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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최전방 창린도에 지휘통제시스템…평양과 실시간 소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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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3일 창린도 시찰에서 모니터로 노동신문을 살펴보고 있다. 노동신문은 25일 김 위원장의 창린도 포 사격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면서 ’자료전송체계가 세워져 매일 군인들이 당보와 군보를 어김없이 독보하고 학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3일 창린도 시찰에서 모니터로 노동신문을 살펴보고 있다. 노동신문은 25일 김 위원장의 창린도 포 사격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면서 ’자료전송체계가 세워져 매일 군인들이 당보와 군보를 어김없이 독보하고 학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3일 포 사격을 지시했던 황해남도 창린도에 지휘통제자동화시스템(C4I)을 구축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전선 지역에까지 데이터통신망을 구축해 평양 지휘부와 야전 현장 간 실시간 작전 지시와 실행이 가능해지도록 했다는 의미다.

노동신문 ‘창린도 시찰’ 기사엔 #김정은 모니터로 신문 보는 장면 #NLL 섬 기지마다 데이터통신망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달 25일 김 위원장의 창린도 포 사격 현지지도를 전하면서 “자료전송체계가 세워져 매일 군인들이 당보와 군보를 어김없이 독보하고 학습하고 있는데 정치사상교양사업에서 큰 문제가 풀렸다”고 알렸다. 육지와 단절된 섬으로 자료가 전송되고 있다는 의미다. 조선중앙TV는 창린도 현지에서 김 위원장이 모니터를 통해 노동신문을 살펴보는 모습도 보도했다.

군사전문가들은 노동신문의 ‘자료전송체계’가 단순한 사상교육, 체제선전시스템이 아니라 군사지휘통신체계(C4I)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C4I는 군용 데이터통신망체계로 지휘(command)·통제(control)·통신(communication)·컴퓨터(computer)·정보(intelligence)를 뜻한다. 이를 통해 지휘부와 야전부대, 그리고 부대 간 실시간 정보공유시스템으로 공격·방어 지시와 임무 수행의 효율화가 가능하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C4I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북한이 언급한 자료전송체계”라며 “교육용 자료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군사용 정보도 공유할 수 있다. 한마디로 평양 최상부의 빠른 의사결정과 현장에서의 임무 수행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기존 전화나 팩스를 통한 지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실시간 상황 파악, 작전 지시, 전투가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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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창린도뿐 아니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도서 지역 대부분에 자동화지휘통제시스템을 갖췄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달 25일자 노동신문은 자료전송체계가 ‘섬 방어부대들과 전선부대들을 비롯한 전반적 부대’에 세워졌다고 주장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이 지역에서 자료전송체계를 강조한 건 서해 외진 섬까지 최신 광통신망이 구축됐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료전송체계’는 북한이 김 위원장 집권 이후 NLL 인근 도서를 기지화했던 작업의 일부로도 분석된다. 최전선 도서에 병력을 늘리고 레이더를 설치한 뒤 전보다 많은 양의 정보가 수집되면서 이를 처리할 수단이 필요해졌다는 이유에서다. 국방부 국방정보본부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2014년 8월 김 위원장 교시 이후 2015년부터 갈도에 포문이 설치됐고, 함박도와 아리도에는 감시 레이더가 세워졌다”며 “마합도, 기린도, 창린도, 어화도, 순위도 등 하린도, 옹도, 석도를 제외한 다른 NLL 인근 섬은 이전부터 군사기지로 운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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