래도 수사를 하던 사람이 받는 입장이 됐으니 압박감을 더 크게 받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한편 서울 서초경찰서는 사인 규명을 위해 이날 A수사관에 대한 부검을 하기로 결정했다. 부검은 서울 성모병원에서 진행된다. 해당 수사관의 빈소는 부검이 끝나는 대로 이날 오후 차려질 예정이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뉴스1]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뉴스1]

검찰은 A수사관 등이 청와대 근무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산하 특별검찰반의 권한을 넘어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첩보를 위법하게 수집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었다. A수사관을 포함한 백 전 비서관 산하의 특감반이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경찰청을 방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의혹은 더욱 커졌다.

해당 수사관은 1일 오후 6시 서울 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검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그는 앞서 울산지검에서도 한 차례 조사를 받았다.

한편 청와대는 2일 브리핑을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빈다. 민정비서관실 업무와 관련된 과도한 오해와 억측이 고인에 대한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진 게 아닌지 숙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검찰 수사관을 포함한 2명의 특감반원이 직제상 없는 일을 했다든지 혹은 비서관의 별동대였다든지 하는 등의 억측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당시 특수관계인 담당을 했던 두 분은 대통령 비서실 직제령 등과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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