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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눈물난다"…안 아픈 데가 없는 유광우의 투혼

중앙일보

입력

"옆에서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납니다. 진통제 맞은 날은 아무 것도 못 먹어요. 그 정도로 힘든데 그걸 다 견딥니다. 유광우니까 견디는 겁니다. 광우를 보면서 제가 많이 배우고 있어요."

대한항공 세터 유광우. [사진 한국배구연맹]

대한항공 세터 유광우. [사진 한국배구연맹]

남자 프로배구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이 세터 유광우(34)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마치 유광우가 몸이 아파 힘들어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안쓰러움이 뚝뚝 묻어났다.

유광우는 '삼성화재 왕조'를 이끌며 V리그를 호령한 세터였다. 지난 2010년 현재 최태웅이 현대캐피탈로 떠나고 나서 주전 세터가 된 유광우는 지난 2012~13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 최우수세터상을 받으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고질적인 발목 부상이 있었다. 프로에 와서 여러 차례 발목 수술을 받았다. 2007년 말에 받은 첫 수술이 잘못돼 고생을 많이 했다. 선수 생명이 끝날 수도 있었지만, 유광우는 피나는 재활로 버텼다. 맞으면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못 먹을 정도로 아픈 신경주사와 진통제를 달고 살았다.

그렇게 버텼지만 그는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다. 발목 부상에 나이까지 들면서 주전 자리에서 밀려났다. 2016~17시즌 이후 FA(자유계약) 보상선수로 우리카드로 이적하면서 정들었던 삼성화재를 떠났다. 공교롭게도 우리카드에서도 노재욱이 주전으로 올라서면서 유광우의 입지가 좁아졌다. 김광국이 군에서 전역하면서 우리카드는 세터가 4명이나 됐다.

결국 우리카드는 지난 9월 유광우를 현금 트레이드로 대한항공에 보냈다. 대한항공에는 연봉킹(6억5000만원)인 동갑내기 세터 한선수가 있었다. 유광우는 다시 백업 선수가 됐지만 그는 "계속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한선수가 지난 10일 손가락 미세골절 부상을 입으면서 유광우는 2년 만에 다시 주전 세터가 됐다. 유광우는 지난 14일 수원 한국전력 경기부터 4경기 연속 선발로 나왔다. 그 기간 동안 대한항공의 성적은 3승 1패를 거뒀다. 비록 28일 인천에서 열린 현대캐피탈전에서 세트 스코어 0-3으로 졌지만, 현재 1위(9승 3패·승점 24)를 지키고 있다.

3~6일 간격으로 풀타임을 뛰다 보니 유광우의 몸 상태는 매우 안 좋다. 주사를 맞고 있지만, 그 고통이 커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다. 박 감독은 "유광우는 안 아픈 데가 없다. 그래서 50% 정도만 해줘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정신력으로 버텨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버텨줄 선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모습에 오히려 내가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유광우는 몸이 부서져도 한선수가 올 때까지 버틸 것이다.

인천=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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