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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 전쟁' 한남 3구역 재개발 쟁탈전, '건설범죄 전문' 검찰이 현미경 댄다

중앙일보

입력

서울 강북 지역의 대표적 재개발 구역인 용산구 한남뉴타운 3구역. [연합뉴스]

서울 강북 지역의 대표적 재개발 구역인 용산구 한남뉴타운 3구역. [연합뉴스]

‘한남 3구역 재개발’ 시공사 입찰 과정에서 ‘과열 수주전’을 벌인 대형 건설사들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서울북부지검은 현대건설과 GS건설, 대림산업 등 건설사 3곳에 대해 서울시가 수사 의뢰한 사건을 형사6부(부장검사 이태일)에 배당했다고 29일 밝혔다. 건설사들이 받는 혐의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 위반이다.

서울북부지검은 지난해 3월 건설범죄 중점 검찰청으로 지정된 바 있다. 건설범죄를 전문적으로 들여다보는 검찰청이 사건을 맡은 만큼 '현미경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도정법 132조에 따르면 재개발 사업의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입찰 참여 건설사는 금품이나 향응,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을 약속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3개 건설사는 사업비와 이주비 등에 대한 무이자 지원, 확정분양가, 임대주택 ‘제로화’ 등 직·간접적인 이익을 조합 측에 약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남 3구역 재개발' 특별 점검…행정당국 수사 의뢰 사상 초유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26일 한남 3구역 시공사 입찰 과정을 특별 점검해 이 같은 위법 사실을 확인한 후, 입찰 건설사 3곳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또 재개발조합에는 입찰 중단 등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행정당국이 정비사업 시공사 수주 입찰을 점검해 업체를 수사 의뢰하고 ‘입찰 무효’라고 유권해석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부는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 3곳에 대해 2년간 정비사업에 대한 입찰 참가 자격 제한 등 후속 제재도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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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재개발 사업…수주 '돈 전쟁' 치열 

한남3재개발구역.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남3재개발구역.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남 3구역 재개발 사업은 한남동 686번지 일대 38만6395.5㎡가 대상이다. 분양 가구만도 4940가구에 달하며, 임대 876가구 등 총 5816가구를 짓는 ‘매머드급 사업’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 당연히 건설사들의 ‘수주 전쟁’에 불이 붙었다. 이 중 정부가 가장 문제라고 판단한 부분은 ‘시공 외 금전 이익 제공’과 관련된 내용이다. 시공사들은 담보인정비율(LTV) 40% 이상의 이주비와 1조원이 넘는 사업비를 무이자로 지원하고, 당초 조합 설계와 다른 혁신설계를 위해 추가로 드는 수백억원대의 비용 역시 무상 지원하겠다고 했다.

국토부 이재평 주택정비과장은 “3.3㎡당 7200만원의 분양가 보장을 한 것도 간접적으로 재산상 이익을 약속한 것과 마찬가지고, 임대주택 민간 매각도 시공과 관련 없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조합·시공사 대책 마련에도 서울시 "재입찰하라" 

정부의 강력한 조치에 건설사와 조합은 입찰 제안서를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으나 28일 서울시는 “기존 입찰을 중단하고 재입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권고는 강제성이 없지만 사실상 3개 회사를 빼고 재입찰을 하라는 뜻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정 요구를 이행하지 않고 입찰을 강행할 땐 추가 수사를 받을 수도 있다”며 “위법 사항이 법적으로 분명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깔끔하게 입찰 중지와 재입찰 추진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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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기도 저러기도 난감…사업 지연 불가피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천복궁교회에서 열린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원 정기총회'에서 용역업체 직원이 촬영을 제지하고 있다. [뉴스1]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천복궁교회에서 열린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원 정기총회'에서 용역업체 직원이 촬영을 제지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조합이 시공사 재입찰을 하기로 결정하면 기존 입찰이 무효가 되면서 시공사의 입찰보증금 4500억원도 몰수된다. 이 경우 시공사가 입찰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조합을 상대로 소송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는 시공사 선정이 어떻게 진행될지 불투명하다. 단, 조합이 어떤 선택을 하든 간에 사업 지연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조합이 수정된 제안서를 받는 것과 재입찰을 두고 고민하는 기간만 해도 약 두 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일각에서는 사업 자체가 6개월~1년 정도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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