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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서방대사들 ‘북한의 일상’ 트윗 일제히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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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에서 평범한 평양 일상을 트위터에 올려 오던 북한 주재 서방 대사들이 트윗을 현저하게 줄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잡은 연말이 다가오자 북한 당국이 ‘외부 차단령’을 내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말까지 협상 성과 급한 북한 #미국 압박 위해 SNS 소통 금지령”

평양 주재 요하임 베리스트룀 스웨덴 대사가 지난 10월 15일 평양에서 열린 한국과 북한의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경기 도중 선수들 간 충돌 영상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SNS 캡처]

평양 주재 요하임 베리스트룀 스웨덴 대사가 지난 10월 15일 평양에서 열린 한국과 북한의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경기 도중 선수들 간 충돌 영상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SNS 캡처]

요하임 베리스트룀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는 지난달 9일 평양냉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곤 한 달 가까이 평양 관련 게시물을 올리지 않고 있다. 10월만 해도 30여 건의 평양 일상을 올렸던 것과 대조적이다. 하루에 많게는 3건의 트윗을 올렸던 베리스트룀 대사는 11월 이후 사실상 트위터 활동을 멈췄다. 그는 10월 15일 카타르 월드컵 평양 남북 축구경기가 초유의 무관중·무중계로 치러질 때 현장의 경기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려 ‘평양특파원’ 별칭까지 얻었다. 베리스트룀 대사는 지난 9월 평양에 부임해 거의 매일 평양 주민들, 관공서 모습을 트윗에 올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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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크룩스 평양 주재 영국 대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10월 23일 금강산을 방문해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한 직후 보란 듯 금강산 곳곳을 찾아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금강산 구룡폭포, 해금강, 삼일포를 비롯해 원산 마식령 스키장까지 내밀한 장소들이 올라왔다.

지난해 12월 평양에 부임한 크룩스 대사는 김일성광장, 대동강변, 모란봉공원 등 평양의 일상 풍경을 트위터에 소개해 왔다. 한 달 10~30건에서 지난달엔 9건에 그쳤다. 그마저 중순 이후론 평양 일상 대신 대사관 동정을 올리는 수준이다.

콜린 크룩스 영국대사가 같은 달 19일 트위터에 올린 평양 시민들의 결혼사진 촬영 모습. [SNS 캡처]

콜린 크룩스 영국대사가 같은 달 19일 트위터에 올린 평양 시민들의 결혼사진 촬영 모습. [SNS 캡처]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이들 대사에게 소셜미디어 사용을 경고한 게 결정적 배경일 것으로 본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북한 외무성이 평양 주재 모든 외국 대사관에 서한을 보내 북한 사회 관련 정보를 트위터로 공유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지난달 22일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 보도했다.

북한이 타국 외교관에게까지 ‘외부 소통 금지령’을 내린 건 최근 군사적 위협과 궤를 같이하는 대미·대남 압박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은 연말 ‘성과’를 내기 위해 무더기 담화를 내고 방사포를 쏘는 등 미국을 향해 총력전 태세”라며 “이런 와중에 서방 대사들이 트윗을 통해 평양 내부 모습을 내보내는 게 대미 압박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 대사들의 평양 일상은 북·미 관계가 좋을 땐 북한의 개방적 이미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대사들의 소셜미디어 활동을 막은 건 그만큼 엄중한 내부 기류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은 외부에서 정보가 들어오고, 내부 정보가 나가는 데 극도로 예민하다”며 “상황이 상황인 만큼 폐쇄국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는 듯하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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